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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석홍·정홍·정현씨 보유 주식 평가액만 1043억원
대림·LS·영풍·KCC·효성家 뒤이어

국내 30대 그룹에 소속된 19세 미만 미성년자 28명의 주식 평가액이 2018년 133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평가액(1072억원)과 비교할 때 24.9%나 증가한 수치다. 평균 연령은 13.75세로, 1인당 평균 자산은 48억원이다. 조사 대상 중에는 10세 미만의 초등학생이나 유아들도 4명이나 포함돼 있다. 5년 전 10세 미만 주식부자 수는 2명이었다. 이른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가 자녀들의 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면서 ‘부의 양극화’ 현상 역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사실은 시사저널이 경영 성적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의뢰해 국내 30대 그룹 오너 일가 406명의 최근 5년간 주식 가치 변동액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미성년자 주식부자 1위와 2위는 허용수 GS EPS 대표의 장남과 차남인 석홍군(18)과 정홍군(15)이었다. 허 대표는 현재 GS그룹 지주회사인 ㈜GS의 개인 최대주주로, 허창수 회장의 자리를 이을 유력 후계자 중 한 명으로 언론에 거론되고 있다. 허 대표의 자녀들 역시 555억원과 268억원의 평가액을 기록하며 미성년자 주식부자 1,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의 장녀인 허정현양(19)으로, 주식 평가액은 220억원으로 조사됐다. 미성년자 주식부자 상위 1~3위를 GS 일가가 휩쓴 것이다. 
2018년 국내 30대 그룹 미성년자의 주식 평가액이 1339억원으로, 5년 전에 비해 24.9%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최고의 금수저’를 뽑아달라는 한 청년단체의 퍼포먼스 ⓒ 연합뉴스
2018년 국내 30대 그룹 미성년자의 주식 평가액이 1339억원으로, 5년 전에 비해 24.9%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최고의 금수저’를 뽑아달라는 한 청년단체의 퍼포먼스 ⓒ 연합뉴스

GS 4세 3명 평가액, 나머지 25명의 3.6배

이들 3명의 주식 가치만 1043억원. 나머지 미성년자 주식부자 25명의 평가액(296억원)을 더한 것보다 4배 가까이 많았다. 무엇보다 이들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단 한 차례도 1·2·3위 자리를 내주지 않아 배경이 주목된다. 이들이 주로 보유한 주식은 지주회사인 ㈜GS와 ㈜승산, GS아이티엠 등이다. ㈜GS를 제외하고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적지 않았던 회사들이다.  일례로 ㈜승산은 그동안 GS그룹의 부동산 임대나 육상물류 사업을 도맡아 왔다. 허용수 GS EPS 대표가 이 회사의 62.6%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다. 뒤를 이어 허 대표의 여동생인 허인영 ㈜승산 대표가 23.5%, 허석홍·허정홍 형제가 각각 5.6%와 4.4%의 지분을 보유한 오너 회사다. 이 때문에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한 내부 매출이 적지 않다. 2017년 말 기준으로 이 회사의 매출은 357억원인데, 42.6%인 152억원을 내부 거래를 통해 올렸다. 소폭이지만 내부 거래율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대주주인 오너 4세들이 지분 가치 상승과 함께 배당 이익까지 챙기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대림 3세 에이디플러스 처분해 순위 제외

문제는 오너 4세들이 이 회사 지분을 취득한 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2013년 8월까지 석홍·정홍군이 보유한 ㈜승산의 지분은 전무했다. ㈜승산은 그해 9월 계열사인 승산레저와 STS로지스틱스를 흡수 합병했다. 이 과정에서 승산레저와 STS로지스틱스의 대주주인 석홍·정홍씨가 자연스럽게 ㈜승산의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내부 거래를 통해 오너 3·4세 회사를 키운 뒤, 알짜 계열사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그룹의 지배력을 키우는 전형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다.  

