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나의 문화로 도시읽기] ⑦ ‘무비자환승’ 가능해진 청주국제공항과 함께 또 한 번의 도약 꿈꾸는 도시, 청주
청주는 남한의 심장부에 위치해있다. 우리나라 국제공항 중 남한 땅덩어리의 중심부에 가까이 위치한 곳이 청주국제공항(이하 청주공항)이다. 그런 청주공항이 2014년부터 무비자환승이 가능해졌다. 무비자환승이란, 외국에서 우리나라 공항을 통해 환승 또는 입국하는 외국인 단체관광객이 비자 없이도 환승공항 인근지역에서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머무는 시간은 원래 72시간에 불과했지만, 2015년부터 120시간까지 허용되었다. 120시간이면 장장 5일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게다가 비자문제가 항상 발목을 잡는 나라에서 온 여행자라면, 매력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다.
120시간 무비자환승이 가능한 공항은 인천, 김해, 무안, 양양, 청주, 대구, 그리고 김포까지 7개이다. 이 중 청주공항이 지리적으로 가장 편중되지 않은 위치에 있다. 청주공항에서 무비자환승이 가능해진 것은 청주만의 경사가 아니라, 국제공항이 없는 주변 지역들에게도 호재가 될 수 있다. 작년 8월부터 전라북도가 청주공항 무비자환승 체류지역에 포함된 데에 이어, 11월에는 충청북도와 전라북도가 중국관광객 공동유치를 골자로 하는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열성인 전북과 달리, 청주를 비롯한 충북은 무비자환승제도에 대한 홍보조차 미흡해 지역안팎의 걱정스런 시선을 받고 있다.
확실히 청주가 특별히 유명한 관광지가 있거나 개성이 뚜렷한 도시는 아니다. 청주에 사는 사람들조차 청주는 무엇으로 유명하냐는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한참을 생각한 후에 가장 먼저 나오는 대답은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 정도다. 모든 도시가 관광지로 유명해질 필요는 없으니, 방문객에게 선뜻 권할만한 관광지가 없다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청주공항의 무비자환승 제도혜택과 더불어, 청주시내에서 차로 불과 30분 거리에 있는 오송역에 호남선 고속철도와 간선급행버스체계(BRT)가 개통된 지금, 조금은 경각심을 느껴야 할 시점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방문자 시선 사로잡는 ‘청주 가로수길’
서울에서 차로 두 시간을 달려 청주에 도착하면, 36번 국도를 따라 양쪽으로 울창하게 늘어선 가로수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청주 가로수길’이라고도 불리는 길이다. 차로 달리는 10여분의 시간동안 플라타너스 나무로 만들어진 낭만적인 터널을 지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청주(淸州)라는 이름에 걸맞은 환영인사다. 필자가 이곳을 방문한 2월은 아쉽게도 아직 푸르른 가로수들을 볼 시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청주라는 도시를 떠올릴 때면 자연스럽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각인과도 같은 장면이 바로 이 청주 가로수길을 지나는 풍경일테다. 잠깐 차를 멈추고 내려서 사진 한 장 찍기도 어려운 좁은 국도변이지만, 이 속도감으로 경험하는 플라타너스길 나름의 매력이 있다. 필자가 경험해 본 도시의 진입부 중에서는 단연코 가장 인상적인 곳이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로 유명한 수암골에는 주말은 맞아 연인끼리, 혹은 가족끼리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보였다. 2007년 충북 예술인들의 공공미술프로젝트로 만들어진 벽화들이 낡은 골목길에 운치를 더하는 곳이다. 여느 벽화마을과 마찬가지로,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골목길 풍경과 어우러져 로맨틱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런 한편으로 주민들의 사생활보호를 호소하는 안내문이 곳곳에 보였다. 여기 사람들도 방문객들의 관심이 반갑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환승거점’으로 탈바꿈
이곳에는 청주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늦은 오후의 도시풍경도 꽤 감탄을 자아내었지만, 노을이 지는 시간이나 야경을 볼 수 있는 밤에 더 인상적인 광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럼 그만큼 누군가에게는 삶의 휴식처가 되어야 할 마을이 시끌벅적해지는 아이러니가 생기는 것이니, 마을미술프로젝트의 미래는 조금 더 신중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 청주의 매력은 청주시내의 몇몇 장소들로부터 찾는 것에 그치지 말아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청주는 항공편이든, 기차편이든, 버스편이든, 환승거점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 전체의 관광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잠재력이 생긴 거다. 무비자환승이 가능해도 청주에만 머무는 시간이 120시간 중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본다면, 이제는 주변 도시들과 함께 일으킬 수 있는 시너지효과를 노려야 한다. 물론 누군가에게 청주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도시일지 모른다. 하지만 해외여행 좀 해본 사람들은 환승공항이 여행자들에게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에 대해서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환승공항에서 여행자들은 돈도 많이 쓰지만, 주어진 체류시간을 가급적이면 알차게 보내고 싶어 한다. 평소에 가기 어려운 낯선 도시라면 더더욱 그 기회를 허투루 날리진 않을테다. 청주가 이 기회를 잘 잡아서, 관광객들이 스쳐지나가는 ‘터미널’에 그치지 않고 그 발길을 잡아끄는 매력포인트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