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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중재 시도에 화답, 북·미 교착 풀릴까

북·미 교착 상태를 풀 남북 정상회담이 9월18일부터 20일까지 북한 평양에서 열린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을 이끌고 평양에 다녀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9월6일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정 실장은 전날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과 함께 평양에 가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 두번째)을 수석으로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9월5일 오후 일정을 마치고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김정은 9월18~20일 평양서 3차 회담  

 

정의용 실장은 우선 "남과 북은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2박 3일간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하고, 회담 준비를 위한 의전, 경호, 통신, 보도에 관한 고위 실무협의를 다음주 초 판문점에서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4·27 판문점선언 이행 성과 점검 및 향후 추진방향을 확인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 및 공동번영을 위한 문제, 특히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과 미국 간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남북 정상회담의 정상 개최 가능성에도 의문부호가 달렸다. 남북은 지난 8월1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고위급회담을 열어 정상회담 관련 사항을 담은 공동보도문에 합의했다. 보도문에서 남북은 정상회담을 9월 안에 평양에서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9월 안'은 정확한 일정이 나오리란 당초 기대엔 못 미치는 합의 내용이었다. 그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24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을 코앞에 두고 취소하면서 남북 정상회담의 원활한 성사와 의제 확정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다시 중재자로서의 문 대통령 역할이 중요해졌고, 청와대가 대북 특사를 급파하기에 이르렀다. 이번에 남북 정상회담 날짜로 정해진 9월18일은 북한 9·9절(정권 수립일)과 회담 준비 과정 등을 고려하면 최대한 이른 시간으로 볼 수 있다. 신속히 교착 국면을 해소하려는 우리 정부의 의지에 북한이 호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특사단 방북을 계기로 남북은 현재 진행 중인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대화를 진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오는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상호 신뢰 구축과 무력 충돌 방지에 관한 구체적 방안에 합의할 예정이다. 기대를 모았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의 경우 정상회담 개최 전에 열기로 합의했다. 

 

 

"北, 확고한 비핵화 의지 재확인"…여전히 美에 '동시행동 원칙' 강조

 

한편 정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 내용도 간략히 소개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본인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이를 위해 남북 간은 물론 미국과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이미 이날 정 실장의 브리핑 직전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 위원장의 특사단 접견 당시 발언을 상세히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조선반도(한반도)에서 무력충돌 위험과 전쟁의 공포를 완전히 들어내고 이 땅을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며 자신의 의지"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처럼 비핵화 의지를 거듭 확약하면서 "조선반도의 비핵화 실현을 위해 북과 남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가자"고 했다.

 

정 실장도 브리핑에서 "앞으로 남과 북은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해 나감으로써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정착에서 보다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은 여전히 자신들의 비핵화 조치에 미국이 화답해야 한다는 입장은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은 브리핑 후 이어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말미에 "김 위원장이 (미국에 대해) '동시행동 원칙'이 준수된다면 좀더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들을 취할 용의와 의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북한은 핵실험장 폐기 등 자신들 나름대로 선(先)조치를 취했는데,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보상 없이 대북 압박, 제재 등만 앞세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핵무기 포기 등 추가 비핵화 조치의 경우 정권의 존폐가 걸린 일이다. 북한 입장에서 쉽사리 미국이 하자는 대로 할 수 없을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반도 문제에 관한 세계적 석학인 브루스 커밍스 미 시카고대 석좌교수도 KBS와 영국 BBC, 독일 ZDF가 공동제작한 《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 인터뷰에서 "북한과 관련한 내 모든 경험을 통해 봤을 때 북한이 원하는 것은 단계마다 북한이 양보를 하면 미국도 양보를 해준다는 보장이다. 북한은 항상 그 부분에 철저하게 집착해왔다"며 "만약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얻은 것만큼 돌려줄 의사가 있다면 (비핵화 협상은) 잘 될 것이다. 나는 비핵화 과정이 매우 어렵고 길고 철저하게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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