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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추천 ‘혈관 청소법’은 음식조절·운동·금주·금연·수면

오래돼서 녹이 슬고 이물질이 낀 수도관처럼 혈관에도 기름 찌꺼기가 쌓인다.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라는 기름 찌꺼기를 제거하지 않으면 자칫 혈관이 막혀 생명을 잃을 수 있다. 건강검진에서 혈액검사를 받는 것도 혈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깨끗한 혈관을 유지하거나 이미 생긴 찌꺼기를 청소하는 방법이 있다. 의사들이 공통으로 추천하는 방법, 이른바 혈관 청소법 5계명은 음식조절·운동·금주·금연·수면이다. 

■ 음식 조절
삼겹살·밥 줄이고, 아침은 꼭 챙기기 

동물성 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은 혈관 건강에 좋지 않다. 삼겹살, 계란 노른자, 치즈, 소기름, 돼지기름, 버터, 새우, 장어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이런 음식을 전혀 먹지 않을 수는 없다. 다만, 전체 섭취량의 10% 이내로 조절할 필요는 있다. 또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음식의 섭취량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 녹황색 채소(상추·깻잎·시금치 등), 과일, 해조류(미역·다시마 등), 등푸른생선, 현미, 버섯류 등이다.  밥·떡·빵으로 섭취하는 탄수화물도 문제다. 탄수화물은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는 주범이다. 김장영 연세원주의대 심장내과 교수는 “우리가 먹는 음식의 60~70%가 탄수화물이다. 하루에 약 500kcal의 열량만 줄여도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밥 한 공기의 열량은 약 300kcal다. 한 끼니를 먹을 때 밥 2~3숟가락만 적게 먹으면 되는 양”이라며 “그렇다고 아침 식사를 거르면 안 된다.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해 보면, 아침 식사를 굶는 사람은 대체로 점심과 저녁을 많이 먹는다. 실제로 연구해 보니 아침을 거를수록 비만과 대사증후군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왔다. 아침을 먹으면 점심과 저녁에 과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운동
근력운동보다 유산소운동을 땀 나게 

스트레스는 혈압을 상승시켜 혈관에 부담을 주므로 속으로 삭이기보다 퇴근 후나 주말에 운동으로 푸는 것이 좋다. 운동할 때 기억할 점 두 가지는 운동의 종목과 강도다. 같은 운동이라도 근육운동보다 유산소운동이 체내 지방을 제거하므로 혈관 건강에 이롭다. 이상철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추천하는 유산소운동은 걷기, 자전거 타기, 등산, 수영, 줄넘기, 배드민턴, 골프 등”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운동을 다소 높은 강도로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슬슬 산책하는 정도는 효과가 없다. 땀이 날 정도로 하루 30분 이상 운동해야 한다. 이렇게 일주일에 3번 이상 해야 체내 지방을 태우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금주
맵고, 짜고, 고지방 안주가 더 문제

술은 간에서 지방 합성을 촉진하는 물질이다. 이상지질혈증, 동맥경화, 간 질환을 일으키는 셈이다. 박창범 교수는 “음주는 특히 중성지방 수치를 높인다.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 1주일만 술을 끊어도 중성지방 수치가 내려간다”며 “술 자체보다 안주가 더 문제다. 안주는 대체로 맵고, 짜고, 고지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금연
절연이 아니라 금연 

흡연은 혈관에 지방을 쌓이게 만든다. 흡연 자체가 심장과 뇌 질환의 위험 요인이다. 박창범 교수는 “담배 안의 니코틴 등 유해 성분은 혈관과 혈액에 악영향을 끼치고 혈압을 높여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흡연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하므로 금연만이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수면
6시간 이상 권장

잠을 적게 자는 것도 혈관 건강에 좋지 않다. 깨어 있는 시간이 길수록 음식을 먹을 기회는 늘어난다. 이런 습관은 혈관 건강을 위협하는 비만으로 이어진다. 김장영 교수는 “서울 시민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전후이므로 상당수는 6시간도 못 잔다는 얘기다. 수면이 부족할 때 열량이 높고 단 음식이 당긴다. 열량과 당분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 혈관 건강을 위해 6시간 이상 잘 것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 일러스트 정현철
ⓒ 일러스트 정현철

