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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창업주 이재웅의 김상조 비판 왜?… 벤처에 대한 정부 인식 불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네이버 비판에 대해 포털검색 ‘다음’ 창업주 이재웅 소풍(SOPOONG) 파트너가 일침을 가해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비교하며 “스티브 잡스는 독재자 스타일의 최고경영자(CEO)였지만 미래를 봤고, 그 때문에 모든 사람이 그를 미워했지만 존경했다. 네이버 정도의 기업은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만 이해진 GIO는 그런 일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의 이해진 GIO 비판은 올 8월부터 계속된 공정위와 네이버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8월14일 이해진 GIO가 공정위를 찾아가 네이버를 ‘총수 없는 기업’에 지정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9월1일 공정위는 네이버를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 과정에서 공정위는 이해진 GIO를 일반 대기업처럼 ‘총수(동일인)’로 지정했다.   이러자 9월9일 이재웅 창업주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상조 위원장이 지금까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고, 앞으로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정부 도움 하나도 없이 한국과 일본 최고의 인터넷 기업을 일으킨 기업가를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재웅 다음 창업주·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이재웅 창업주의 비판은 1세대 벤처기업인의 공개적 반발이라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재웅 창업주는 “할 말이 많지만 딱 한마디만 하겠다. 동료 기업가로서 화가 난다”며 김상조 위원장을 작심한 듯 몰아 세웠다. 이후 논란이 일자, 이 창업주는 주변 지인들에게 “평소 생각을 페이스북에 종종 올리는 데 그중 하나 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이번 계정 글에 대해서도 “공직자가 기업인에 대해 공개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지인들하고만 공유할 생각으로 올린 글”이라며 “최근 공정위 결정과는 전혀 무관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재웅 창업주는 친한 지인과 페이스북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번 발언 전에도 이재웅 창업주는 정부의 여러 벤처 정책에 대해 나름 소신을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특정인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대상이 ‘경제 검찰총수’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장이라는 점에서 관련 업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김상조 위원장도 9월11일 “저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많은 분이 질책의 말씀을 주셨다. 앞으로 공직자로서 더욱 자중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재웅 “김상조, 벤처기업가 비판 오만해”


이번 사태는 벤처 생태계를 바라보는 정부의 비판적 시각에서 비롯됐다. 이재웅 창업주는 네이버 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네이버 같이 지배구조가 투명한 기업은 정부가 과잉 규제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네이버는 창업자가 최고경영자나 회장, 이사회 의장이 아니고 지분도 4%가 조금 넘는 3대 주주에 불과하다. 이사회에 내부 이사는 2명밖에 없어 이해진 이사(GIO)가 마음대로 결정하기도 힘든 구조”라며 “네이버 같이 투명한 회사를 만들면 정부가 과감히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해 관리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러한 업계 견해를 무시하고 네이버에 국내 재벌기업과 동일한 잣대를 댔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 사진=연합뉴스

이재웅 창업주와 이해진 GIO는 닮은 듯하면서 다른 점이 많다. 우선 같은 86학번에 다음과 네이버를 창업한 벤처 1세대라는 점이 닮은 점이다. 이재웅 창업주는 연세대, 이해진 GIO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지금도 이재웅 창업주는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정주 NXC 대표 등 1세대 벤처 기업인과 정기적인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추구하는 방향성은 다르다. 이재웅 창업주를 뺀 나머지가 기업의 외형 성장을 중시한다면 이 창업주는 가치 경영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이 창업주는 연세대 전산학과(현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유학에서 돌아와, 1995년 다음을 세웠다. 1997년 국내 최초로 무료 ‘e-메일’ 서비스 ‘한메일’을  선보인 것이나, 1999년 인터넷 동호회 성격의 ‘다음카페’ 서비스를 시작한 것, 제주도로의 본사 이전(2004년), 미국 검색엔진 라이코스 인수(2004년) 등은 모두 이 창업주의 손을 거쳤다. 2008년 6월 이사회의장 자리마저 내놓으면서 기업경영에는 일찍부터 손을 뗐다. 그러다 2014년 1월 보유 지분마저 카카오에 매각했다.


