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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의 뇌 구조로 살펴본 한국인의 불행 3대 요소

[편집자주]  

과거보다 국가 경제력은 높아졌지만, 국민 개인의 삶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맞벌이를 해도 노후 설계는 언감생심입니다. 근로시간을 줄이고 있지만 여전히 외국보다 오래 일합니다. '우리는 행복한가?' 이 의문을 가지고 시사저널은 행복을 생각해보는 연말 특집 [우리는 행복합니까]를 6회에 걸쳐 마련합니다. 불행하다는 사람과 행복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우리 삶의 과거와 미래도 짚어보겠습니다. 또 전문가와 함께 행복의 조건을 고민하는 시간도 갖겠습니다. 

 

그래픽 = 시사저널 양선영


 

※ 생동감을 위해 아래 6인의 말은 구어체로 전달하겠습니다.

 

한국인은 불행하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은 50위 언저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2018년 한국은 156개국 중 57위였다. 2013년 최고 41위에 도달한 뒤로 16단계나 곤두박질쳤다. 우리는 왜 불행한 걸까.

 

“나는 불행하다”고 말하는 6인을 만났다. 살면서 한 번쯤은 만나 봤을 평범한 사람들이다. 20대 취업준비생 2명, 직장인 2명, 40대와 60대 주부다. 이들은 “당신은 행복합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모두 “다른 사람보다 특별히 불행한 것 같진 않은데, 그렇다고 행복하지도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이들은 왜 행복하지 않다는 걸까. 6인의 생생한 말을 통해 평범한 한국인들의 불행을 살펴봤다.

 

그래픽 = 시사저널 양선영

 

불행1. 불황과 취업난에 아등바등…결국 지치다

 

6명은 돈벌이를 가장 걱정했다. 취업했든 안 했든 지갑 사정을 고민하는 건 똑같았다. 취업준비생은 취업이 안 돼 힘들어했고,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고통스러웠다. 일하는 엄마들의 사정도 비슷했다. 돈을 버는 만큼 빠져나가는 게 많아서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이들에게 돈 걱정은 상수였다.

 

“돈 걱정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지금은 더 불안해요. 언제까지 이렇게 힘들 건지 감이 안 잡히니까…. 몸은 하나둘씩 망가지고 있는데 자식새끼들은 커서 시집․장가간다고 하지…. 난 벌어둔 게 없는데 혼수는 어떻게 마련해줘야 하나 눈앞이 캄캄하고…. 막내는 아직도 취업 못 해서 난리지…. 웬만해선 참겠지만 지금은 탈출구가 안 보이니까 답답하죠. 주방 일해서 버는 푼돈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나 싶고….”

 

식당에서 주방 보조로 일하는 60세 여성 이미옥씨의 얘기다. 이씨는 “아등바등 살기도 지쳤다”면서 연신 말끝을 흐렸다. 그는 남편의 벌이가 시원찮아진 이후 8년째 주방 보조로 일하고 있다. 일주일에 하루 쉬고 받는 월급은 220만원 정도다. 그사이 무릎이 망가져 걸음걸이가 불편해졌다. 이씨는 얼마 전 첫째 아들의 상견례를 마쳤다. 이미 아들 내외의 뱃속엔 손주가 자라고 있다. 아들은 혼수가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엄마의 마음은 다르다. 이씨는 “빚을 내서라도 아들 결혼 자금을 보태고 싶은 게 엄마의 자존심”이라고 말했다. 8년 전 재수 끝에 대학에 입학한 막내아들은 아직도 취업 준비 중이다. 그는 해외로 유학을 할 테니 지원을 해달라며 매일 밤 이씨를 괴롭힌다. 이씨는 매일 아침 출근을 할 때마다 한숨을 내쉰다고 한다.

