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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AI 컨퍼런스] 정창우 IBM 상무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아닌 제3의 칼라가 계층 간 사다리 역할”

 다가올 인공지능(AI) 시대를 둘러싸고 논란이 무성하다. 테슬라 CEO 엘론 머스크가 “북핵보다 인공지능이 더 위험하다”는 발언으로 인공지능 논란을 부추겼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AI는 우리 삶을 더 좋게 만들 것”이라며 머스크 주장이 무책임하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글로벌 기업 CEO 간 갑론을박뿐 아니라, 인터넷 공간에는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을 담은 글들이 넘쳐난다. 일각에서는 영화 《터미네이터》나 《아이로봇》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킬러 로봇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미 금융권을 중심으로 도입이 시작된 콜센터 ‘챗봇’이나 ‘로보어드바이저’ 등 인공지능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현실적인 우려도 있다. 인공지능 플랫폼 대표기업인 IBM은 이 같은 우려를 과도기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일자리에 대해서도 중산층으로도 표현되는 사무직 화이트칼라와 저소득층으로 인식되는 노동직 블루칼라가 아닌, 새로운 전문직종 ‘뉴칼라(new collar)’의 등장을 예상했다. 인공지능이 포진할 뉴칼라가 계층 간 사다리 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다. 뉴칼라는 화이트와 블루를 혼합한 ‘스카이블루 칼라’쯤 될 것이다. 시사저널e는 9월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AI, 현재가 된 미래의 삶, 인공지능이 바꾼 일상&비즈니스’라는 주제로 제3회 인공지능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 연사로 나설 정창우 한국IBM 연구소장(상무)을 만나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정창우 IBM 상무

 

인공지능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본다. 알파고가 바둑기사를 이겨 인간보다 뛰어난 기술이 위협적인 존재로 다가올 것을 걱정하는 두려움이다. 나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돼서 부정적 변화를 가져올까 우려하는 것이다. 일자리 우려도 마찬가지다. 직업은 계속해서 변해 왔다. 과거에도 기술이 발전하면서 직무가 바뀌고 새로운 직무가 생겨나기도 했다. 버지니아 로메티 IBM 회장은 뉴칼라를 얘기하고 있다.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가 아닌 새로운 직군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일상으로 파고들면 이를 조화롭게 이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 오히려 각광받게 될 것이다. 두려움 대신 새롭게 등장할 뉴칼라를 이용하고 활용하는 대비가 필요하다.”

 IBM은 저소득층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 분야 교육이 사회적 변화가 공학 분야에 집중되는 시기에 계층 간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IBM에 따르면, 지난 2011년 24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부 학위를 받은 저소득층은 10%에 불과했으며 70%는 고소득층 자녀였다.  

일부 영화처럼 인공지능이 사람을 공격하는 무시무시한 살인도구로 발전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고 본다. 최소한 지금은 그렇다. 지금 인공지능은 사람들의 개입이 없으면 안 된다. 자동화 기능이 언젠가는 지금보다 크게 발전할 수도 있겠지만, 결정은 언제나 사람이 하게 될 것이다. 방범로봇이 침입자라고 판단해도 검거할지, 말지는 사람이 개입해야 할 문제다. 또 로봇이 사람을 체포하는 일도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기계에게 권한을 주는 문제는 다양한 논의가 불가피하고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기계가 오동작할 수도 있는데 이를 제어하는 기능도 함께 만들어진다. 외부에서 신호를 줘서 기계의 전원을 아예 꺼버릴 수도 있다. 앞으로 기술은 발전할 것이고 사람이 기계를 제어하는 역할과 기능도 조화롭게 만들어질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윤리와 사회적 합의란 무엇인가.

 

“IBM을 비롯해 글로벌 인공지능 업체들이 모여 인공지능과 윤리를 연구하고 있다. 윤리 역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앞서 사례로 든 방범로봇도 마찬가지다. 침입자가 발생했다고 판단이 섰는데 이를 잡아야 하는지, 전기충격기라도 발사해야 하는지, 아니면 인간에게 연락하고 그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등에 대해 사람이 합의를 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기계 덩어리일 뿐이다. 제어는 사람의 몫이다. 과거 CCTV는 범죄 상황을 쉽게 알 수 있게 하는 순기능 외에 사람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역기능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CCTV가 감시하고 있는 세상에 익숙해졌다. 변곡점은 기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윤리에 있고 사회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 치열한 논쟁과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인공지능(왓슨)이 발전하면 사람과 동일하게 감정을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사람의 사고와 행동은 공학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아키텍처(컴퓨터 시스템 전체의 설계방식) 형태로 실험하고 있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현재의 인공지능과 다른 영역이다. 사람 신경계의 시냅스를 모방하고 연구하는 학문은 뇌공학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뉴로모픽칩(사람의 뇌신경을 모방한 차세대 반도체)이 개발되고 있다. 인공지능도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분석한다.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공포감을 느끼는지 패턴을 분석해 공포영화 예고편을 만들거나, US오픈 하이라이트 편집을 하기도 한다. 키워드 중심의 분석인데 이는 사람이 키워드를 줘야 가능한 것으로, 인공지능이 사람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처럼 행동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

  

IBM 인공지능 기술 ‘왓슨’의 이름은 무엇을 뜻하는가.

 

“왓슨은 IBM의 창업주 토머스 왓슨 주니어에서 따왔다. 미국 뉴욕 본사 중앙에 위치한 연구소의 이름도 왓슨이다. IBM은 지난 2011년 《제퍼디쇼》에서 왓슨이 우승한 뒤 인공지능 기술을 사업에 어떤 식으로 적용할지를 본격적으로 연구했고, 왓슨사업부도 새로 만들었다. 솔루션들도 이후에 세상에 본격 출시됐다. 국내에서 왓슨의 적용사례로는 의료분야에서 종양암을 진단하는 조언자 역할로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라는 솔루션으로 많이 회자됐는데, 실제로 인공지능은 의료와 관련해 많이 상용화됐다. 최근 인공지능 왓슨에 대해 추리소설 셜록 홈즈에 나오는 왓슨의 얘기를 많이 하기도 한다. 셜록 홈즈에 나오는 왓슨은 주인공의 조언자 역할로 나오는데, 왓슨이 지향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조력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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