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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시장지배력 탓에 경쟁국 반발 우려
현대중공업에 맞춘 매각 절차도 부담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자로 현대중공업을 확정하면서 매각 절차가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 상위 업체 두 곳의 결합이라는 점만으로도 관련 업계는 물론 M&A(인수·합병) 시장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거래다. 다만, 시장 점유율 상위 업체 간 결합은 국내외 반독과점 규제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라는 점이 부담이다.  대우조선해양 보유 지분의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인 산업은행은 2월12일 현대중공업을 인수 후보자로 확정하고 오는 3월4일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이후 확인실사를 진행한 뒤 가격 조정을 거칠 전망이다. 통상 확인실사 과정은 한 달가량 소요되지만, 이번 거래는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이 초기부터 긴밀하게 협의한 만큼 예상보다 짧게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매각 절차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초대형 조선업체가 탄생할 예정이다. 다만 국내는 물론 세계 조선업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두 업체의 결합이니만큼 아직 결과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기업결합과 관련해 정부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모두 매출액 2조원이 넘는 덩치를 자랑하는 만큼 심사 대상이다. 더구나 동일 업종 내 시장점유율 상위 사업자 두 곳의 결합이라는 점 때문에 심사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자로 현대중공업이 최근 확정됐지만,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와 해외 경쟁국들의 반독점 규제 등 넘어야 할 산도 많아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 시사저널 박정훈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자로 현대중공업이 최근 확정됐지만,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와 해외 경쟁국들의 반독점 규제 등 넘어야 할 산도 많아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 시사저널 박정훈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결과 주목

공정위에서는 기업결합 심사 시 업체 간 결합으로 인해 시장 내 경쟁이 제한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국내 시장 1, 2위 업체니만큼 부담되는 부분이다. 다만 이번 거래는 산업은행의 공적자금 회수와 업황 부진으로 인한 업계 구조조정 필요성이 겹친 특수한 상황이라는 지적도 있다. 과거에도 업종 내 ‘빅딜’이 필요한 경우 기업결합이 가능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승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에서는 과거 한국항공우주와 현대로템이 합병했던 사례를 지목하고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국내 시장을 독점하게 되지만 외환위기 상황에서 해당 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특수성 때문에 기업결합이 가능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도 해외시장은 여전히 문제다. 두 회사 모두 세계 시장 점유율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선박 수요국들로부터 반독과점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수 후보자인 현대중공업은 전 세계 조선업계에서 선두에 위치해 있다. 구체적으로는 탱커와 컨테이너 시장에서 두 곳 모두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선두권 업체다. 크루즈나 여객선, 벌커 등의 분야에서는 낮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전체 시장 점유율이 다소 낮아 보일 수 있지만, 선진국 독과점 판정 시에는 해당 시장을 세분화하기 때문에 평균 점유율은 의미가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인도된 선박들을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은 탱커와 컨테이너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탱커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24%, 컨테이너 시장 점유율은 7%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같은 분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선두권 업체다. OECD 조사 기준으로는 대우조선해양이 탱커 시장에서 7%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컨테이너 시장에서는 9%로 4위다. 


경쟁 국가로부터 WTO 제소 가능성 여전

시장을 조금 더 세분화해 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주력 선박 가운데 LNG선과 VL탱커 등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는다. 두 회사가 결합할 경우 해당 분야에서 세계 1위 지위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점은 부담스러운 요소다. 국내 시장에서 기업결합을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수출계약을 따내는 과정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WTO에서는 새로운 법인을 설립해 독과점을 우회하려는 방법에 대해 강력한 담합(Hardcore cartel)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에서 언급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이후 ‘수주경쟁 완화’와 ‘선가회복 노력’은 경쟁 국가들에 WTO 제소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과 거래 초반부터 인수 구조를 논의하면서 폐쇄적으로 절차를 진행한 점도 부담이다. 공개 매각이 아니라는 점은 조선 업황 침체로 인한 불가피한 기업결합이라는 것을 어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달 초 국내 3위 사업자인 삼성중공업에 인수 의향을 묻긴 했지만 이미 현대중공업과 거래 구조를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 삼성중공업이 인수전에 참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거래 구조를 만들었다. 현대중공업이 중간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분할된 중간지주사에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이다. 중간지주사가 끼어들어 복잡하게 보이지만, 단순화하면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넘기고 현대중공업은 자사 주식을 산업은행에 제공하는 거래다. 이후 현대중공업 측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형식으로 대우조선해양에 1조5000억원가량을 투자하게 된다. 문제는 삼성중공업이 같은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산업은행이 최대주주가 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거래는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단독 협상으로 시작되고 마무리됐다는 식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자산 규모가 크고 부진이 장기화된 조선업 특성상 인수하려는 업체를 찾기 어려운 점은 사실이나 대안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마찬가지로 업황 부진으로 타격을 받았던 해외 업체들은 PEF와 은행 등이 투자 지분을 나눠서 인수했다는 점과 상반되는 결과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 초기부터 현대중공업과 거래구조를 마련했다는 점은 WTO 제소 시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다”며 “유럽연합과 일본, 중국 등 경쟁 국가들의 반발을 피할 방법을 찾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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