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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5년 신한은행 신입채용 청탁자 명단 및 검찰 공소장 입수
정우택·김재경·김영주 의원 등 이름 나와, 당사자들은 부인

정우택·김재경(이상 자유한국당)·김영주(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과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금감원) 원장 등 금감원 전·현직 고위 간부들이 신한은행에 불법 채용청탁을 한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이 자신의 아들은 물론 전직 장관 조카의 채용을 청탁한 정황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와 금감원은 은행을 관리·감독하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 권한을 악용해 오히려 불법 채용을 조장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말 채용비리와 관련해 신한은행 인사 담당자 등을 기소했는데, 청탁자에 대한 수사 역시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사저널은 검찰이 압수수색한 신한은행 내부 자료 중 2013~15년 신입채용 청탁자 명단 일부와 채용비리로 기소된 신한은행 관계자에 대한 검찰 공소장 등을 입수했다. 공소장에 첨부된 범죄일람표에는 당시 채용청탁을 한 150여 명의 명단이 포함돼 있다. 
정우택·김재경 자유한국당 의원,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 ⓒ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정우택·김재경 자유한국당 의원,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 ⓒ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특이자 명단으로 별도 관리 

시사저널 취재 결과, 신한은행은 국회의원, 금감원 직원 등 영업과 감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 인사가 채용청탁을 하면 ‘특이자 명단’으로 별도 관리했다. 특이자 명단에 올라간 지원자의 서류·면접 비고란에는 ‘得(득)’이라고 표시됐고, 서류전형 부정 통과와 면접점수 조작이 이뤄졌다. 검찰이 압수한 신한은행 내부 문건 중에는 ‘2015년 上(상반기) 신입행원 특이자’란 제목의 문건이 있다. 문건에는 정우택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신한은행 고위층에 김아무개씨의 채용을 청탁한 것으로 나와 있다. 문건의 ‘비고’란에는 ‘thru 정우택 의원’이라 적혀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사정 당국 관계자는 “내부 자료에 등장하는 ‘thru’는 채용을 처음 부탁한 인물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의 2015년 상반기 신입사원 모집 일정은 그해 4월15일부터 7월9일까지 진행됐는데, 당시 정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2014년 6월~2016년 5월)을 맡고 있었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재경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의원도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으로 있을 당시(2012년 7월~2014년 5월)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신문사 사주의 자녀에 대한 채용을 청탁했다. 2013년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정아무개씨의 합격을 청탁했다. 당시 신한은행은 ‘필터링 컷(Filtering Cut)’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학점과 나이 등의 기준에 미달할 경우 자동으로 탈락시켰다. 정씨는 연령 필터링 컷에 해당해 탈락했지만 청탁받은 지원자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아 부정 합격했다. 또한 1차 실무자 면접 결과 DD등급으로 탈락 대상이었지만, 평가자 몰래 등급을 임의 상향시켜 부정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영주 의원 또한 2014년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때 지역구 구의원 자녀인 오아무개씨의 채용을 청탁했다. 오씨는 1차 면접에서 탈락 대상이었지만 ‘별도의 REVIEW(재검토)’ 절차를 거쳐 부정 합격했다. 오씨는 1차 실무자 면접 결과 “논리력, 언변 다소 부족, 질문의 의도, 상대방 의견의 핵심을 파악 못 하는 느낌, 발표 시 설득력·논리력 부족”으로 탈락 수준인 DC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합격 지시가 내려오면서 면접 결과와 달리 합격했다. 2014년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은 그해 4월29일부터 시작됐는데, 김 의원은 당시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무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었다. 김 의원은 이후 고용노동부 장관(2017년 8월~2018년 9월)을 지냈는데, 당시 금감원이 금융기관의 성차별 채용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겠다며 김영주 장관에게 협조요청을 했지만 김 장관은 이를 거절했다. 정의당은 논평을 통해 “김 장관이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성차별 채용비리에 대한 금융권 전반의 전수조사와 관련해 협조를 거절하고 금감원에 떠넘긴 행태에 대해서는 탄식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해당 국회의원들은 모두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정우택 의원은 “(청탁한 사실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청탁했다는 지원자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영주 의원은 2월14일 입장문을 내고 “불법 채용청탁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해당 은행은 물론 어떤 기업에도 채용청탁을 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보다 앞서 김 의원은 시사저널 기자에게 “내가 은행 출신이긴 하지만 신한은행과는 전혀 친분이 없다. (공소장에) 내 이름이 올라가 있다면 그것은 누군가 나를 사칭하고 다닌 것 아닌가 싶다”며 “채용을 청탁한 적은 전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재경 의원 역시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다. 청탁한 일이 없고, 기억에도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 “재판 상황 지켜본 후 본격 수사”

