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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어바웃 아프리카] 낙수효과 기대 불구 아프리카 경제 발전 미미

 지난 1월7일, 불어권 아프리카의 단일 통화인 ‘세파프랑(CFA프랑)’에 반대하는 집회가 코트디부아르 수도인 아비장,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 말리의 수도 바마코, 부르키나파소 수도인 와가두구와 유럽의 브뤼셀, 파리, 런던 등지에서 열렸다. 그들은 세파프랑의 종식을 주장했다. 세파프랑은 아프리카 대륙 내 과거 프랑스령(領)이었던 대부분의 불어권 국가에서 통용되는 단일 통화다. 세파프랑 폐지론자들은 이 통화를 신식민주의의 상징인 동시에 프랑스 식민 지배의 자취로 여긴다. 그들은 이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들이 프랑존(Zone Franc, 프랑화 자유교환국가)에서 탈퇴를 하는 것이 종속 관계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독립을 획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프리카 지도자들도 국민들을 향해 세파프랑을 비판하거나 프랑존 탈퇴를 거론하기도 한다. 이러한 발언을 통해 간접적으로 프랑스를 비판해 자국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함이다. 식민 지배를 받은 경험이 있는 우리가 일본에 대해 갖고 있는 반감처럼 다수의 아프리카 사람들은 여전히 식민 종주국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발언을 통해 지도자들은 그 자신이 반제국주의자, 반식민주의자라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어준다. 일종의 포퓰리즘적 발언이다. 그들의 발언은 인권유린, 언론 탄압, 부정선거 등 반민주적인 행위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로부터 받은 비판과 제재에 대한 일종의 항의다. ‘주권’을 거론함으로써 외세의 비판을 피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불어권 아프리카 국가에서 약 70여 년간 통용된 이 단일통화가 정치적 이슈로 꾸준히 등장하며, 왜 ‘신식민주의’ 혹은 ‘신제국주의’ 상징으로 불리는지 그리고 단일통화제도가 어떻게 도입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게 된다. 
세네갈의 한 은행에서 은행원이 세파프랑(CFA 프랑) 화폐를 세고 있다. ⓒ 연합뉴스

프랑존과 단일 통화의 탄생 배경 

 세파프랑은 브레튼우즈 협정이 발효된 1945년 12월26일 프랑스에 의해 만들어졌다. 세파프랑은 현재 서아프리카 8개국(베냉, 부르키나파소, 코트디부아르, 말리, 니제르, 세네갈, 토고), 중앙아프리카 6개국(카메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가봉, 적도기니, 차드)에서 통용된다. 프랑존에 소속된 코모로 제도는 세파프랑이 아닌 코모로 프랑을 사용한다. ‘프랑존’은 지역별로 3개로 구분된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 15개 국가 중 8개의 국가로 구성된 서아프리카 경제 및 통화 연합(UEMOA), 6개의 국가로 구성된 중앙아프리카 경제 및 통화 공동체(CEMAC), 그리고 개별적으로 세파프랑화를 사용하는 코모로 제도(諸島)다. 각 지역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서아프리카 중앙은행, 중앙아프리카 중앙은행 그리고 코모로 중앙은행에서 지역별 통화 발행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프랑스 은행에 종속돼 있다.  프랑존은 탈식민화로 아프리카 국가들의 자치권이 인정되기 시작한 제2차 세계대전 초기에 만들어졌다. 샤를 드골 대통령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프랑스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원했고, 이를 위해 탄생한 계획이 바로 ‘프랑존’을 만드는 것이었다. 즉,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 통합과 발전을 위함이 아닌 과거 프랑스령이었던 아프리카 국가에서의 헤게모니를 유지하며 프랑스의 이익을 위해 탄생한 것이다.  1954년부터 1962년까지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대륙 내 국가들의 독립이 진행되는 동안 논란의 여지가 많았던 프랑존에서 탈피하는 자국의 통화 독립은 쟁취하지 못했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국가들은 독립 이후인 1959부터 1962년 사이 프랑존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프랑스 재무성은 세파프랑과 코모로 프랑의 모든 외화와의 환전을 무한대로 보증 △프랑스 프랑(현재는 유로)과의 교환은 고정환 적용 △프랑존 내에서는 자본이동과 송금에 대한 자유를 보장 △단, 세파프랑을 사용하는 지역은 외환 거래의 50%, 코모로 프랑은 65%를 프랑스 중앙은행에 예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프랑스 혹은 유로화가 이들 지역의 통화에 대한 보증 역할을 담당하므로 이 지역 투자자들에게 아프리카 화폐에 대한 신뢰와 안정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후진 경제구조와 선진 통화제도

