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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학생 집단폭행 추락사…추락 원인, 범행 고의성 등 5대 미스터리 집중 조명

인천의 한 중학교에 다니던 A군(14)은 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 국적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가 이혼하면서 어머니와 단둘이 생활해 온 다문화 한 부모 학생이 됐다. A군은 또래 친구들과 다른 외모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해 왔다.

A군은 초등학교 동창인 B군(14)의 소개로 C군 등을 알게 됐다. 다른 중학교에 다니던 이들은 종종 A군의 집에 놀러왔다. 이럴 때마다 A군의 어머니(36)는 이들에게 피자를 사주는 등 극진하게 챙겨줬다. 하지만 B군 등은 A군을 집단으로 따돌리고 괴롭히기 시작했다.

11월13일 새벽 2시쯤 B군 등 4명(남자 3명, 여자 1명)은 PC방에 있던 A군을 인근 공원으로 불러냈다. 이들은 A군이 갖고 있던 14만원 상당의 전자담배를 빼앗고, 옷(패딩)을 벗겼다. 이어 A군을 무릎 꿇게 하고 무차별 폭행했다. A군이 “살려 달라”고 애원했지만 폭행은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A군을 이곳저곳으로 끌고 다니며 폭행했다.

A군은 피를 흘릴 정도로 맞았고, 입고 있던 흰색 티셔츠는 피로 얼룩졌다. B군 등은 A군의 피 묻은 티셔츠를 벗기고 몇 차례 더 폭행했고, 참다못한 A군은 이들을 피해 달아났다. B군 등이 A군의 피 묻은 티셔츠를 태웠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같은 날 오후 B군은 A군에게 “전자담배를 돌려줄 테니 나오라”며 연수구 청학동의 한 15층 아파트로 유인했다. 오후 5시20분쯤 A군이 나오자 옥상으로 강제로 끌고 간 뒤 폭행하기 시작했다.

 

ⓒ 일러스트 정재환


 

“가해자를 살인죄로 처벌해 달라” 청원

약 1시간20분 후인 오후 6시40분쯤, A군은 이 아파트 1층 화단에 쓰러져 숨진 채 경비원에게 발견된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아파트 현관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A군이 B군 등 4명과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들을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하고 긴급체포했다.

B군 등은 경찰에서 “(A군이) 얼마 전 초등학교 동창생과 휴대전화로 통화하면서 ‘네 아버지의 얼굴이 못생긴 인터넷 방송 진행자를 닮았다’고 놀려 화가 나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군의 추락에 대해서는 “폭행 중 밀거나 사망한 뒤 떨어뜨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가해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A군이) ‘자살하고 싶다’면서 옥상 난간에 매달렸고 우리가 말렸다”고 말했다. A군에 대한 폭행을 숨기고 자살한 것처럼 입을 맞췄던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 CCTV를 증거로 내밀며 추궁하자 그때서야 폭행 사실을 시인했다. 폭행 현장인 아파트 옥상 바닥에서 A군의 혈흔이 발견됐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군의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몸에서 다수의 멍 자국이 발견되고, 다발성 골절과 장기파열 등 추락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냈다. 즉 직접적인 사망원인은 ‘추락’이며 A군이 화단으로 떨어질 때까지는 살아 있었다는 뜻이다. 이에 근거해 경찰은 가해자들을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도 드러났다. B군 등은 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 남동경찰서 유치장을 나서면서 포토라인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모두 야구모자를 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이후 A군의 어머니는 이 사건 관련 인터넷 기사에 “이들이 우리 아들을 죽였고, 저 패딩도 우리 아들 것”이라는 댓글을 러시아어로 달았다. 실제 가해자 중 한 명이 전군에게서 뺏은 베이지색 패딩점퍼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패딩은 당일 새벽 공원에서 뺏은 것으로 같은 날 아파트 옥상으로 갈 때도 입었고, 이후 구속될 때까지 쭉 입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옷은 A군 어머니가 1년 전 20여만원을 주고 아들에게 사준 것이다.

경찰은 “가해자들이 긴급체포돼 유치장에 입감되고 구속될 때까지 집에 갈 일이 없어 옷을 갈아입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패딩점퍼를 빼앗아 입은 부분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법률 적용을 검토하는 등 엄정하게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건 발생 이틀 후인 11월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피해자) 아이의 죽음이 왜곡되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를 부탁한다”며 “가해자들을 살인죄로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자는 “피해자는 우리 교회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체구가 작고 마음이 여린 아이”라며 “초등학생 때부터 일부 아이들의 괴롭힘으로 인해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해자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적부터 알고 지낸 또래 친구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문화가정에서 힘들고 외롭게 살던 아이였는데 죽기 전까지도 고통받았을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진다”고 덧붙였다. 청원자는 “가해자들은 벌써 (A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옥상에서 왜 떨어졌나

이 사건의 최대 의문점은 A군이 왜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했느냐는 것이다. 추락 원인에 따라 고의성이 입증되면 ‘살인’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사건 현장인 아파트 옥상은 CCTV가 설치돼 있지 않고, 목격자도 없는 상태다. 해당 아파트 측에 따르면, 평소 옥상 문은 잠겨 있었기 때문에 이곳으로 올라가려면 외부 계단을 통해야만 한다. A군과 가해자들이 계단과 옥상 난간 틈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갔다는 얘기다.