검찰은 신한은행 인사 담당자의 유죄 입증에 최선을 다하고, 추후 상황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동부지검 관계자는 “기소된 신한은행 인사 담당자 중 일부는 채용비리 자체를 부인하는 상황이라, 아직까지는 청탁자에 대한 수사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청탁자에 대해서는 일부 확인했다. 추후 재판 상황을 지켜본 후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권혁세 전 원장의 경우, 2013년 채용 때 고교 후배인 신한은행 고위 인사에게 아들의 채용을 청탁한 정황이 나왔다. 당시 신한은행은 학점의 경우, 최상위 대학 3.0-서울 기타대 3.3-지방대 3.5 미만일 경우 자동 탈락시켰다. 권 전 원장 아들의 학점은 2.44로 필터링 컷에 해당했다. 또한 외국어 점수와 금융 관련 자격증도 없었다. 권 전 원장은 “아들이 당시 신한은행을 비롯한 여러 곳에 지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채용청탁과 관련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권 전 원장은 시사저널 인터넷판 보도(2월13일자 “[단독]권혁세 전 금감원장 등 금감원 간부, 불법 채용청탁 의혹” ) 이후 “아들이 신한은행에 지원한 건 내가 퇴직한 후인 2013년 하반기 공채다. 그리고 지원한 것은 맞으나 합격하지는 않았다. 불합격됐는데도 채용청탁으로 합격한 것처럼 왜곡됐다”고 알려왔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아무개 당시 금감원 부원장보는 아들의 채용을 청탁했다. 이 부원장보는 은행·비은행 검사 담당이었다. 이 부원장보는 2015년 4월경 신한은행 고위층 인사에게 “2015년도 상반기 신한은행 채용에 아들이 지원했다”고 말했고, 이후 그의 아들이 합격 처리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이 부원장보의 아들은 2015년 5월29일 면접에서 탈락 수준인 DD등급을 받았으나, BB로 수정됐다. 이에 맞춰 면접 의견도 기존의 “산만하고 소극적인 자세,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 대고객 업무에는 적합하지 않음”에서 “큰 키의 호감형으로 창구 적합도 양호, 입행 준비 또한 양호한 점 고려, 외국어 역량, 금융권 준비사항 등을 고려해 B로 평가하고자 함”으로 바뀌었다. 
권혁세 전 금감원장 ⓒ 시사저널 박은숙
권혁세 전 금감원장 ⓒ 시사저널 박은숙

“청탁자에 대한 엄중한 수사 진행돼야”

조아무개 당시 금감원 부원장은 2013년 상반기 채용에서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 조카의 채용을 청탁했다. 이 전 장관 조카는 연령 제한에 걸려 필터링 컷 대상자였으나 서류전형을 통과했고, 2차 임원 면접에서도 불합격 점수를 받았으나 점수 조작으로 최종 합격했다. 김아무개 당시 금감원 기획조정국장이 청탁한 양아무개씨도 연령 초과로 서류조차 통과할 수 없었으나 2013년 상반기 신입사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금감원은 채용비리와 관련해 신한은행에 ‘경영 유의 및 개선’ 처분을 내렸다. 금감원은 지난 2월7일 신한은행에 △직원 채용관련 서류보존 절차 미흡 △인사·채용정보 전산시스템 운영 관련 내부통제 미흡 △직원 채용관련 선발기준 불합리 등을 개선하라고 통보했다.  개선처분은 금융회사의 주의 또는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 지도적 성격의 조치다. 지난해 금감원은 신한은행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를 실시했는데, 임직원 자녀 채용 등 모두 22건의 특혜 채용 정황을 적발해 이를 서울동부지검에 이첩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채용비리 관련자에 대한 증인신청을 하지 않았고, 금감원도 채용비리와 관련한 조사 결과를 검찰에 넘길 때 청탁자를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국회의원과 금감원 등 청탁자를 비호하기 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검찰수사에서 청탁자에 대한 엄중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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