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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스피커 시장이 점점 격화되는 까닭
“테크 기업들이 제품 길잡이를 각 가정에 침투시키고 있다”
지금 스마트 스피커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다. 음악을 틀거나 날씨를 확인하고 쇼핑을 하는 정도다. 아직 스마트 스피커와 연동하는 가전제품도 많지 않다. 굳이 비교하자면 소소한 일을 돕는 도우미다. 하지만 앞으로는 도우미가 아니라 집안 전체의 리모콘이 될 수도 있다. 10월17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디라이브(D.Live) 글로벌 테크놀로지 컨퍼런스'에 연사로 나선 마이클 울프 액티베이트 공동창업자는 스마트 스피커를 ’트로이 목마‘라고 표현했다. 그는 “아마존과 구글, 애플, 삼성전자와 같은 테크 기업들의 제품 길잡이를 각 가정에 침투시키는 트로이 목마가 스마트 스피커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에디슨리서치가 아마존의 스마트 스피커 ‘에코’ 소유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나타난다. 먼저 1대를 소유한 사람은 58%였고 2대 이상 가진 사람은 42%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42%의 사람들이다. 적지 않은 사용자가 스마트 스피커의 장점에 매료됐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인데 첫 번째 스피커에 실망한 사람이 두 번째 스피커를 살리는 없기 때문이다. 사용 습관에 관한 결과도 있다. 스마트 스피커 소유자의 70%는 “집에서 이전보다 더 많은 음악을 듣게 됐다”고 답했다. 소유자의 65%는 “스마트 스피커가 없던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고 42%는 “스피커가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다”고 응답했다. 다시 말해 스마트 스피커는 더 좋은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주는 제품이며, 한 번 구입해 만족도가 높으면 같은 제품을 또 다시 구입해 집안 다른 공간에 놓아두는 특징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이런 미래에 뛰어들기 위해서다. 터치가 아닌 음성으로 작동하는 인공지능 플랫폼은 다음 10년의 주도권을 쥐게 될 키포인트다. 집안의 삼성 전자제품을 자사의 인공지능 스마트 스피커로 통합하는 그림은 삼성의 원대한 계획일 수 있다. 트로이 목마를 각 가정에 심으려는 아마존과 구글, 그리고 애플도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BI 인텔리전스의 피터 뉴먼의 ‘스마트 스피커 리포트’는 “스마트 스피커 시장은 향후 몇 년 동안 급속하게 진화할 것이다.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디바이스가 증가해 특화된 기능을 갖춘 다양한 제품이 등장하고 궁극적으로 스마트 스피커는 음성 도우미라는 테두리를 넘어 진화할 것이다”고 진단했다.다국어 대응, 보안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아
과도한 기대를 하지 말라는 지적도 있다. 여전히 넘어야 할 장벽이 많아서다. 영어권 국가에서 주로 사용한다는 건 반대로 다국어 대응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명령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하는 것도, 여러 사람이 사용할 경우 목소리를 구분해 개별 대응하지 못하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게다가 보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스마트 스피커는 자칫 집안의 도청기가 될 수 있다. 아직 활용도와 편리성 등이 충분하지 못해서 나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 생각보다 이 물건의 확산 속도는 훨씬 빠를 수 있다. 2016년 CES(국제가전박람회)에서 아마존의 인공지능 알렉사를 탑재한 제품은 하나에 불과했지만 1년 뒤인 ‘2017 CES’에서는 무려 약 700개의 가전제품이 알렉사를 탑재했다. 스마트 스피커 역시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확고하게 자리잡아갈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