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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0대 재벌가 주식 가치 전격 공개…200억원 이상 지분 보유한 후계자 63명
범LG가 총 12명으로 재벌가 중 최다

국내 재벌 후계자 가운데 보유 지분 가치가 가장 높은 건 누굴까. 시사저널은 이런 궁금증을 안고 기업 경영 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2014년부터 2018년까지의 재벌 후계자 보유 지분 현황을 의뢰했다. 분석 결과 200억원 이상 지분을 보유한 후계자는 모두 63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삼성·현대차·LG가(家) 후계자들이 금액 면에서 금·은·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순위에 가장 많은 인물을 올린 곳은 범LG가였고, 전통적인 재벌가 외엔 중흥건설 2세가 유일했다. 후계자 대부분은 남성이었다. 여성은 10명에 불과했고, 후계 지위가 불명확하거나 경영에서 물러난 경우를 제외하면 6명이 전부였다. 후계자들의 주가는 전반적인 약세를 보였다. 특히 정체기에 접어든 유통시장과 판매 부진에 빠진 완성차 시장 종목의 하락세가 도드라졌다.
국내 재벌 후계자들 가운데 보유 지분 가치 1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었고,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가운데)과 구광모 LG 회장이 그 뒤를 이었다. ⓒ 연합뉴스
국내 재벌 후계자들 가운데 보유 지분 가치 1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었고,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가운데)과 구광모 LG 회장이 그 뒤를 이었다. ⓒ 연합뉴스

삼성 삼남매 보유 지분 가치 동반 하락 

예상대로 지분 가치 1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6조5999억원)의 차지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부회장이 2017년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돼 구속된 배경도 바로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승계 때문이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직후 경영에 복귀해 신성장동력 발굴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삼성의 오너 리스크는 말끔히 해소된 상태가 아니다. 국정농단 사건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어서다. 대법원은 지난 11일 이 부회장의 상고심 재판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이 부회장의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도 공동 4위(1조7190억원)에 올랐다. 여성 후계자 가운데선 1위다. 이부진 사장이 여전히 경영일선에 나서 있는 반면, 이서현 전 사장은 최근 경영에서 한발 물러났다. 전원이 최상위권에 랭크된 삼성 삼남매지만 보유 지분 가치는 모두 하락했다. 이부진 사장의 지분 가치 감소율이 35%로 가장 높았고, 이서현 전 사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각각 32%와 24%로 뒤를 이었다. 삼남매의 지분 가치가 낮아진 주된 원인은 삼성물산(옛 에버랜드) 주가 하락이었다. 범삼성가로 분류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7위·6501억원)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10위·5163억원)도 10위권 내에 포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보유 지분 가치 역시 20%나 낮아졌다. 대형마트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그가 보유한 이마트와 광주신세계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은 유통업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신성장동력으로 레저형 종합쇼핑몰 스타필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정 부회장과 반대로 정 총괄사장의 보유 지분 가치는 171%나 상승했다. 그의 보유 주식 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은 아니다. 2016년 신세계 지분율을 2.51%에서 9.83%까지 확대한 결과다.
또 다른 범삼성가인 CJ그룹에서는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33위·1091억원)과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 담당 상무(45위·541억원)가 순위에 들었다. 남매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율을 빠르게 끌어올려 왔다. 그 결과 2014년 대비 지난해 이 부장과 이 상무의 지분 가치가 각각 161%와 132% 증가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승계의 지렛대로 지목받는 회사다. 향후 매각이나 기업공개, 합병 등의 방식을 동원해 경영권 이양이 이뤄질 것으로 분석된다. 남매가 이처럼 지분 승계에 속도를 내는 배경은 이재현 회장의 건강상태와 무관치 않다. 이 회장은 2013년 신장 이식 수술 이후 건강이 예전같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위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2조4830억원)이 올랐다. 그러나 그는 보유 지분 가치가 가장 많이 하락한 후계자이기도 하다. 2014년(4조2862억원) 대비 지난해 평가액이 42%나 줄었다. 승계의 핵심사로 지목되는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크게 떨어진 데다, 완성차 업계 불황으로 주력사인 현대·기아자동차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완성차 시장 부진의 여파는 타이어 업계까지 전해지고 있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12위·4740억원)과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총괄 부회장(14위·3788억원)의 보유 지분 가치가 각각 22%와 26% 낮아진 까닭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정 부회장의 누이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15위·3614억원)과 정명이 현대카드 부문장(16위·3503억원)의 보유 지분 가치는 각각 127%와 100% 증가했다. 자매가 보유한 이노션(정성이 고문)과 현대커머셜(정명이 부문장)의 기업 가치가 개선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명이 부문장의 남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21 위(1998억원)에 올랐다. 그는 순위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사위 경영인’이기도 하다. 또 다른 범현대가 3세 중에는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19위·2876억원)가 현재 경영수업에 매진하고 있다.

