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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생작 만난 《아는 와이프》 한지민
아줌마 연기가 인상적이다.
“보셔서 알겠지만 비주얼은 내려놓았어요(웃음). 드라마의 비주얼은 한나씨가 담당합니다. ‘서우진’이라는 캐릭터는 제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주부 역할이에요. 그래서 걱정도 많이 했지만 오히려 ‘현실’을 연기하는 게 설레기도 했어요. 주변에서 결혼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미치게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나름의 갈등이 있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그게 우리가 사는 얘기가 아닌가 싶어요. 드라마 내용도 그래요. 대본을 읽으면서 아내 입장도 남편 입장도 다 이해가 됐거든요. 제가 공감이 갔기 때문에 그 갈등을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극중 분노조절장애 연기를 할 때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웃음).
“그랬나요? 하하. 제3자 입장에서 보면 각자의 입장이 다 이해가 돼요. 제가 육아를 해 보진 못했지만 친언니와 친구들을 옆에서 보잖아요. 오로지 ‘나’로 살다가 누군가의 ‘아내’나 ‘엄마’가 되는 과정이 쉽지 않더라고요.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많고, 그 감정을 때로는 조금 격한 화로 표출할 때가 있어요. 여자는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 신체적 변화가 있고, 거기에 육아까지 겹치면 신체 리듬감이 깨지잖아요. 그런 면에서 ‘서우진’도 이해가 되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남편 ‘차주혁’도 이해됐어요. 게다가 우진은 육아 스트레스와 함께 아픈 가정사도 있어요. 소녀 가장으로 살았고, 몸이 아픈 엄마를 보살펴야 하거든요. 그래서 남편에게 소리를 지르고 육두문자를 Tm는 연기를 하면서 카타르시스도 느껴졌고요, 은근히 욕심도 났어요(웃음).”실제 성격은 어떤가.
“극 중 서우진은 그래요, 굉장히 많은 스트레스가 내재돼 있어서 표현 자체가 전조 단계 없이 화를 내죠. 개인적으로 저는 그 상황이 이해가 돼 연기하는 게 많이 힘들지는 않았어요. 평소 성격요? 저도 사람인데 당연히 화도 내고 간혹 소리도 지르죠. 욕은 안 한답니다(웃음).”그야말로 한지민의 재발견이다. 어떤 각오로 임했나.
“특히 주부일 때의 모습은 최대한 현실감 있게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제 주변의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서 간접적으로 ‘주부’와 ‘엄마’를 체험했어요. 실제로 조카가 둘 있는데 워낙 아기를 좋아하다 보니 언니 옆에서 육아를 많이 도와줬어요. 그게 연기하면서 큰 도움이 됐어요. 육아와 일에 찌든 현실 주부의 모습을 보여 드리려고 옷도 실제로 입었던 잠옷이나 티셔츠를 번갈아 입었어요. 거리감 없이 리얼한 주부의 모습을 보여 드리는 게 숙제라고 생각했거든요. 색다른 도전이라 준비하는 과정은 무척 재미있었는데 시청자들이 어떤 모습을 봐 주실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실제로 한지민은 연예계에서 ‘조카 바보’로 손꼽힌다. 한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서 조카와 화상통화를 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으며, 개인 SNS를 통해서도 남다른 조카 사랑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출을 맡은 이상엽 감독은 한지민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결혼 6년 차 독박 육아를 하는 드센 주부 역할을 예쁜 여배우가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했다. 실제로 만나 보니 워낙 털털하고 솔직한 모습이 우진과 비슷한 면이 많았다”며 “주부 스트레스와 판타지, 이 공감과 로망을 어떻게 조합할까 하는 감독으로서의 고민도 있었는데 한지민의 연기가 입혀지니 설득력이 생겼다”고 말했다.상대 배우 지성과의 호흡은 어떤가.
“믿음이 가고 든든한 배우죠. 상대 배우로서 더할 나위 없답니다. 현장은 늘 돌발 상황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럴 때마다 선배님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아이디어를 내 주고 또 적절히 저를 이끌어주세요. 고백하자면 언젠가는 선배님과 꼭 한 번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배우로서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실제로 만나 보니 사람으로서도 참 매력적이더라고요. 그 긍정 에너지가 온 스태프에게 자극이 되고 있고, 배울 점이 많아서 개인적으로도 감사한 부분이 많아요.”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제가 조카를 워낙 좋아해서 지성 선배님과 키즈 카페에 관한 정보와 육아 이야기를 많이 공유해요. 저도 앞으로 결혼을 해야 하고, 꿈꾸는 가정이 있잖아요. 결혼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누고, 조언을 많이 해 주세요. 선배님과는 처음 호흡을 맞추는데, 첫 만남부터 마음을 쉽게 열었던 것 같아요.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편했거든요. 그래서인지 첫 촬영이 키스 장면이었는데 많이 어색하지 않았어요. 마음이 통했다고 할까요(웃음)?”SBS 《하이드 지킬, 나》 이후 3년 만의 컴백이다. 시청률에 대한 부담은 없나.
“얼마 전에 회식을 하면서 감독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어요. 시청률이 잘 나와서 자주 회식을 하면 좋겠다는 얘기부터, 개인적으로 시청률은 하늘이 주는 것 같다는 얘기도 했지요. 뚜껑을 열기 전엔 절대 모르는 게 시청률 같아요. 그래서 늘 작품을 하기 전에 각자 맡은 바 최선을 다하고 현장에서 힘들더라도 웃으며 일하자는 각오를 다져요. 그래서 훗날 되돌아봤을 때 모든 스태프들이 ‘즐거운 현장’ ‘재미있는 촬영’이라고 추억하면 반은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그 마음으로 즐겁게 촬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