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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목회하던 목사가 60억원 투입해 상장사 릴레이 인수…이사 등재 목사들 “명의만 빌려줬다”
화진 인수한 뒤 자산 519억원 유출
의혹의 첫 단추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화진 인수다. JMS의 김아무개 목사는 2017년 5월 메타센스를 설립하고 그해 7월 화진 최대주주와 지분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메타센스가 화진 지분 42.98%를 583억원(계약금 60억원·중도금 240억원·잔금 283억원)에 인수한다는 내용이었다. 메타센스는 계약금 60억원을 지급하고 주식을 먼저 넘겨받았다. 이후 화진의 요직은 JMS 목사들로 채워졌다. 강아무개 목사와 또 다른 김아무개 목사가 사외이사를 맡았고, 윤아무개 목사도 한때 사내이사에 등재됐다. 국정원 출신인 윤 목사는 성범죄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정명석 당시 JMS 총재(현 JMS 고문)의 해외도피를 도운 사실이 발각돼 해임된 이후 목사로 활동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화진 대표이사는 JMS 회원으로 알려진 한아무개씨가 맡았다. 그는 화진에서 대우조선해양건설로 이어지는 기업 인수 실무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경영권 확보가 완료되자 자산 유출이 시작됐다. 우선 화진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에이치제이피와 라움코퍼레이션에 194억8000만원과 72억5000만원을 각각 대여했다. 또 화진이 최대주주인 보스톤성장지원5호투자조합(보스톤투자조합)에 55억원을 출자했다. 이 밖에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방법 등을 동원해 모두 519억원에 달하는 자산이 유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가 최근 만난 화진 주주들은 이렇게 빠져나간 자산이 회사 인수 중도금과 잔금 등에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화진 자산으로 화진을 인수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화진은 2017년 145억3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최근 외부회계법인으로부터 2018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주식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화진 주주들은 새 경영진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고, 현재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진 무자본 인수에 거론된 JMS 목사들은 모두 한씨에게 명의만 빌려줬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메타센스 최대주주인 김 목사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한씨가 기업 M&A를 위해 법인을 설립해야 하는데 명의를 빌려 달라고 제안해 왔다”며 “명의만 빌려줬을 뿐 메타센스가 어떻게 화진을 인수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고 설명했다. 화진 사외이사로 등재된 강 목사와 김 목사도 “윤 목사가 화진 사외이사에 참여하면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해 명의를 빌려준 것”이라며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아 화진 내부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화진은 다른 상장사 인수에도 이용됐다. 화진이 지배하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인 인터불스 경영권을 확보했고, 보스톤투자조합을 통해 섬유업체 에스마크(옛 가희) 지분을 매입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에스마크는 화진의 전철을 밟았다. 엔터테인먼트·이미지코딩·오디오코딩·화장품 유통업 등에 투자금 형태로 자산 대부분이 유출됐다. 이 때문에 에스마크는 2017년 84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현재는 주식거래가 정지된 상태다.다른 상장사 인수에도 화진 활용
인터불스의 경우는 다시 기업 인수에 활용됐다. 타깃은 대우조선해양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2017년 6월 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했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공개매각을 진행하면서다. 그 결과 키스톤프라이빗에워티(키스톤PE)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가는 구주 인수대금(45억5000만원)과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발행대금(125억원)을 더한 170억5000만원이었다. 키스톤PE는 구주 대금 45억5000만원을 우선 납부하고 대우조선해양건설 지분 100%를 인수했다. JMS는 키스톤PE가 신주 발행대금 마련을 위한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등장한다. 2017년 11월 한아무개씨가 대표이사인 JR파트너스가 전략적투자자(SI)로 선정된 것이다. 2015년 5월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다. JR파트너스는 75억원을 유치했다. 20억원은 자체 조달하기로 했고, 나머지 55억원이 인터불스에서 나왔다. 키스톤PE는 2017년 12월 ‘DSC밸류하이1호’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구주를 넘겼다. 이 과정에서도 JMS가 나타난다. DSC밸류하이1호 지분 50%를 확보한 닥터핏 최대주주가 윤아무개 목사(33%)였다. 닥터핏은 지난해 3월 인터불스에 DSC밸류하이1호 지분 39.6%를 49억5000만원에 매각했다. 이후 키스톤PE는 JR파트너스에 경영권을 위임했다. 그 뒤 대우조선해양건설에서도 화진과 유사한 일이 벌어진다. ‘경영권 확보→이사진 교체→자산 유출 시도’ 공식이 그대로 적용됐다. JR파트너스의 첫 경영권 행사는 경영진 교체였다. 경영진 7명 중 6명이 한씨 측 인사로 선임됐고, 대표이사도 한씨의 친형이 맡았다. 다음엔 대여를 통한 자산 유출 시도가 이어졌다. 가치가 전무한 부동산을 담보로 자금을 내주거나, 부지조차 마련되지 않은 공사 수주를 빌미로 자금 대여를 추진하는 식이었다. 특히 자금 대여에 하청업체들을 동원한 일도 있었다. 인터불스 등은 올해 초 DSC밸류하이1호 지분 100%를 한국테크놀로지에 매각해 30% 규모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윤 목사는 “닥터핏은 JMS와는 별도로 생계를 위해 설립한 회사”라며 “특허권자가 대표이사를 맡아야 정보통신부로부터 기술보증기금을 받기 용이해 대표를 맡았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DSC밸류하이1호 매입 경위나 자금 출처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목사는 “지인인 한씨를 통해 DSC밸류하이1호 인수자로 나서주면 닥터핏의 인지도가 올라가고 향후 사업적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서 동의한 것뿐”이라며 “어떤 회사를 인수하는지도 전혀 몰랐고 어디서 자금이 나왔는지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법인 통장을 통해 자금 출처를 공개해 달라는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JMS 측 “명의 빌려준 것뿐 전혀 사실무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