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독자적 이슈몰이에 전당대회 셈범 복잡해진 한국당
"구독자수가 4만, 조회수는 60만을 넘어섰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여느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멘트와 별반 다르지 않다. 65세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여세를 몰아 구독자수 100만, 조회수 1000만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고픈 이유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TV 홍카콜라' 개국…예상보다 더 '시끌시끌'
홍준표 전 대표는 12월18일 유튜브 1인 방송 'TV 홍카콜라'를 시작했다. 첫날부터 각종 현안과 관련해 의견을 쏟아냈다. 아무리 유튜브에서 자극적인 콘텐츠가 인기라 하더라도 방송 초반부터 구독자수를 끌어모으긴 쉽지 않다. 적응기를 거치며 타깃 수용자 조정, 콘텐츠 보완 등 끝에 인기 유튜버로 거듭나는 게 일반적이다. 그에 반해 홍 전 대표는 곧바로 성과를 냈다. 무기는 대중 인지도와 상상을 초월하는 고(高)수위 발언이었다.
특히 홍 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11월 체코 방문을 거론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서울 답방 성사를 위해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거란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체코엔 김정일 일가의 해외 비자금을 총괄하던 김평일이 대사로 가 있다. 또 체코와 북한은 긴밀한 거래 관계에 있는 나라"라며 "북한은 김대중·노무현정권 시절 68억 달러를 지원받았는데, 거기다 (남북) 정상회담 대가로 비밀리에 받은 돈도 5억 달러가 있다. 절대 무상으로 정상회담을 해주지 않는 북한이 답방도 무상으로 하지 않을 거다"라고 밝혔다. 이어 "과거처럼 은행을 통해 북한에 현금을 전달하는 방식은 미국의 경제 제재 때문에 불가능할 것"이라며 "남은 건 현찰이다. 과연 어떤 거래가 이뤄졌는지 문재인 정부 힘이 빠질 때 본격적으로 조사해 보겠다"고 예고했다.
1인 방송을 시작한 홍 전 대표의 벤치마킹 대상은 다름아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홍 전 대표는 12월19일 페이스북에서 "트럼프가 트위터 하나로 미국의 반(反)트럼프 전 언론을 상대하듯 저도 TV 홍카콜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땅의 기울어진 언론 환경을 반드시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구독자수 100만, 조회수 1000만을 목표로 해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정치권은 크게 술렁였다. 조승현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보수의 자멸을 보여주는 듯한 홍 전 대표, 실소와 탄식을 동시에 자아내는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앞에 분노조차 아깝다"고 비판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망상주의자가 되기로 했나. 병원 치료가 시급해 보인다"며 "'TV 홍카콜라'는 가짜뉴스와 막말로 점철된 막장 드라마 같은 홍 전 대표 정치인생의 정수"라고 힐난했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남북관계에 대한 수구꼴통적 인식도 그대로고, 급변하는 동북아정세에 대한 시각도 편협하기 이를 데 없다"고 지적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극우보수 세력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야말로 '집중포화'다.
비난·희화화 대상에서 어느새 한국당 유력 당권주자로
홍준표 전 대표가 속한 자유한국당마저도 표정관리가 힘들다. 한국당은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 선출, 당 쇄신 작업, 추가 복당·입당 러시, 보수우파 통합론 등으로 이슈몰이 중이었다. 지지율도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런 새 바람과는 거리가 먼 홍 전 대표의 돌출행동이 반가울 리 만무하다. 홍 전 대표 역시 인터넷상 활동과 관련해 한국당을 언급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자유대한민국·프리덤코리아를 위하여' '네이션 리빌딩(국가 재건)' 등을 외치며 한국당과는 다른 보수 운동을 주창하고 있다. 이는 한국당 내에서 친홍(親홍준표) 세력이 잔뜩 위축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에서 홍 전 대표가 당권에 도전할 경우 그를 제명하려 하는 중'이란 보도까지 나와 파장이 일었다. 한국당 측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혼란스런 당내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튜브 'TV 홍카콜라' 구독자는 12월20일 오전 8시 현재 5만7000명을 넘어섰다. 구독자수가 늘어날수록 정부·여당은 물론 한국당도 골머리를 앓게 되는 모양새다. 더구나 한국당은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새 대표는 강력하고 새로운 리더십으로 친박과 비박, 복당파 등 계파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 오는 2020년 총선엔 한국당의 명운이 걸려 있다. 지난 6월 총선 참패 후 뒤안길로 사라지나 싶던 홍 전 대표는 최근 들어 심심찮게 한국당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모습이다. 일각의 희화화와 조롱에도 어느새 존재감을 부쩍 늘렸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홍 전 대표가 전당대회를 앞둔 한국당 내에서 여전히 가장 신경쓰이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그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언급했다. 박 전 의원은 "(홍 전 대표가) 출마하게 되면 한국당 전당대회 구도는 홍준표 대(對) '엑스(X)'가 될 듯하다. 한국당 내부의 그 누구보다 여전히 말의 힘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라며 "(한국당 당권주자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정우택 의원, 김진태 의원 등 여럿이 거론되는데, 어쨌든 그 구도에서 절반가량은 홍 전 대표의 몫일 거라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