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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대의명분보다 먹고사는 게 시급”…文정부 핵심 지지층 이탈 현실로

81%→75%→60%→53%. 집권 3년 차를 앞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높은 81%로 시작한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18개월 만에 53%까지 주저앉았다. 경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지지층의 이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영자(20대·영남·자영업자 이탈) 현상’이라는 신조어를 내놓기도 했다. 20대 청년층과 함께 높은 지지층을 형성했던 자영업자의 이탈이 현 정권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10월 기준으로 국내 자영업자 수는 577만4000명이다. 1년이 지난 올해 10월 자영업자는 566만9000명으로 10만5000명이나 줄었다. 자영업자 수가 계속 줄어들면서 올해 사상 최악의 자영업 폐업률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실핏줄 경제’를 지탱해 오던 자영업자의 몰락은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는 가계 부채 폭탄을 터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첫 월요일인 7월2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전자상거래 기업 위메프 본사에서 직원들이 정시 퇴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경제 취약 생태계 근본부터 ‘흔들’

물론, 자영업의 위기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계속되는 경기 악화로 자영업자의 사업 기반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직원보다 못한 사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자영업자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기자가 만난 한 영세 자영업자는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 생활비를 충당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데 올해는 유독 “어려움이 크다”는 말이 자영업자의 입에서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최저임금 7530원이 적용된 탓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마저 시행되면서 어려움이 배가됐다. 윤인철 광주대학교 물류유통경영학과 교수는 “소득 분배나 노동환경 개선이라는 큰 그림보다 당장 먹고사는 것이 더 급한 게 영세 자영업자들의 현실”이라며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는 우리 경제의 취약한 고리인 영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원시 권선구 탑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54)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와 같은 조건으로 올해 초 아르바이트생을 썼다가 깜짝 놀랐다”며 “새로 오른 최저임금을 적용해 보니 월 100여만원, 연 1200여만원 이상의 부담이 더 발생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편의점은 탑동 내에서도 상위권에 속할 정도로 매출이 좋았다. 66㎡(20평) 크기의 매장이지만 인근에 중학교와 아파트 단지가 있는 데다, 주통행로여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용 고객이 많은 편이다. 그런 그에게도 최저임금 인상은 운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생을 5명에서 4명으로 줄이는 대신, 김 사장이 직접 일하는 시간을 4~6시간 더 늘려 일단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내년에 또 최저임금이 인상되기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김 사장은 토로한다. 그는 “24시간 운영이라는 편의점 특성상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기도 힘든 실정”이라며 “가뜩이나 인근에 대형 마트나 골목 점포들이 입점하면서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는데, 최저임금까지 계속 올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9월 100㎡(30평) 크기의 디저트카페를 오픈한 박모씨(28)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운영이 힘들다고 토로한다. 힘들게 매장을 오픈한 만큼 수익을 내기 위해 종업원을 고용하지 않고 직접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도 200만원 정도가 수익의 전부”라며 “종업원을 고용하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에서 2018년 7530원으로 16.4%나 인상됐다. 2019년에는 8350원으로 올해 대비 10.9% 인상된다. 월 단위(주 40시간 기준)로 환산하면 174만5150원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최저임금 1만원은 단순히 시급 액수가 아니라 사람답게 살 권리를 상징한다”며 2021년 1만원 시대를 예고했다. 문제는 이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게는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 300명을 대상으로 ‘경기상황에 대한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도 비슷했다. 응답자들은 올해보다 10.9% 인상된 내년 최저임금 8350원에 대해 43.0%가 ‘매우 어렵다’, 31.7%가 ‘다소 어렵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74.7%가 ‘최저임금 인상을 감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근로자에게 저녁이 있는 삶, ‘워라밸’이 가능하도록 근로시간을 단축시킨다는 취지의 주 52시간 시행도 자영업자에게는 매출 감소라는 악영향으로 돌아오고 있다. 대표적인 오피스 상권인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주점업을 하는 권모씨(47)는 “평일 밤 10시 이후와 주말에는 손님이 뚝 끊긴다”며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5시간 정도밖에 매장을 운영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나마 겨울에는 어둠이 일찍 찾아오면서 손님들이 매장을 찾지만, 여름에는 장사하기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자영업자 74.7% “감내하기 어렵다”

근무시간 단축은 직장인들의 빠른 귀가로 연결된다. 여기에 회식 문화가 1차로 간소화되면서 오피스 상권에 있는 음식점업과 주점업의 매출이 타격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주택가 인근의 음식점과 주점들이 활기를 띠는 것도 아니다. 이로 인해 숙박·음식점업 영업이익률은 2006년 25.1%에서 2016년 11.4%로 절반 이상 줄었다.

지난해 음식점업 신규 사업자 대비 폐업신고 비율은 92%다.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0곳이 문을 열 때 9곳이 문을 닫았다는 의미다. 올해는 10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속되는 소비 위축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자영업자 매출 감소는 자연스럽게 고용률 하락과 취업자의 소득 감소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소상공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론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의 소득 증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소상공인 업종과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고용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만큼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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