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섭의 the건강] 채소 그림 보여주기·채소 놀이·부모가 채소 먹는 모습 보여주기
아이는 왜 채소를 싫어할까요? 미각은 어릴 때 예민한데, 특히 쓴맛에 민감합니다. 채소나 발효식품은 대체로 쓴맛이 납니다. 아이들은 이 맛을 '쓰다'가 아니라 '그냥 맛이 없다'로 표현합니다. 그래서 쓴맛이 나는 채소를 즐기지 않는 겁니다.
성장하면서 미각은 둔해지고 쓴맛을 학습합니다. 커피, 차, 술, 채소 등의 쓴맛에 길드는 겁니다. 그렇다고 아이가 쓴맛을 즐길 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어떻게든 아이에게 채소를 먹이려고 합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채소를 억지로 먹이려고 합니다. 이런 방식보다 조금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은 어떨까요? 물론 아이에 따라 효과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방법이 어렵지 않으니 한번 시도해볼 만합니다.
그 방법이란 아이에게 채소 그림을 자주 보여주는 겁니다. 또 채소 놀이를 병행하면 효과가 배가됩니다. 상주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영양사가 지난해 6∼8월 유치원 원아 56명을 대상으로 급식 시간에 6가지 채소 보여주기(단순 노출)와 채소 놀이를 수행했습니다.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채소 그림을 보여주거나 매주 3회 이상 채소 놀이를 한 겁니다. 그랬더니 아이의 채소 섭취량이 2배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연구팀은 아이에게 제공한 채소 30g 중 5g을 먹으면 1점, 10g을 먹으면 2점으로 환산했습니다. 본래 아이의 평균 채소 섭취량은 1.6점이었습니다. 아이는 평소 급식에 나온 채소의 25%만 섭취한 셈입니다. 4주간 아이에게 채소 그림을 보여준 후 아이의 채소 섭취 점수는 2.6점으로 올랐습니다. 채소 섭취량이 1.5배 가까이 늘어난 것입니다. 별도 교육을 하지 않더라도 채소 노출을 통해 채소가 익숙해지면 아이의 채소 섭취량이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교육 기간이 길수록 채소 섭취량은 더 증가했습니다. 단순 채소 그림 노출과 함께 채소 놀이를 주 3회씩 4주간 시행한 후 아이의 평균 채소 섭취량 점수는 3.5점으로 늘었습니다.
또 유치원 양육교사가 채소를 즐길수록 아이는 채소를 더 많이 먹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부모가 채소를 먹는 모습을 아이에게 자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아이에게 채소를 억지로 먹이기보다는 이런 방법을 써보는 것이 유익하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