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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종사자 급식비 미지급’ 일파만파…임금 체불로 교육감 입건 첫 사례 주목
경남도의회 세 번 급식비 삭감…“중복 지원 우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016년 5월 2일 경남교육청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가 급식비 소급분 관련 합의서를 작성하면서다. 경남교육청과 이 노조가 합의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별도합의를 맺었기 때문이다. 급식종사자들에게 월 8만원의 급식비를 2016년 6월부터 지급하되 2016년도 2회 추경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소급해 지급키로 한 합의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경남교육청은 각급 학교에 재직 중인 급식관련 직종(영양사·조리사·조리실무사)은 급식인원 산정 시 포함하지 않도록 한다'는 별도의 합의가 경남도의회에서 관련 예산 삭감의 단초가 됐다. 별도합의서 체결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남도의회는 경남교육청이 애초에 급식종사자로부터 식비를 받을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고 추궁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경남도의회는 2016년 10월 13일 본회의를 열어 경남교육청이 제출한 2016년도 2회 추경 예산안 가운데 영양사·조리사·조리실무사 등 비정규직 노동자 인건비(급식비) 24억1572만 원 중 13억8041만 원을 삭감한 10억3531만 원만 의결했다. 영양사 인건비 1억5307만 원, 조리사 인건비 1억8823만 원, 조리실무자 인건비 10억3909만 원 등을 삭감 처리했다. 급식종사자 중 82%가 식비를 내지 않고 있어 급식종사자 간 형평성 문제가 있고 정액급식비가 신설될 경우 향후 중복 지원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경남도의회는 올해 7월 20일 경남교육청이 1차 추경 예산에서 편성한 밀린 급식종사자 급식비를 삭감했다. 당시 천영기 도의원은 본회의 토론에 나서 “급식 종사자들이 급식비를 받으면서도 식비를 내지 않고 급식을 먹는 것은 중복 지급된 것이며, 경남교육청에 개선책 마련을 주문했는데도 책임을 도의회에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두 차례에 걸쳐 급식비 예산이 경남도의회에서 삭감되면서 지급이 지연되자 급식종사자들이 포함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는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후 ‘인건비’로 항목을 바꾸는 등 우여곡절을 거친 급식종사자들의 급식비는 결국 11월 29일 경남도의회에서 또 다시 삭감되면서 올해 말까지도 지급할 수 없게 됐다.
고용노동부, 박 교육감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 시사
사정이 이러하자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은 급식종사자 급식비 9억7000여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박종훈 교육감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그에 대한 사법 처리 절차를 밟고 있다.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은 앞서 지난 9월 18일부터 10월 20일까지 여러 차례 걸쳐 경남교육청에 임금체불 위반 사항의 시정을 요구했다. 경남교육청이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자 마침내 11월 21일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은 박 교육감을 입건하겠다는 의견 지휘를 창원지검에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급식비 소급분 관련 합의서를 작성한 경위와 내용 등에 대한 노·사 관계자의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이를 진행한 후 재지휘 신청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은 지난 12월 8일까지 경남교육청과 노조 측 관계자를 상대로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관계자는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 된 이상 박 교육감 입건을 위한 검찰 재지휘 신청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박 교육감에 대한 사법 처리 가능성이 높아지자 경남교육청은 해결 방법을 찾느라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노조에 대한 진정 취하 권유와 급식비 지급 재원 확보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노조 측이 진정을 취하할 가능성은 희박한 만큼 지급 재원을 확보해 빠른 시간 내 해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 지역 정치인은 “급식비는 법정수당이 아니기 때문에 원래 소급 처리가 안된다”면서 “애초 소급한다고 합의한 경남교육청의 업무 처리 미숙함을 경남도의회가 지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비용 전용 등의 회계 처리도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급식종사자의 미지급 급식비는 내년 추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며 “경남의 교육 수장이 사법처리 될 지경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