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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신한은행 신입채용 청탁자 명단 및 검찰 공소장 입수
권 전 원장은 아들, 부원장은 이규성 전 장관 조카 채용청탁 정황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원장 등 금감원 전 고위 간부들이 신한은행에 불법 채용청탁을 한 의혹이 불거졌다. 이들이 자신의 아들은 물론 전직 장관 조카의 채용을 청탁한 정황이 나왔다. 은행을 관리·감독해야 할 금감원이 오히려 채용 비리에 연루되면서 검찰 수사를 받을 처지가 됐다.  시사저널은 검찰이 압수수색한 신한은행 내부 자료 중 2013~15년 신입채용 청탁자 명단 일부와 채용비리로 기소된 신한은행 관계자에 대한 검찰 공소장 등을 단독 입수했다. 공소장에 첨부된 범죄일람표에는 당시 채용 청탁을 한 150여 명의 명단이 포함돼 있다.  시사저널 취재결과, 신한은행은 국회의원·금감원 직원 등 영업과 감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 사람이 채용 청탁을 하면 ‘특이자 명단’으로 별도 관리했다. 특이자 명단에 올라 간 지원자의 서류·면접 비고란에는 ‘得(득)’이라고 표시됐고, 서류전형 부정 통과와 면접점수 조작이 이뤄졌다.
권혁세 전 금감원장 ⓒ시사저널 유장훈
권혁세 전 금감원장 ⓒ시사저널 유장훈
권 전 원장의 경우, 2013년 상반기 채용 때 고교 후배인 신한은행 고위 인사에게 아들의 채용을 청탁한 의혹이 있다. 당시 신한은행은 학점과 나이 등을 기준으로 ‘필터링 컷(Filtering Cut)’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학점의 경우, 최상위 대학 3.0-서울 기타대 3.3-지방대 3.5 미만일 경우 자동 탈락시켰다. 권 전 원장 아들의 경우 학점이 2.44로 필터링 컷에 해당했다. 또한 외국어 점수와 금융관련 자격증도 없었다. 그러나 권 전 원장의 아들은 최종 합격했다. 권 전 원장은 “아들이 당시 신한은행을 비롯한 여러 곳에 지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채용청탁과 관련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취재 결과 권 전 원장의 아들은 합격했지만 신입행원 교육에는 참석하지 않아 최종적으로 입사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해 권 전 원장은 보도 이후 “아들이 신한은행에 지원한 건 내가 퇴직한 후인 2013년 하반기 공채다. 그리고 지원한 것은 맞으나 합격하지는 않았다. 불합격됐는데도 채용청탁으로 합격한 것처럼 왜곡됐다”고 알려왔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아무개 당시 금감원 부원장보는 아들의 채용을 청탁했다. 이 부원장보는 당시 은행·비은행 검사 담당이었다. 이 부원장보는 2015년 4월경 신한은행 고위층 인사에게 “2015년도 상반기 신한은행 채용에 아들이 지원했다”고 말했고, 이후 그의 아들이 합격처리 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이 부원장보의 아들은 2015년 5월29일 면접에서 탈락 수준인 DD등급을 받았으나, BB로 수정됐다. 이에 맞춰 면접 의견도 기존의 “산만하고 소극적인 자세,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 대고객 업무에는 적합하지 않음”에서 “큰 키의 호감형으로 창구 적합도 양호, 입행 준비 또한 양호한 점 고려, 외국어 역량, 금융권 준비사항 등을 고려해 B로 평가하고자 함”으로 바뀌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조 아무개 당시 금감원 부원장은 2013년 상반기 채용에서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 조카의 채용을 청탁했다. 이 전 장관 조카는 연령 제한에 걸려 필터링 컷 대상자였으나 서류 전형을 통과했고, 2차 임원 면접에서도 불합격 점수를 받았으나 점수 조작으로 최종 합격했다. 김 아무개 당시 금감원 기획조정국장이 청탁한 양 아무개씨도 연령 초과로 서류조차 통과할 수 없었으나 2013년 상반기 신입사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청탁자에 대한 증인신청을 하지 않았고, 금감원도 채용비리와 관련한 조사 결과를 검찰에 넘길 때 청탁자를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국회의원과 금감원 등 청탁자를 비호하기 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검찰 수사에서 청탁자에 대한 엄중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세한 내용은 2월18일 발매되는 시사저널 1531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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