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짜리 딸 폭언으로 물러난 방정오 TV조선 대표…법적 책임으로부터 물러난 건 아냐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가 11월22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10살짜리 딸이 운전기사 김아무개씨에게 폭언을 일삼아 논란이 불거진 이후다. 하지만 사퇴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비판적 시각이 여전하다. 법적 책임을 둘러싼 갈등의 씨앗이 아직 남아 있어서다.
운전기사 김씨가 MBC에 공개한 ‘고용취득신고통지서’에 따르면, 김씨를 고용한 사업장은 디지틀조선일보다. 월급도 이 회사 명의로 지급됐다. 방 대표는 디지틀조선일보 지분 7.09%를 갖고 있는 등기이사이기도 하다.
회삿돈으로 기사 급여 지급… ‘횡령’ 적용될 수도
그런데 김씨가 맡은 일은 서울 장충동의 방 대표 자택에서 그의 자녀를 등·하교시키는 것이었다. 또 방 대표 부인 이아무개씨를 수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씨는 운전 외에도 구두를 닦거나 장을 대신 보는 등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개인 비서였는데 돈은 회사에게서 받은 것이다.
이는 횡령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다. 회삿돈을 사적인 일에 썼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엔 방 대표의 아버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자택 운전기사의 급여를 회삿돈으로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 당시 2심 재판부는 무죄로 결론 내렸다. 방상훈 사장의 개인적 상황과 회사 업무의 연관성을 고려했을 때, 운전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그러나 김씨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회사 업무와 관련 없는 대표 가족의 일을 도왔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횡령 혐의로부터 자유롭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민사회단체 민생경제연구소(소장 안진걸)는 방 대표를 횡령 혐의로 고발하겠단 입장을 밝힌 상태다.
사퇴해도 과거 대표로서의 책임까지 사라지진 않아
방 대표를 발목 잡는 부분은 또 있다. TV조선이 얽혀 있는 법적 문제들이다. 10월22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명예훼손 혐의로 TV조선에 대한 고발을 예고했다. TV조선이 “인천공항 협력업체 채용 과정에 민노총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을 보도한 것과 관련해서다.
또 9월엔 정석영 TV조선 보도본부 부국장이 국정농단 보도 방해 혐의로 고발된 적이 있다. 앞서 ‘드루킹’ 출판사에 무단 침입해 절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TV조선 기자는 지난 6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은수(법무법인 지우) 변호사는 11월26일 “일련의 사건에 대표가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면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직위를 내려놓더라도 과거 대표이사로서 했던 일에 대한 책임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란 뜻이다.
일각에선 방 대표의 사퇴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TV조선의 단일 최대주주는 지분 20%를 보유한 조선일보사(社)다. 이곳은 방상훈 사장 일가가 지배하고 있다. 즉 방 대표가 주주총회를 통해 TV조선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의 현 사퇴가 큰 파급력을 지니지 못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