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의 의무도 거부한다?” “정부를 사탄이라고 믿는다?”…끊이지 않는 의혹들
대법원이 11월1일 여호와의 증인 등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무죄로 판결하면서 비판이 쏟아졌다. 이 가운데 사실과 의견이 뒤섞이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는 세금을 안 낸다”는 얘기는 SNS를 타고 번지고 있다.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일까. 여호와의 증인 한국지부 홈페이지와 관계자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해봤다.
- 여호와의 증인은 사이비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사이비(似而非)’의 뜻은 “겉으로는 비슷하나 속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진짜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가짜인 것을 가리킬 때 쓴다. 즉 사이비 종교란 가짜 종교를 일컫는다.
그런데 가짜 종교의 구분 기준에 대해선 의견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여호와의 증인이 사이비인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따른다. 보수 성향 개신교 교단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은 지난 1996년 여호와의 증인을 사이비로 규정했다. △66권의 성경의 일부를 보태거나 뺐고 △비윤리적․반사회적․반국가적 집단이란 이유에서다.
반면 여호와의 증인은 “우리는 사이비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에 대해 여호와의 증인 한국지부 홈페이지는 “△1세기 그리스도인들의 숭배 방식을 본받은 정통 종교이고 △그 어떠한 인간도 지도자로 섬기지 않는다”는 점을 들고 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 손학빈(36)씨는 11월6일 기자와 만나 “단면적인 부분만 보고 사이비라고 규정하면 뭐든지 사이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 납세도 거부한다?
“납세도 양심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 거냐?” 이번 대법원 판결을 두고 한 네티즌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납세의 의무는 국방의 의무와 함께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4대 의무다. 국방의 의무를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거부한다면, 납세의 의무도 거부할 수 있을 거란 주장이다.
그러나 여호와의 증인은 납세의 의무는 받아들이고 있다. 여호와의 증인 한국지부 홈페이지는 “우리에게 부과되는 세금을 반드시 내고, 정부에서 요구하는 서류나 문서를 올바르게 작성해야 하며, 우리 자신이나 가족과 관련된 모든 법에 순종하려고 최선을 다한다”고 설명한다.
여호와의 증인이 정기적으로 출판하는 잡지 ‘파수꾼’에도 관련 내용이 나온다. 1996년 발행된 파수꾼에 따르면, 독일 일간지 ‘뮌히너 메르쿠어’는 여호와의 증인에 대해 이렇게 보도했다고 한다. “그들은 연방공화국 내에서 가장 정직하고 철저한 납세자들이다.”
- 정부를 사탄 조직의 일부라고 믿는다?
기독교계 일간지 국민일보는 11월2일 “여호와의 증인은 대한민국 정부를 ‘사탄 조직의 일부’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단 여호와의 증인은 사탄의 존재를 인정한다. 파수대 2014년 11월호엔 “사탄은 눈에 보이지 않고 그 정체를 알기가 매우 어렵지만 극히 위험한 존재”라고 적혀 있다. 다만 정부는 사탄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본다.
여호와의 증인 한국지부는 11월12일 시사저널에 이메일을 통해 “우리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지만, 우리가 사는 나라를 다스리는 정부의 권위를 존중한다”고 했다. 이는 “위의 권위에 복종하라”는 로마사 13장 1절에 따른 원칙이다. 여기서 ‘위의 권위’는 정부를 가리킨다.
이번 대법원 재판에서 여호와의 증인 측 변호를 맡은 이창화 변호사는 11월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사탄이라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며 “정권을 전복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성서의 가르침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 병역을 거부하지 않으면 제명당한다?
여호와의 증인에 등을 돌렸다는 전(前) 신도는 7월5일 국민일보에 이런 말을 했다. “병역을 거부하지 않으면 여호와의 증인에서 제명당하는데, 이는 가족이나 친구와 단절되는 것이어서 할 수 없이 병역거부를 했다.”
‘병역거부’를 거부하는 행위는 제명 사유가 맞다. 여호와의 증인 한국지부는 이메일로 “신도가 군에 가담하는 경우는 스스로 그 종교인 신분에서 벗어나기로 결정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당사자가 속한 회중의 장로 3명으로 구성된 사법위원회가 제명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여호와의 증인 조직을 탈퇴하는 건 개인의 결정에 달려있다. 또 제명된다고 해서 가족을 포함한 주변 신도들과 멀어지는 건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제명된 사람들을 만나 다시 신앙심을 갖도록 노력한다는 게 여호와의 증인 측 입장이다.
- ‘시간 십일조’가 있다?
여호와의 증인은 현금 십일조를 걷지 않는다. 십일조를 거두라는 명령은 그리스도인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대신 기독교계 신문 크리스천 투데이는 11월7일 칼럼을 통해 “의무 시간을 포교하는데 바쳐야 한다”며 “특별한 직무자는 무려 월 140시간을 채워야 한다고 한다”고 했다. 일명 ‘시간 십일조’다.
이에 대해 여호와의 증인 한국지부는 “포교해야 하는 의무시간은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각자의 상황을 고려해 정기적으로 전도 활동에 참가하도록 격려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여호와의 증인에서 일정 시간을 전도에 쓰는 사람은 파이오니아(pioneer․개척자)로 불린다. 이 가운데 특별 파이오니아는 매달 130시간 이상을 전도 활동에 쓴다.
여호와의 증인 한국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도 수는 10만 245명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파이오니아의 수는 4만 2554명(42.4%)이다. 한국지부 관계자는 “전체 신도 중에서 (파이오니아는) 비교적 소수”라며 “파이오니아가 되는 건 자발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