이상지질혈증일 때도 혈관 청소해야

이와 같은 혈관 청소법은 의사들이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환자에게 처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상지질혈증은 한마디로 혈관에 지방 찌꺼기가 낀 상태다. 그렇다고 생활이 불편하거나 특별한 증상을 느끼진 못한다. 그러는 사이에 혈관에서는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 콜레스테롤이 쌓인 혈관은 점점 좁아져서 피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끈적거리는 피가 뭉친 혈전(피떡)이 그 좁아진 혈관을 꽉 막는다. 특히 심장이나 뇌혈관이 막히면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이어진다.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등 급사의 원인은 기름 찌꺼기가 쌓인 혈관인 셈이다.  따라서 미리 혈관 건강을 점검할 필요가 생긴다. 그런데 몸속의 혈관을 눈으로 볼 수 없으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혈관 상태를 알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혈액검사다(혈액검사 잘 받는 요령 참조). 건강검진에서 혈액검사를 하면 며칠 만에 그 결과표를 받아볼 수 있다.   그 결과표에는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를 볼 수 있는 항목이 있다.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라는 용어가 낯설지만, 한마디로 혈관에 쌓인 기름 찌꺼기라고 이해하면 된다. 콜레스테롤은 체온 유지 등을 위해 우리 몸에 필요한 성분이지만, 이것이 핏속에 필요 이상으로 많을 때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온다.  건강검진 결과표에 콜레스테롤은 LDL(저밀도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HDL(고밀도 콜레스테롤), 총 콜레스테롤로 나뉘어 표기돼 있다. 각 수치는 mg/dl으로 표기된다. LDL은 혈관을 막는 지방이므로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며 130 이하가 바람직하다. 췌장염을 일으키는 혈액 속 중성지방은 200 이하가 좋다. HDL은 혈관을 청소하는 역할을 하므로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표현하며, 40 이상이 이롭다. 이 모든 값을 합친 값이 총 콜레스테롤 수치다.  과거에는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치료를 결정했지만, 지금은 총 콜레스테롤이 높다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병원에서도 LDL, 중성지방, HDL을 모두 포함한 총 콜레스테롤 수치만으로는 치료를 결정하지 않는다.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이 많아서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장영 교수는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더라도 HDL 수치가 낮고 LDL이 높으면 좋지 않다. 총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아도 HDL 수치가 높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HDL이 1씩 높아질 때 LDL은 3만큼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HDL을 높이는 방법을 묻는 사람이 많다. 치료 목적으로 HDL을 높이는 약물을 사용하지만, 사실 그 효과는 미미하다. HDL을 높이는, 의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은 절식·운동·금연”이라고 강조했다.

눈여겨볼 항목은 LDL 수치

건강검진 결과표에서 특히 관심을 가지고 볼 부분은 LDL 수치다. 박창범 교수는 “많은 제약사가 HDL을 높이는 약 개발에 나섰으나 모두 실패했다. 따라서 HDL을 높이는 것보다 LDL을 낮추는 것이 의미가 있다. 이는 특정 질환이 있느냐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진다. 예컨대 LDL이 190이라도 병이 없으면 음식 조절과 운동으로 그 수치를 낮춰보지만, 기저 질환이 있으면 100이라도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혈액검사 결과, 이상지질혈증 판정을 받았다면 두 가지 치료법을 생각할 수 있다. 비약물요법과 약물요법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그렇게 높지 않을 때는 혈관 청소법(음식 조절과 운동 등)으로 그 수치를 낮출 수 있다. 박창범 교수는 “특정 질환이 없고 콜레스테롤 수치만 약간 높다면 약물치료보다 음식 조절과 운동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10% 낮출 수 있다. 왜 10%밖에 안 되냐 하면, 콜레스테롤의 70%는 우리 몸에서 합성되고, 음식 등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은 30%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중성지방은 음식의 영향이 70%다. 먹는 것을 조절하면 중성지방 수치는 뚝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해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내려가지 않을 때 약물치료를 한다. 또 콜레스테롤 수치는 매우 높지 않지만, 당뇨·고혈압·심장병 등 기저 질환이 있을 때는 약물치료를 한다. 예컨대 LDL 수치는 같은데, 어떤 사람은 비약물요법 처방을 받고, 다른 사람은 약물요법 처방을 받는 이유는 기저 질환 여부에 달렸다. 당뇨, 갑상선기능저하증, 간 질환, 신장 질환, 비만이 있으면 이상지질혈증이 잘 생긴다. 이런 병이 없더라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너무 높을 때도 약물치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혈액검사 잘 받는 요령 

피검사를 받을 때도 요령이 있다. 정확한 혈관 상태를 알려면 금식 후 검사가 핵심이다. 음식을 먹으면 혈액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혈액검사 전에 최소 12시간 금식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컨대 아침 9시에 검사한다면, 전날 저녁 7시부터는 술을 포함한 어떤 음식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물은 마셔도 된다. 도움말: 이상철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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