 

반대로 결혼 압박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30세 직장인 김승율씨가 있다. 유통업계에 취직한 지 3년 차인 김씨는 5년째 연애 중이다. 집안에선 하루빨리 결혼하라고 난리지만, 김씨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 

 

“결혼하고 애 낳으려면 지금 연봉으론 안 돼요. 여자친구랑 서로 쥐꼬리만 한 월급 합쳐봤자 애 하나도 잘 못 키울 거예요. 연봉 올리려면 승진을 신경 써야 하지만 상사 비위 맞추는 거 정말 못하겠어요. 지금 삶도 나쁘지 않은데 양가 집안에서 워낙 뭐라 하시니까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김씨와 학교 선후배 사이인 27세 남성 박지훈씨는 오히려 김씨가 부럽다. 박씨는 대기업에서 2개월 인턴 근무 후 정직원 전환 여부가 결정된다. “선배(김씨)는 그대로 취업하셨지, 저는 목숨이 간당간당한 처지잖아요. 어떻게든 이번에 취업하려고 어찌나 애썼는데요. 동기들과 경쟁해야 해서 피곤에 절어 있는 참이었는데, 잘 만나던 여자친구와도 얼마 전에 헤어졌어요. 자기보다 일이 먼저인 게 싫대요. 나름 행복한 미래를 꿈꿨는데, 사랑도 일도 제 마음대로 안 되네요.”



불행2. ‘소확행’에도 상대적 박탈감…진짜 행복 아니다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는 것도 문제였다. 2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유윤진씨(24)는 “삶의 의미를 못 느낀다”면서 운을 뗐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유행한다고 하는데 그게 오히려 더 화나는 거예요. 저한테는 소확행이 유튜브에서 재밌는 영상 보는 건데, 화면 끄고 나면 얼마나 허탈한지 아세요. 그저 짧은 시간 안에 최대 행복을 누리려고 소확행을 찾는 거잖아요. 근데 그 순간이 끝나면 더 허무해져요. 나중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유예한다고 하는데, 그 나중이란 게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그럼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하는데, 행복할 시간도 없고 돈도 없어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예요.”

 

스스로 ‘SNS 중독자’라고 표현한 조아름(21․여)씨의 생각도 같다. 

 

“일상의 고통을 잊으려고 SNS를 자주 하는 편인데 그게 오히려 저를 옥죄는 느낌이에요. 처음엔 좋다, 맛있다, 재밌다고 느끼는 것들이 행복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그걸 집착하고 탐닉하면서 제 눈은 충혈돼요. 이걸 SNS에 올려야지, 댓글 확인해야지 하고서 또 남들이 올린 거 보면 허무해져요. 그들이 저보다 더 잘 사는 것 같아서…. ‘역시 돈 쓰는 게 최고야’라고 자위하면서도 ‘에이 다 이러고 사는 거지’라고 결론 내리는 이 찜찜함….” 

 

 

불행3. 미세먼지와 폭염·한파…어쩔 수 없어 더 고통스럽다

 

6인은 모두 “날씨 때문에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바람 잘 날 없는 미세먼지 공습과 50도가 넘는 연교차에 바깥 활동을 할 수 없어 더 괴롭다는 것이다. 산뜻한 공기와 맑은 하늘을 보면 스트레스가 풀릴 수 있는데, 그런 날은 손에 꼽는다.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려면 또 돈이 든다. 고통이 풀릴 새 없이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초등학생 아이 둘을 키우는 박지은(44․여)씨는 더 힘들어했다. 기관지가 안 좋은 첫째 아들은 미세먼지가 조금만 나빠져도 하루 종일 기침을 했다고 한다. 

 

“미세먼지 심했던 지난 겨울과 봄엔 정말 한국을 탈출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폭염 때문에 떠나고 싶고요. (박씨를 만난 건 폭염이 절정에 다다른 지난 8월 초였다.) 날씨만 좋아도 살만할 것 같은데 이건 인간이 어쩔 수 없는 문제잖아요. 한국에서 태어나게 해서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할 따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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