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 31언더파 257타 최다 언더파, 최저타 대기록
아쉬운 한 해였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태국의 ‘골프 스타’ 아리야 주타누간(23)의 독무대였다. 주타누간은 3승을 거두며 올해의 선수를 비롯해 상금왕, 평균 최저 타수(베어트로피), CME 글로브 포인트, 리더스 톱10 등 5개 부문의 상을 모두 휩쓸었다. 다승왕은 3승으로 박성현(25·KEB하나금융그룹)과 타이다.
세계랭킹을 놓고 막판 뒤집기에 나섰던 박성현은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주타누간에게 밀려 결국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다만, 한국은 고진영(23·하이트)이 신인상을 수상했고, 유소연(28·메디힐)은 LPGA투어의 가치와 정신을 잘 표현하는 행동으로 타의 모범이 되는 선수에게 주는 윌리엄 앤드 마우지 파월 어워드를 받았다.
박성현, 세계랭킹 1위 10주 동안 지켜
한국 선수들은 올해 32개 대회에서 9승을 일궈냈다. 박성현이 혼자 3승을 따냈고 박인비(30·KB금융그룹), 고진영, 지은희(32·한화큐셀), 유소연, 김세영(25·미래에셋), 전인지(24·KB금융그룹)가 1승씩 더해 9승을 올렸다. 재미교포까지 포함하면 13승이다. 이민지(호주), 미셸 위(미국·한국명 위성미), 애니 박(미국·한국명 박보선), 리디아 고(뉴질랜드·한국명 고보경) 등이 정상에 올랐다.
한국은 2015년 15승, 2016년 9승, 2017년 15승에 이어 올해까지 4년 연속 LPGA투어 최다승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또한 한국 선수들은 각종 LPGA 타이틀을 주타누간에게 내주긴 했지만 ‘대기록’을 작성하며 ‘코리아 브랜드’를 알리는 데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다.
주연은 박성현·고진영·김세영·유소연 등이다. 주타누간에게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에 올라 있는 박성현은 10주 동안이나 1위에 올라 한국 선수의 위상을 높였다. 특히 박성현은 지난해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에 이어 올해도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며 ‘이름값’을 했다. 박성현은 올해 2번이나 연장전을 치르며 우승하는 뚝심을 발휘했다.
7월2일 미국 일리노이주 킬디어의 캠퍼 레이크스 골프클럽(파72·6741야드)에서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365만 달러). 박성현은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골라내며 3타를 줄여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유소연, 하타오카 나사(일본)와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들어갔다. 18번홀(파4)에서 진행된 1차 연장에서는 혼자 버디를 잡지 못한 하타오카가 탈락했다. 16번홀(파4)에서 치러진 2차 연장에서는 박성현이 ‘위닝 버디’를 챙겼다. 우승상금 54만7500달러(약 6억1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고진영, 데뷔전서 우승…67년 만에 대기록
지난해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미국 무대에 ‘무혈입성’한 고진영은 미국 골프사를 다시 썼다. 고진영은 공식 데뷔전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슈퍼루키’ 등장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고진영은 2월18일 호주 애들레이드의 쿠용가 컨트리클럽(파72·6599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총상금 130만 달러) 최종일 경기에서 3타를 줄여 4라운드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추격전에 나선 최혜진(19·롯데)을 3타차로 따돌리며 우승했다. 고진영은 LPGA투어에서 67년 만에 사상 두 번째로 공식 데뷔전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달성했다. 이전의 LPGA투어에서 공식 데뷔전 우승은 1951년 이스턴오픈에서 베벌리 핸슨(미국)이 처음이었다. 물론 고진영은 LPGA투어 대회 출전이 처음은 아니다. 이 대회는 LPGA투어 멤버 자격을 갖고 처음 나선 공식 데뷔전이다. 고진영은 지난해 초청선수로 출전한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LPGA투어 카드를 손에 넣었다.
김세영, 72홀 최저타 진기록 작성
한국여자프로골프가 세계 골프사에 영원히 남을 진기록을 수립했다. 주인공은 ‘매직 레드 팬츠’ ‘역전의 명수’로 불리는 김세영이다. 김세영은 LPGA투어 사상 72홀 역대 최저타와 최다 언더파 기록을 동시에 갈아치웠다. 김세영은 7월6일 미국 위스콘신주 오나이다에서 열린 LPGA투어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총상금 200만 달러)에서 최종일 4라운드에서 무려 7타를 줄여 31언더파 257타(63-65-64-65)를 쳐 2위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를 9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이를 지켜본 전 세계 골프팬들은 ‘작은 거인’의 ‘깜짝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김세영의 이 대기록은 LPGA 72홀 최저타로 2004년 카렌 스터플스(미국)의 기록 22언더파 258타를 1타 더 줄인 것이다. 그의 72홀 최다 언더파는 ‘원조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2001년 세운 27언더파 261타와 자신이 2016년 3월 파운더스컵에서 세운 타이기록에서 4타를 늘린 것으로, 앞으로 쉽게 깨지지 않을 경이로운 성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세영의 최저타수는 2003년 어니 엘스(남아공)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르세데스 챔피언십에서 거둔 31언더파와 같다. 전 세계 남녀 프로 선수를 통틀어서도 타이기록을 달성한 셈이다. 김세영의 이런 대기록은 4라운드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274.88야드, 그린 적중률은 93%, 평균 퍼트 수 28.75개로 만들어냈다.
이정은6, Q스쿨 수석합격
이정은6(22·대방건설)과 전 세계주니어 랭킹 1위 전영인(18·볼빅)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퀄리파잉(Q)스쿨을 통과해 내년부터 정규투어에서 뛸 수 있게 됐다. 이정은6은 수석합격이고, 전영인은 최연소 합격이다.
이정은은 11월4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 허스트 7번 코스(파72)에서 열린 LPGA Q시리즈 8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합계 18언더파 558타(70-70-70-72-71-68-67-70)로 2위 제니퍼 쿱초(미국)를 1타 차로 제치고 1위에 올라 2019 LPGA투어 카드를 손에 쥐었다.
올 시즌 투어를 마감한 LPGA투어는 2019년 첫 대회를 1월17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리는 챔피언스 토너먼트로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한국 선수들이 새해에는 어떤 기적을 일으킬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