석홍·정홍 형제가 각각 6.7%와 6.4%(각 우선주 포함) 지분을 보유했던 GS아이티엠도 마찬가지다. 시스템통합(SI) 업체인 GS아이티엠은 2006년 GS그룹에 편입되면서 급성장했다. 오너 4세들이 48.4%의 보통주(우선주 32.2%)를 보유한 탓에, 계열사 의존도가 한때 90%를 웃돌기도 했다. GS 일가를 겨냥한 비난 여론과 함께 공정위의 압박이 그동안 적지 않았다.  
GS그룹은 올해 초 아레테원 유한회사에 GS아이티엠의 보통주와 우선주를 각각 32.2%씩 매각했다. 아레테원은 GS아이티엠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일부 사모펀드가 출자해 새로 설립한 회사다. 덕분에 오너 일가의 지분은 16.2%로 감소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하지만 뒷말이 여전한 상태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와 보통주를 똑같은 가격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아레테원과 이면계약을 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일련의 조치는 오너 4세들이 지분을 승계 받고, 향후 경영 전면에 나서는 과정에서도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림그룹 3세들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GS 일가 자녀들에 이어 미성년자 주식부호 4위에 오른 인물은 대림가의 이주영양(19)이다. 이양은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의 동생인 이해창 ㈜켐텍 대표의 장녀다. 이 회사 역시 그동안 대림산업과 계열사를 통해 일정 부분 매출을 올려 왔다. 주영양은 현재 켐텍의 주식 25.8%를 보유하고 있는데, 평가액이 42억원이어서 미성년자 주식부자 상위권에 랭크됐다.  반면, 이해욱 회장의 장남인 이동훈군(18)은 2018년 미성년자 주식부호 순위에서 배제됐다. 2017년까지만 해도 동훈군은 에이디플러스 지분(45%)이 높게 평가돼 10위권 안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에이디플러스는 이해욱 회장이 지분 55%를 보유한 대주주다. 그동안 매출의 50% 가까이를 내부 거래를 통해 올렸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은 공정위로부터 검찰 고발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대림산업은 2018년 초 일감 몰아주기 해소 차원에서 이 회장과 동훈군이 나눠 보유하던 에이디플러스 지분 100%를 계열사인 오라관광에 무상으로 증여했다. 이 과정에서 동훈군의 주식 가치가 0원으로 바뀌면서 2018년 순위에서 제외됐다. 
2018년 11월28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이동신 자산과세국장이 주택이나 고액예금을 갖고 있지만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한다고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영풍 4세 최수연양 10계단 상승 주목

LS가의 경우 고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손녀인 구소영양(16)과 구다영양(15)의 주식 가치가 높게 조사됐다. 이들 자매는 현재 ㈜LS와 예스코홀딩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평가액은 35억원으로 공동 5위에 올랐다.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의 장녀인 구민기군(14)도 현재 ㈜LS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평가액은 21억원으로 8위에 올랐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손주인 이윤결군(9)은 평가액 6억원으로 21위에 올랐다.   영풍그룹의 경우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외손자인 이승원군(14)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이 26억원으로 평가돼 전체 7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손주인 최수연양(11)과 최승민군(10)이 각각 10억원과 9억원으로 10위와 13위를 기록, 그룹별 평가액은 LS(96억원)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특히 최수연양은 지난해 21위에서 올해 11위로 10계단이나 순위가 상승해 주목되고 있다.  이 밖에 KCC와 효성그룹의 3세나 4세들이 미성년자 주식부자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정몽익 KCC 사장의 아들인 정한선군(12)이 14억원으로 9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장녀와 차녀인 조인영양(17)과 조인서양(13)은 각각 9억원으로 공동 11위에 올랐다. 한국타이어그룹의 경우 조양래 회장의 손주인 조재형(16)·조유빈(16)·조재민(13)·조재완(1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수영 OCI그룹의 손주인 이재구군(15)과 이준구군(15)은 2017년 보유한 넥솔론 지분을 매각하면서 순위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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