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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스피커 시장이 점점 격화되는 까닭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어떤 전자제품을 조작할 때 우리는 주로 손가락을 사용한다. 버튼을 누르거나 화면을 누르는 식이다. 그런데 그런 손가락 조작이 과거의 유물이 될 지도 모를 세상이 이미 오고 있다. 손가락의 자리를 대신하는 건 ‘음성’이다. 2016년 9월~2017년 8월의 1년간 미국에서 iOS와 안드로이드에서 다운로드한 어플리케이션 상위 100개의 절반 이상은 음성이나 동영상을 주축으로 한 앱이었다. 음성을 활용해 명령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실행하는 스마트 스피커는 지금 IT쪽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다. 아마존과 구글에 이어 애플이 뛰어들었고 삼성전자도 이 시장에 참전하고 있다. 테크 기업의 거인들이 모두 스마트 스피커에 눈독을 들이는 셈이다. 스마트 스피커는 인공지능이 탑재돼 있어 음성 명령만으로 음악을 틀고 정보를 제공하며 질문에 대답하고 쇼핑도 돕는다. 음성으로 우리가 머무는 공간을 지배해 삶을 변화시키는 기술이다. 

 

“테크 기업들이 제품 길잡이를 각 가정에 침투시키고 있다”

 지금 스마트 스피커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다. 음악을 틀거나 날씨를 확인하고 쇼핑을 하는 정도다. 아직 스마트 스피커와 연동하는 가전제품도 많지 않다. 굳이 비교하자면 소소한 일을 돕는 도우미다. 하지만 앞으로는 도우미가 아니라 집안 전체의 리모콘이 될 수도 있다. 10월17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디라이브(D.Live) 글로벌 테크놀로지 컨퍼런스'에 연사로 나선 마이클 울프 액티베이트 공동창업자는 스마트 스피커를 ’트로이 목마‘라고 표현했다. 그는 “아마존과 구글, 애플, 삼성전자와 같은 테크 기업들의 제품 길잡이를 각 가정에 침투시키는 트로이 목마가 스마트 스피커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에디슨리서치가 아마존의 스마트 스피커 ‘에코’ 소유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나타난다. 먼저 1대를 소유한 사람은 58%였고 2대 이상 가진 사람은 42%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42%의 사람들이다. 적지 않은 사용자가 스마트 스피커의 장점에 매료됐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인데 첫 번째 스피커에 실망한 사람이 두 번째 스피커를 살리는 없기 때문이다.  사용 습관에 관한 결과도 있다. 스마트 스피커 소유자의 70%는 “집에서 이전보다 더 많은 음악을 듣게 됐다”고 답했다. 소유자의 65%는 “스마트 스피커가 없던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고 42%는 “스피커가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다”고 응답했다. 다시 말해 스마트 스피커는 더 좋은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주는 제품이며, 한 번 구입해 만족도가 높으면 같은 제품을 또 다시 구입해 집안 다른 공간에 놓아두는 특징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이런 미래에 뛰어들기 위해서다. 터치가 아닌 음성으로 작동하는 인공지능 플랫폼은 다음 10년의 주도권을 쥐게 될 키포인트다. 집안의 삼성 전자제품을 자사의 인공지능 스마트 스피커로 통합하는 그림은 삼성의 원대한 계획일 수 있다. 트로이 목마를 각 가정에 심으려는 아마존과 구글, 그리고 애플도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BI 인텔리전스의 피터 뉴먼의 ‘스마트 스피커 리포트’는 “스마트 스피커 시장은 향후 몇 년 동안 급속하게 진화할 것이다.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디바이스가 증가해 특화된 기능을 갖춘 다양한 제품이 등장하고 궁극적으로 스마트 스피커는 음성 도우미라는 테두리를 넘어 진화할 것이다”고 진단했다.  
홈팟은 말그대로 '홈'과 관련한 모든 것에 쓸 수 있다. 홈팟을 이용해 홈킷을 가동시켜 집안에 연결된 가전들을 음성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애플의 구상이다. ⓒ 사진=XINHUA

 

다국어 대응, 보안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아

 과도한 기대를 하지 말라는 지적도 있다. 여전히 넘어야 할 장벽이 많아서다. 영어권 국가에서 주로 사용한다는 건 반대로 다국어 대응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명령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하는 것도, 여러 사람이 사용할 경우 목소리를 구분해 개별 대응하지 못하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게다가 보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스마트 스피커는 자칫 집안의 도청기가 될 수 있다. 아직 활용도와 편리성 등이 충분하지 못해서 나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 생각보다 이 물건의 확산 속도는 훨씬 빠를 수 있다. 2016년 CES(국제가전박람회)에서 아마존의 인공지능 알렉사를 탑재한 제품은 하나에 불과했지만 1년 뒤인 ‘2017 CES’에서는 무려 약 700개의 가전제품이 알렉사를 탑재했다. 스마트 스피커 역시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확고하게 자리잡아갈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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