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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업체들이 AI에 전력투구하는 까닭

 

“2025년에는 90%의 소비자가 스마트폰에서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화웨이는 어느새 출하량만 놓고 봤을 때 스마트폰 업계에서 3위 업체가 됐다. 출하량 1위는 삼성전자, 2위는 애플인데 그 뒤를 화웨이가 바짝 뒤쫓고 있다. 2017년 2분기를 기준을 보면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3천850만대로 집계됐다. 바로 위는 애플이다.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은 4천100만대였다. 차이가 크지 않을 정도로 화웨이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양적 성장을 어느 정도 이룬 화웨이는 질적 성장에 집중할 거라는 공표 자리를 최근 가졌다. 7월27일 2017년 상반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리처드 위 컨슈머비즈니스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90%의 소비자가 2025년이 되면 스마트폰 AI를 사용할 거라고 내다봤다. 그의 얘기를 좀 더 들어보자. 

 

“화웨이는 AI에 대응한 SoC(System On a Chip, 여러 기능을 가진 시스템을 하나의 칩으로 구현한 기술집약적 반도체)를 개발해 올해 출시하는 스마트폰에 탑재하겠다.” 화웨이가 생각하는 스마트폰 업계의 미래 생존법이다. 그는 ‘텐서플로우(TensorFlow)’를 언급했는데 구글 딥마인드 역시 알파고를 만들면서 텐서플로우를 활용했다. AI의 딥러닝을 위한 프레임워크다. 이런 기술을 사용한 프로그램을 스마트폰에 장착해 저전력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는 건, 곧 AI 응용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크게 넓히는 일이다.

 

 

 

스마트폰 패권 키워드된 인공지능

 

화웨이의 선언은 스마트폰의 차세대 패권에 근접한 테크 기업들이 어떤 이슈에 사활을 걸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스마트폰의 역사를 보면 때로는 디스플레이의 크기가, 때로는 카메라의 기능이, 때로는 앱 생태계가 승부처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AI가 패권을 좌우할 거라는 게 화웨이의 판단이다. 

 

때마침 1~2위를 다투는 업체에서 새로운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뉴욕에서 갤럭시노트8을 발표했다. 2016년 8월 출시된 전작 갤럭시노트7의 후속 모델이다. 갤럭시노트7은 배터리 발화가 문제가 되면서 단종돼 버린 비운의 디바이스다. 문제작의 다음 작품은 언제나 부담되는 법이니 갤럭시노트8에 주목이 가는 게 당연했다. 

 

앞으로 스마트폰은 AI를 이용한 개인 비서로서의 기능이 포인트가 된다는 건 갤럭시노트의 신작에서도 알 수 있다. 빅스비의 중요성 때문이다. 갤럭시노트8보다 먼저 출시된 갤럭시S8부터 빅스비는 탑재됐다. 하지만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일단 갤럭시S8의 경우 안드로이드 7.0을 탑재하고 있기에 구글의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다. 여기서 소비자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왜 굳이 빅스비를 사용해야 하는가’ 

 

게다가 빅스비는 한국어와 영어만 음성 인식을 지원한다.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은 빅스비를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불완전한 상태에도 삼성은 중복 기능을 개발해 장착했다. 인공지능에서 구글의 생태계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됐다. 물론 사용자들을 구글 어시스턴트 대신 빅스비로 전환시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AI를 대하는 자세에 따라서 다음 세대 스마트폰 선두 업체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고 불완전해도 해야만 되는 일이라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IPU(머신 지능 프로세서)라는 AI용 칩을 개발하고 있는 영국 스타트업 ‘그래프코어’에 투자자로 참여한 것도 같은 행보다. 현재 스마트폰에서 AI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클라우드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걸 스마트폰 내에서 단독으로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드는 핵심 부품이 IPU다.

 

갤럭시S8에 이어 갤럭시노트8에도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 AI인 빅스비를 장착했다. 삼성 역시 AI를 차세대 핵심 경쟁 요소로 보고 있다. © 사진=AP연합

 

AI 전략 명쾌하게 내놓지 않는 애플에 대한 시선

 

또 다른 거대 테크 기업인 애플도 신작을 내놓기로 했다. 9월12일(현지 시간) 차세대 아이폰을 내놓는다. 누구나 인정하듯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을 견인해 온 선두주자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의 기반을 2007년의 아이폰3G가 만들었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태블릿 시장 역시 아이패드가 중심이 돼 조성했다.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에 혁신을 제안하고 시장을 선두에서 끌고 온 곳이 애플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간 풍향이 미묘하게 바뀌는 게 감지된다. 8월1일 나온 애플의 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 아이폰 출하량은 4102만 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했고 매출 역시 3% 늘었다. 실적은 여전히 훌륭했지만 이와 별도로 불안 요소를 지적하는 얘기도 적지 않다. 

 

일단 스티브 잡스가 사라진 뒤 애플의 혁신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른 회사에 비해 혁신이 뒤처진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여러 해 전부터 노력하고 있는 VR과 AR에 대한 대응이 늦고 아마존이 크게 앞서고 있는 스마트 스피커에 대한 대응도 올해 6월에 열린 ‘WWDC 2017’에서 뒤늦게 나왔다. 물론 애플은 무언가를 빨리 내놓기보다 완벽한 게 내놓는 전략을 취해왔지만 ‘혁신’ 이미지가 사라지는 건 그들에게 위험한 요소다.

 

AI에 관해서 명쾌한 전략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시리(Siri)와 같은 음성 인식 등에 AI를 이용하고 있고, 사진을 분류할 때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AI를 활용한 마법 같은 기능은 아이폰에 없다. 앞으로 여러 해에 걸쳐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요 체크포인트는 ‘AI’가 될 것이란 건 기정사실이 돼가고 있다. 그 흐름에 아이폰이 그냥 추종해 갈 지, 아니면 놀랄 만한 기능을 제안할 수 있을지는 한 번 지켜볼 대목이다. 패러다임이 바뀔 때 잘못 대응할 경우 패권도 바뀔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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