 사실 단일통화 목적은 경제 통합의 대표적인 방법으로, 그 예로 유로존을 들 수 있다. 단일통화제도는 경제규모가 어느 정도 비슷한 선진국에서 채택되는 제도다. 유로화의 경우 오랜 기간 동안 여러 차례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02년에 와서야 시행할 수 있었다. 프랑존 국가들은 유럽보다 수십 년 이상 앞서서 선진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후진적인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선진적이라 할 수 있는 통화제도를 도입한 상충적 상황에서 과연 경제발전은 가능했을까. 2014년 국제통화기금(IMF)은 가장 부채가 많은 국가 35개를 발표했다. 코트디부아르를 제외한 나머지 14개 프랑존 국가들이 이에 속했다. 사실 세파프랑은 화폐가치가 프랑스에 의해 보증되기 때문에, 후진국의 화폐임에도 대외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다. 14개국 국가들이 화폐로 통일돼 있어 경제규모가 적다는 단점을 극복해 경제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낮은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면서 1980년대 중반까지는 사하라 부근의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적도 있었다. 안정된 화폐제도가 경제발전에 유리하게 작용돼야 하지만, 세파프랑은 불어권 아프리카 경제 사정에 부합되지 않았다. 후진적 경제구조에 알맞지 않은 세파프랑은 자국 경제에 비해 화폐가치가 높게 평가돼 아프리카,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었다. 단일통화제도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프랑존 국가들이 후진적 경제 상황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 단일통화 즉, 세파프랑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저개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경제적 종속 관계

 앞에서 언급했듯 세파프랑은 과거 프랑스 프랑을 기준으로 가치가 결정됐으나 2002년 이후 유럽연합의 단일통화인 유로화와의 고정 환율을 적용한다. 1세파프랑은 0.002유로, 즉 1유료는 655세파프랑이다. 화폐 가치는 프랑스에 의해 보증을 받는다. 두 통화간의 관계로 인해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유럽의 경제 발전은 아프리카 경제 발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과거 프랑스가 수출을 증대하고자 할 때 자국 화폐 프랑스 프랑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면 상대적으로 외화들은 평가절상됐다. 프랑스 화폐의 평가절하를 통해 발생하는 이점을 세파프랑의 경우 누릴 수 없다. 왜냐하면 아프리카 국가들의 주요 수출 품목들은 커피, 면화, 바나나 등 농산물이기 때문에 가격에 따라 수요가 증대되는 품목이 아니므로 수출 증대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입품 가격은 상승해 결과적으로 경상수지 적자 및 국가 부채의 증대를 가져온다. 2002년 이후, 세파프랑과 유로화의 종속 관계로 인해 프랑존 국가들의 경제는 자국 혹은 프랑존의 경제 상황보다 프랑스 경제 뿐 아니라 유로존의 상황에 의해 더욱 영향을 받고 있다.    자국 통화는 주권과도 관련이 있다. 자국 통화는 국가, 국기와 더불어 주권독립국가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주권국가는 자국 통화에 대해 외세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통화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세파프랑은 통화 정책, 더 나아가 경제 정책의 자율권이 보장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세파프랑을 사용하는 국가가 아닌 프랑스만이 통제권을 갖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세파프랑의 존재는 불어권 아프리카 국가들이 정치적 독립을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독립을 이루지 못한 미완성의 독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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