문호승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소위원장 “미래를 잊어버린 진상규명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문책’과 ‘대책’ 모두 중요” 강조
세월호 참사 5주기 어떤 의미인가.
“앞으로 5년 뒤 10주기 때는 어떤 모습의 추도 행사가 열릴까 상상하며 늘 일을 한다. 안산 생명안전공원에서 가족들과 세월호 참사를 위해 일했던 여러분들이 다 같이 웃으며 추모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그런 날을 만들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는 마음으로 5주기를 맞고 있다.”
세월호는 늘 반대와 공격에 부딪혀 쟁점화돼 왔던 것 같다. 특조위 출범 때도 여러 비판에 부딪히지 않았나.
“참사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그런 것 같다. 과거에 일어난 ‘그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무관심하고 공격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당면한 안전 문제이자 아이들의 생명이 달린 문제라는 생각을 하면 그리 엉뚱한 방법으로 반대하진 않을 거다. 나도 지인들에게 세월호특조위 일을 하고 있다고 하면 ‘아직도냐’ ‘지겹다’라는 말 많이 듣는다. 그런데 20분 정도 설명을 하고 나면 그들도 ‘아직 할 게 많구나’ 말하곤 한다.”
‘세월호 다 끝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어떻게 설득하나.
“끝이냐 시작이냐는 어딜 바라보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가족들이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하는 건,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세월호를 다 끝난 일이라 여기는 사람들을 만나면 난 딱 세 가지 질문을 한다. 자녀가 인천에서 제주로 배 타고 수학여행을 간다고 하면 바로 허락하겠는지, 만약 지인이 배를 타고 가다가 배가 기울었는데 선원들이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면 그 안내에 따르라고 말하겠는지, 그리고 ‘제 가장 큰 소원이 유가족이 되는 겁니다’라는 미수습자 가족들의 호소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를 묻는다. 정해진 답은 없지만 질문을 받은 상대방은 한 번 더 생각에 빠지곤 한다.”
3월28일 특조위 중간발표 당시 세월호 선체 내 CCTV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의 조작 의혹을 발표했고, 이후 추가 제보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제보는 많이 들어왔나.
“많이 들어오고 있다. 아주 결정적 제보는 없지만 이들 간의 관련성을 연결해 보면 더 새롭고 확실한 사실이 밝혀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해군과 해경 내부자의 제보보다는 외부인들의 제보가 주로 들어오고 있다.”
중간발표를 봤을 때, 특조위에선 DVR이 조작됐다는 데 확신을 갖고 있는 듯했다.
“DVR은 선체 침몰의 원인, 구조 실패 이유, 이후 조사 방해 이유 모두를 도미노처럼 밝힐 수 있는 아주 핵심적인 장치다. 이게 복원되면 왜 배가 급하게 기울어졌으며 그때 선원들은 뭘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지금껏 DVR에 초점을 두고 조사해 왔다. 참사가 일어난 지 두 달이나 지나 DVR을 건지러 바다에 들어갈 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는 점, 물에서 꺼낸 DVR이 지나치게 깨끗했다는 점, 게다가 배가 기울기 직전 3분간의 영상이 하필 저장돼 있지 않았다는 점 등이 계속 의심받아 왔다. 이런 의심을 바탕으로 DVR을 꺼낼 당시 상황을 다시 면밀히 들여다봤고, 물에서 꺼낸 DVR과 해군이 검찰에 제출한 DVR이 전혀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의혹을 정리해 곧 수사요청을 할 예정이다.”
참사 후 지난 5년간의 책임자 처벌 어떻게 봤나.
“진상규명이 추구하는 건 두 가지다. ‘문책’과 ‘대책’. 특조위는 문책에 더 초점을 두고 일하는 곳이다. 그동안 선원들은 그래도 처벌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해경들의 책임을 묻는 건 미흡했기 때문에 지금 이 부분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동안엔 왜 정부가 사후 ‘소극적으로 대처했느냐’에 집중했다. 그런데 왜 ‘적극적으로 방해했는지’에 대해서는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를 밝히는 게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특별수사단 설치를 강하게 요구한다. 같은 생각인가.
“참사 책임자 중엔 민간인도 있고 군인도 있다. 이들을 각각 조사할 검찰과 군검찰 간에 원활하게 협조가 이뤄질 거라 기대하긴 어렵다. 그 때문에 하나의 전담팀이 수사를 도맡아 진행하는 것에 대해 그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거다.”
특조위가 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은 것에 한계를 느끼나.
“자료 제출과 출석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수사권인데 그게 없으니 늘 협조를 구하고 기다려야 한다. 자료가 없다, 줄 수 없다, 이미 제대한 민간인이라 출석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나오면 바로 한계에 부딪힌다. 또 하나 큰 한계가 있다면, 우리가 ‘한시 조직’이라는 거다. 피조사자들이 ‘1년만 잘 버티면 특조위 조사도 끝난다’고 생각해 더욱 협조하지 않는다.”
참사를 겪은 후 우리 사회의 안전인식이 좀 달라졌다고 보는가.
“변하지 않은 부분이 아주 많지만, 그간 개선된 모습도 적잖이 나타났다고 본다. 2017년 수능시험 전날 포항에서 지진이 있었다. 예전 같으면 강행했을 텐데 정부는 수능 일주일 연기를 결정했다. 지난 8월 태풍 ‘솔릭’이 강타했을 땐 신속하게 휴교령을 내리기도 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생존수영’도 배우고 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아, 달라지긴 했구나’ 싶다. 안전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나마 꿈틀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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