현재는 가해자들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입을 맞췄을 가해자들의 말을 그대로 믿기도 어렵다. A군이 옥상에 올라간 후 시신으로 발견되기까지 1시간20분 정도 시간차가 존재한다. 가해자들이 입을 맞추거나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다며 얼마든지 가능한 시간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A군의 추락은 크게 4가지로 추정된다.

첫째, 가해자들 말대로 A군 스스로 뛰어내렸을 가능성이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해당 아파트 옥상 난간의 높이는 1m 정도 된다. A군이 뛰어내렸다면 두 손으로 난간을 붙잡고 한쪽 발을 난간 끝에 댄 후 힘을 실어서 올라가야 한다. 왜소한 체격의 A군이 집단폭행을 당한 후 한순간에 뛰어넘기 힘든 높이인 것이다.

또 이 과정이 최소 몇 분은 걸려야 한다. 당시 가해학생들이 A군을 둘러싸고 있었다면 얼마든지 제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처음 시도했을 때 막았다면 기력이 떨어진 A군이 다시 시도하기도 쉽지 않다.

둘째, 가해자들이 A군에게 뛰어내리도록 강요했을 수도 있다. 가해자 중 한 명이 A군이 뛰어내리는 것을 잡았지만 옷이 벗겨지면서 막지 못했다고 했다. A군은 떨어지고 A군이 입고 있던 옷은 벗겨지면서 실외기 위에 떨어졌다는 것도 신뢰성이 떨어진다.
왜냐면 A군이 뛰어내리지 못하게 제지했다면 옷만 벗겨지고 몸만 쑥 빠져나가 떨어졌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해자들이 A군의 상의를 벗긴 후 떨어지게 한 다음 옷을 아래로 떨어뜨려 상황을 조작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셋째, A군을 폭행한 뒤 옥상에서 밀어 계획적으로 살해했을 가능성이다. 넷째, A군이 집단폭행을 당한 후 숨을 쉬지 않자 죽은 것으로 착각했을 수도 있다. 가해자들은 A군이 자살한 것으로 상황을 조작하기 위해 아래로 던졌을 수도 있다. 위의 네 가지 가능성으로만 보면 국과수 소견대로 A군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추락한 것이 된다.

다섯째, A군이 사망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추락한 것으로 위장했을 수도 있다. A군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경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학생이 떨어져 있다고 주민이 왔더라”면서 당시 주민이 허겁지겁 왔다고 기억했다.

경비원은 현장에 바로 갔고 A군의 몸에 손을 대봤다고 했다. 그때 A군의 다리를 만져보니까 얼음장같이 차가웠다고 한다. 사람은 숨이 멎은 후라도 곧바로 체온이 식지 않는다. 당시 날씨 등 외부 요인 등을 감안하더라도 A군이 일정시간이 지난 후에 발견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천에서 중학생이 또래 학생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뒤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진 사건과 관련해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11월22일 ‘학교폭력예방 특별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고의성 입증 쉽지 않아

이런 의혹에도 불구하고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가해자들에게 어떤 형사적 책임을 물을지는 오로지 경찰수사에 달려 있다. 경찰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가해자들은 만 19세 미만으로 소년법 적용을 받는다. 살인 의도가 증명되면 일반 형법이 적용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럴 경우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자칫 ‘죽은 자만 억울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는 것이다.

현행 소년법은 만 18세 미만 청소년이 사형 및 무기징역형에 해당하는 죄를 저질러도 최대 형량을 징역 15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다만 미성년자 유괴·살인 등 특정강력범죄의 경우 최고형이 징역 20년이다.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에서 주범인 김아무개양은 소년법 적용을 받아 최고형인 20년이 선고됐다.

2014년 4월에 일어난 김해 여고생 살인 사건의 범인들도 20대 남성들은 최대 무기징역에서 최하 징역 35년을 선고받았지만, 10대들은 최고 장기 9년, 단기 6년과 최하 장기 7년, 단기 4년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다.

2015년 10월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50대 여성과 20대 남성이 길고양이 집을 짓다가 옥상에서 초등학생이 던진 벽돌에 맞았다. 이 중 50대 여성이 사망하고 20대 남성은 중상을 입었다. 하지만 해당 초등학생은 촉법소년에 해당돼 형사책임을 면할 수 있었다.

미성년자들의 범행은 갈수록 흉폭하고 잔인해지는 추세다. 재범률도 높다. 2012년 이후 최근 5년 동안 보호관찰대상인 청소년의 재범률은 평균 10.9%로 파악된다. 성인 재범률 4.5%와 비교해 보면 두 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더 이상 ‘청소년’이나 ‘미성년자’라고 해서 보호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정부도 이런 국민 여론을 반영해 소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행정부와 입법부의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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