이후 이 창업주는 소셜벤처기업 소풍(SOPOONG)을 세워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소셜파워 오브 네트워크그룹(SOcial POwer Of Network Group)의 줄임말인 소풍은 주로 소셜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회사다. 외형적으로는 벤처캐피탈(VC)과 유사한 형태지만, 투자 외에도 벤처 육성 및 컨설팅 업무를 모두 총괄한다. 

 사무실은 서울 성동구 서울숲 부근에 소셜벤처 인큐베이팅 건물 ‘카우앤독(Cow&Dog)’에 두고 있다. 카우앤독은 '협업(CO-Work)’하면서(&) ‘좋은 일을 한다(DO Good)’는 뜻의 합성어다. 소풍이 입주해 있는 카우앤독은 소셜벤처 협업공간을 지향한다. 아울러 ‘개나 소나’ 누구든지 자유롭게 와서 일하라는 뜻의 중의적 표현도 담고 있다. 회사 설립일은 2008년이다. 현재 이 회사에서 이재웅 창업주는 대주주 역할만 맡고 있다. 회사 경영은 한상엽 대표 파트너(전 위즈돔 대표)가 책임지고 있다.  한상엽 대표는 2005년 소셜벤처 ‘뭉크’를 세운 소셜벤처 1세대로  최근까지 지식공유 기업 위즈돔(Wisdom)을 경영하다 소풍에 합류했다. 위즈돔 역시 소풍의 투자사다. 올 9월13일 현재 소풍은 28개 기업에 투자했다. 현재 기준으로 전체 투자 기업 가치는 4201억원이며, 후속투자 유치율은 32%, 투자한 기업의 생존율은 93%에 달한다. 공유차 기업 소카(SOCAR)는 소풍이 투자해 성공한 대표적 회사다. 이외에도 친환경 의류 제작,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오르그닷’과 커피를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로 느타리버섯을 재배하는 ‘꼬마농부’와 제주도에 사는 예술인이 추축이 돼 공연·여행 사업을 벌이고 있는 ‘제주바람’도 대표적인 투자기업이다.   
이재웅 다음 창업주가 결정해 세운 제주도 다음카카오 본사. © 사진=연합뉴스

 

프랑스 유학 시절부터 공익사업에 관심 가져


이재웅 창업주는 예전부터 공익적인 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그런 면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비판을 받은 이해진 GIO와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난다. 이해진·이재웅 두 사람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벤처기업 대표는 “삼성그룹 사내 벤처에서 출발한 이해진과 맨땅에서 시작한 이재웅은 출발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기업 경영방식부터가 완전히 다르다”면서 “이번에 이재웅 창업주가 이해진 GIO를 감싼 것은 개인적인 친분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해진 GIO는 상문고, 서울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전산학 석사를 받은 뒤 삼성SDS에 입사했다. 삼성 사내벤처 프로그램 네이버컴이 오늘날 네이버의 전신이다. 부친은 삼성생명 대표를 지낸 이시용씨다.


반면, 이재웅 창업주는 영동고를 나와 연세대와 연세대 대학원을 거쳐 프랑스 국립과학연수소에 연구원으로 지냈다.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 창업주는 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가서부터 사회 공익 실현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가졌다. 프랑스 유학시절 유럽 기업들의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경험한 이 창업주는 귀국 후 대학원 동기들과 함께 회사를 세웠는데, ‘다음’을 기업명으로 정한 것도 미래 지향적인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 PC통신 시대에는 동호회를 만들려고 하면 복수로 의무 발기인을 구성해 직접 ID를 넣어야 통신사업자로부터 승인을 받을 수 있었으며 이용료도 유료였다. 이에 비해 오늘날 인터넷카페는 누구나 편리하게 아무런 간섭 없이 개설할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인터넷카페 개설을 주도한 다음 서비스는 혁신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이재웅 창업주는 IT기업으로는 국내 최초로 공익재단 ‘다음드림재단’을 설립했다. 본사를 제주도로 옮겨 직원들의 근무여건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도 국내 기업사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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