중흥건설, 신흥재벌 중 순위 진입 유일

3위에는 구광모 LG 회장(1조8205억원)이 랭크됐다. 일찍이 후계자로 낙점된 그는 2000년대 중반부터 지주사인 ㈜LG 지분을 확대해 왔다.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였다. 그러나 2017년 말까지만 해도 구 회장의 ㈜LG 지분율은 6.23%(9791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현재의 지분율(14.99%)을 갖춘 것은 지난해 영면에 든 부친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 소유의 주식을 상속받으면서다. 구 회장의 사촌동생이자 구본준 LG 부회장의 장남인 구형모 LG전자 과장(40위·728억원)은 비교적 최근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재계에서는 향후 구 과장이 계열분리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범LG가는 순위에 가장 많은 인물을 올린 집안이다. 특히 GS가 4세는 모두 8명이 리스트에 포진해 있다. ‘분모’가 많다 보니 개인에게 돌아가는 몫도 전반적인 순위는 낮았다. 가장 높은 순위는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23위·1829억원)이었다. 유일한 20위권이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남 허서홍 GS에너지 전무(31위·1184억원)와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허세홍 GS칼텍스 사장(34위·1043억원),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의 장남 허철홍 GS칼텍스 상무(37위·825억원) 등은 30위권이었다.  또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부사장(53위·438억원), 허진수 GS에너지 이사회 의장의 장남 허치홍 GS리테일 부장(52위·443억원)과 차남 허진홍 GS건설 차장(63위·203억원), 허명수 GS건설 부회장의 장남 허주홍 GS칼텍스 부장(60위·293억원) 등도 순위에 올랐다. 다른 범LG가인 LS그룹에선 구동휘 LS 밸류매니지먼트 부문장(58위·408억원)과 구본혁 LS니꼬동제련 부사장(62위·207억원)이 후순위에 랭크됐다. 이 외에 두산가(8명)와 영풍가(6명)도 주식 부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후계자 수가 많다. 반면 재계 순위 2위를 목전에 둔 SK그룹에서 순위에 오른 인물은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장남 최성환 SK네트웍스 상무(30위·1248억원)가 유일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젊은 나이로 현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만큼 아직 명확한 후계구도가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 상무도 지난해 말에야 계열사 지분을 대량 확보했다. 5촌 당숙인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SK(옛 SK C&C) 주식 4만8000주를 증여받으면서다. 동시에 최 상무는 지주사인 ㈜SK에 근무하다 최근 SK네트웍스로 자리를 옮겨 향후 경영자로서의 입지를 다져갈 전망이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중흥건설 2세들의 약진이다. 신흥재벌 중에선 유일하게 순위에 진입했다.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은 6위(9989억원), 정원철 시티건설 사장은 11위(5050억원)다. 중흥건설은 2011년부터 후계를 준비해 왔고, 2016년 중원건설의 유상증자에 형제가 참여하면서 승계가 공식화됐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정원주 사장(254%)과 정원철 사장(594%)의 지분 가치는 급상승했다. 문제는 승계 과정에서 내부거래 등 편법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논란은 향후 형제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가능성이 적지 않다.

효성·한화·한진 3세 후계에서 배제된 인물도

순위에는 아직 경영수업 전이지만 향후 대권 승계가 확실시되는 ‘예비 후계자’도 포함돼 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장남 이현준씨(24위·1577억원)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외아들 김준영씨(25위·1436억원)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현재 수학(受學) 중이어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계에선 근시일 내 그룹에 합류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반면, 경영에 참여 중이지만 후계구도가 불투명한 경우도 있다. 이성훈 부영주택 부사장(54위·417억원)이 그 장본인이다. 그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자녀 가운데 유일하게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후계자로 거론된다. 그러나 부영 지분이 1.64%에 불과해 승계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 부사장은 현재 부영에서 기획과 연구·개발 등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 회장이 대부분 주요 의사결정을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의 후계구도 역시 불투명하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세 자녀 하민·은민·준범씨(공동 46위·512억원)는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 지분을 8.19%씩 나눠 갖고 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은퇴한 뒤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삼남매 중 하민씨가 한때 미래에셋운용에 입사해 근무했지만 박 회장은 2세 경영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자의 또는 타의로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사례도 있다. 조현문 전 효성 중공업PG 사장(36위·844억원)은 자의로 집안을 등진 경우에 가깝다. 부친인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형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8위·6405억원), 동생 조현상 효성 사장(9위·6269억원) 등과 벌인 가족 간 분쟁이 원인이었다. 다른 형제들에 비해 그의 순위가 낮은 까닭도 분쟁 과정에서 보유하던 지분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또 태광가의 장손이자 고 이식진 태광그룹 부회장의 장남인 이원준씨(13위·4265억원) 역시 본인의 의지에 따라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공동 26위·1418억원)은 사실상 등 떠밀리듯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7년 연이은 취중 폭행으로 사회적 질타를 받으면서다. 그의 형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17위·3222억원)와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공동 26위·1418억원)는 현재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한진그룹에서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57위·409억원)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59위·406억원)가 이른바 ‘땅콩회항’과 ‘물컵 갑질’로 경영에서 제외됐다. 현재 삼남매 중에선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56위·415억원)만이 유일하게 그룹에 적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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