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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전’ 작가 심정택씨 인터뷰…“‘기레기’란 말, 슬프지만 자업자득”

 방송으로 치면 ‘비방용(방송할 수 없는)’ 얘기가 많았다. “내용 정리하려면 힘들겠습니다.” 심정택 작가는 이렇게 말하며 엷은 미소를 띄었다. 1993년 삼성에 입사한 심 작가는 7년 동안 자동차사업 추진 등의 일을 했다. 그런 그가 2017년 12월27일 시사저널과 만나서 한 말은 “삼성이 망해야 한국이 산다”였다.  심 작가는 지난해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피고가 됐다. 작년 3월 펴낸 평전 ‘이건희전(傳)’ 때문이다. 여기엔 이 전 부회장의 재산이 수조원 정도이고, 그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여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1심 재판부는 “책 내용을 허위로 보기 어렵다”며 심 작가의 손을 들어줬다. 2017년 12월15일 열린 2심 재판의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이건희전’ 작가 심정택씨 © 시사저널 임준선

 

삼성 상대로 ‘표현의 자유’ 지킨 심정택 작가 

 “너무 당연한 결과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재판부가 다 해줬다.” 심 작가는 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아직 상고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이학수에 대해 뭐라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이학수가 본인 의지만으로 나를 고소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삼성과의 교감이 있었단 말인가’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이학수는 삼성을 상징하는 인물”이란 짧은 답만 돌아왔다. 심 작가는 침묵했지만, 그의 책에선 이 전 부회장에 대한 평가를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다음은 그 일부다.  “이학수 전 부회장과 이건희 회장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이학수가 대중 앞에 나서기를 꺼리고, 일상적인 출퇴근을 하지 않고, 수개월 이상 해외에 체류하는 오너를 14년간이나 대리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중략) 삼성그룹 오너가와 이학수에 정통한 모 인사는, 이학수를 빗대어 ‘이후락(박정희 대통령 비서실장)과 같은 존재’라고 평한다.” 책은 그 외에도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승계 작업을 지적한다. 이런 평가도 있다. “현 정부(박근혜)는 이재용으로의 경영권 승계에 적극적이지만, 사회심리적으로 경제 활성화에 반하는 삼성의 행위를 제어할 의지는 전혀 없는 것 같다.” 책이 발간된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됐고, 이 부회장은 구속됐다. 심 작가와 인터뷰 도중 ‘이 부회장 12년 구형’이란 소식까지 전해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옥중에서 자신을 위주로 한 체제를 구축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왜 이재용 체제의 삼성이죠? 이재용은 이미 법적으로 문제가 된 사람입니다. 경영인으로서의 자격은 박탈당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희 회장에겐 일류 기업 달성이란 목표와 가치가 있었습니다. 반면 MBA 출신의 이재용은 숫자만 따지는 사람입니다. 이제 삼성은 전문 경영인에게 미래를 맡겨야 합니다. 박근혜가 물러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촛불 정신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전 정권과 연결된 이재용이 다시 삼성을 좌우한다면 촛불은 언제든 또 타오를 겁니다.” 

  

그래도 삼성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는 데 이재용 부회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장과 바이오 사업이 대표적인데요.

 

“전장과 바이오 사업은 돈만 투입하면 알아서 수익을 안겨주는 분야입니다. 삼성이 전장 사업 진출을 위해 인수한 ‘하만’은 오디오 등 편의장비를 만드는 브랜드에 불과합니다. 이는 세계적 네트워크가 있으니 매출을 올리기 쉽습니다. 바이오의 경우 공장 짓고 약품 만들어 영업하면 됩니다. 혁신과 관련이 없죠. 애플이나 구글이 지향하는 IT산업과는 더욱 거리가 멉니다.” 

  

1등 기업 삼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삼성이 왜 우리나라 경제의 대명사처럼 거론돼야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삼성은 자기들의 매출이 한국 GDP의 16%(2013년)란 논리를 내세웁니다. 한 기업의 매출과 국가의 부가가치가 무슨 상관이죠? 국민을 우롱하는 도그마입니다. 한국 1인당 GDP가 약 2만8000달러라고 합니다. 지하철 타서 사람들의 얼굴을 잘 살펴보세요. 그게 과연 3만 달러 가까이 버는 사람들의 표정인지….”

  심 작가는 “삼성은 경영학에서 말하는 기업의 개념을 넘어선 조직”이라며 “이젠 하나의 권력집단이 돼버렸다”고 했다. 그는 “권력의 속성을 자발적으로 좇는 ‘삼성 고정간첩’이 많다. 이들은 삼성의 도움을 받은 ‘삼성 장학생’보다 더 맹목적인 존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사 기자들을 고정간첩으로 꼽았다.   

최근 공개된, 언론사 간부들이 장충기(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구속)에게 보낸 아부성 문자가 떠오릅니다.

 

언론마다 이념과 지향점이 모두 다르니 일괄적으로 얘기하긴 힘듭니다. 다만 중요한 건, 정권은 5년마다 바뀌지만 재벌은 지속된다는 사실입니다. 자연스레 언론은 재벌이 더 힘이 세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도 권력 따라 가는거죠. 요즘 매체를 불문하고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란 말이 판치고 있습니다. 슬프지만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의 수익원 가운데 삼성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큰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바뀔 수 있을까요?

 

제대로 된 기자라면 연금만 갖고 생활한다는 자세로 일해야 한다고 봅니다. 부자가 되고 싶으면 사업을 해야죠. 게다가 광고로 이어진 언론과 재벌의 밀월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이젠 언론이 규모 확장이 아닌 콘텐츠 강화에 집중할 때입니다. 재벌 비판도 과감하게 해야죠. 비판기능을 잃은 언론은 언론이 아닙니다. 

  

현 정부는 재벌에 대한 견제 역할을 잘 한다고 보시나요? 문재인 대통령은 재벌개혁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고, ‘재벌 저격수’ 김상조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 자리에 앉혔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지났습니다. 재벌 개혁 관련해서 뭐 이뤄진 게 있나요? 정권 초반에 제일 힘이 셀 때 밀어붙여야 하는데…  또 저는 삼성이 공정위까지 장악했다고 추측합니다. 김상조 위원장의 재벌개혁 의지도 말뿐이에요. 무엇보다 대통령은 물론 주변 참모들이 경제에 대해 너무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차와 철강, 조선 등 중공업에 찬바람이 부는데 가계부채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혼란이 올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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