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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내곡도시개발조합, 동의서 ‘사본’ 제출 논란

경남 창원시 내곡지구 도시개발사업 예정지 ⓒ 시사저널
  

경남 창원시 소재 내곡지구 도시개발사업조합이 동의서 문제로 승인 취소 위기에 처했다.

 

현행 도시개발법에는 조합 설립을 신청할 때 전체 사업 면적의 3분의 2 이상을 소유한 지주들과 구역 내 토지 소유자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조항은 있지만, 동의서 ‘원본’을 제출하라는 규정은 없다. 하지만 행정 기관에서 인허가와 관련된 서류일 경우 ‘원본’이나 ‘원본 대조필’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사본은 받지 않는다.

 

실제 내곡지구와 인접한 내곡 2지구의 경우 원본이 아니면 접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1지구, 2지구 모두 창원시 도시계획과 업무라는 점에서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국토교통부 ‘대필이나 복사본에 의한 동의서는 효력 없다’

 

원본과 사본이 왜 조합 설립 취소 사유가 될 정도로 중요할까? 정답은 ‘위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도시개발사업 종사자 A씨는 “조합 설립 방식으로 진행되는 개발 사업에서 동의서 위조는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면서 “위조된 원본을 지자체에 보관시키면 두고두고 신경이 쓰이지만 사본은 들킬 염려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동의 조합원들의 도장이 찍힌 서류 확보 △이를 동의서에 오려 붙임 △때운 흔적이 흐릿해질 때까지 컬러 복사를 반복 △마지막으로 위조된 복사본을 손으로 만질 때 붉은색이 뭍어 나와 실제로 도장을 찍은것 처럼 보이도록 인주를 살살 발라 주면 완성 등의 위조 레시피도 공개 했다.

 

이러한 위조 동의서를 방지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사본 동의서의 경우 효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최근 ‘조합설립인가동의서의 원본 보관 필요 및 원본이 아닌 경우, 관련인가 취소 가능 여부’에 대한 질의에 “도시개발사업의 각종 동의서는 원본을 제출해야 할 사항으로, 대필이나 복사본에 의한 동의서는 효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회신했다.

 

이어 “부정한 방법으로 도시개발사업 관련 인·허가를 득한 경우 도시개발법 제75조를 적용해 지정권자는 인가를 취소하거나 필요한 처분을 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관할 지자체가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사항”이라고 덧 붙였다.

 

경상남도 또한 “상급기관의 해석이 옳다고 본다"면서 "다만 내곡 지구 도시개발사업은 모든 업무가 창원시에 위임되어 있으므로 경남도가 나설 상황은 아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창원시는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부랴부랴 원본 확보에 나섰다. 당시 복사본을 접수한 공무원은 “2013년 조합에서 원본과 사본을 함께 제출한 뒤 ‘조합 사정상 원본이 필요하다’고 해 이상 유무 확인 후 돌려줬다”며 “원본을 확보하라는 법규나 지침이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현재 사본을 보관중인 창원시 담당 주무관도 “과거에 원본과 사본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다 확인했는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으나 원본이 훼손될 여지도 있고 왜 인근한 내곡 2지구 도시개발 조합에게는 ‘원본’을 고집하느냐는 지적에 “원본을 확보하겠다”고 선회했다. 실제 지난 9월10일 시청에서 조합측에 원본을 가져오라고 요청했지만 17일 현재까지 제출이 되지 않았다.

 

시사저널은 창원시의 동의를 얻어 '사본'을 봉인했다. ⓒ 서진석 기자

 

시사저널, 창원시 동의 얻어 ‘사본’ 봉인

 

하지만 원본은 이미 훼손된 상황이어서 ‘원본=사본’을 강조하던 창원시를 난감한 지경으로 몰고 있다. 조합측은 창원시로부터 원본을 가져오라는 통보를 받고도 일주일째 제출을 미루고 있다. 

 

조합의 임원과 법률 고문 등에 따르면, 보관 중인 원본 동의서 가운데 30~40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도난으로 의심된다”고 밝혔으나 어떻게 서류가 35장, 37장 처럼 정확한 매수가 아니라 30~40여 장처럼 애매하게 증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하지 못했다.

 

원본이 오염됐다면 보관중인 사본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증가하는데 시사저널은 창원시의 동의 아래 사본을 봉인했다. 조합원들 일각에서는 “역으로 사본에 원본을 끼워 맞추는 시도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됐다”며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내곡지구 도시개발사업은 조합원인 조아무개씨가 이 달 초 “대통령님! 무지한 조합원들을 가엽게 여겨주세요”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수탁회사의 자격 여부 △특정인에게 유리하도록 상업지역이 확대 변경됐다는 의혹 △수탁사가 조합원이나 조합 집행부 임직원과의 금융거래 상황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당부하면서 수많은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내곡지구 도시개발사업 조합은 창원시 북면 내곡리 일원 149만6074㎡를 개발하는 위해 조직됐으며 2013년 10월 동의서가 제출됐고 12월2일 설립인가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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