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부 신입생, 교복 반납하고 입학 거부 움직임…학부모들 “행정소송도 불사”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를 주교재로 채택하며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북 경산의 문명고등학교가 파행에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3월2일 입학식에서조차 ‘국정교과서 반대 시위’가 열릴 정도였다. 이날 신입생과 학부모 등 100명은 입학식이 시작되기 30여분 전부터 입학식 장소인 학교 강당 앞에 모여 국정 교과서 철회 시위를 벌였다. 신입생들의 가슴에는 근조 리본을 연상케 하는 검은 리본이 달려 있었다.

 

학생들과 학부모 항의가 거세지자 김태동 교장이 급히 입학식장을 뜨는 소동이 벌어졌다. 남은 신입생들과 학부모들은 피켓을 들고 시위를 계속했고, 일부는 교장실 앞으로 이동해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결국 입학식은 취소됐다.

 

경북도교육청이 2월17일 문명고를 국정 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하며 교육부에 통보한 것이 발단이었다. 학생들이나 학부모뿐 아니라 졸업생들까지 나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반발이 커지자 문명고 측은 “23일까지 말미를 달라”고 교육부 측에 요청했지만 학생들의 반발은 가라앉지 않았다. 1~2학년생 250명은 ‘연구학교 신청 과정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 의견을 무시한 만큼 즉각 철회하라’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경산 문명고에서 3월2일 열린 입학식이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학생들 시위로 파행을 겪고 있다. ⓒ 연합뉴스

학생․학부모․교사 11명 구성된 대책위 구성

 

학부모 5명과 교사 2명, 2·3학년 진학 예정인 학생 4명 등 11명으로 구성된 ‘국정교과서 지정철회 대책위원회(대책위)’도 만들어졌다. 대책위는 ‘연구학교 반대’ 문구를 적은 대자보를 교내에 붙였고, 포털사이트와 지하철역 등에서 서명 운동도 진행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일부 신입생들은 ‘입학 거부’ 선언을 하기도 했다. 입학식이 취소된 3월2일에만 2명의 학생이 국정교과서 채택에 반발하며 전학을 신청하고 교복을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월27일에는 한 학부모가 “아이가 국정 역사교과서로 공부해서는 안 될 것 같아 어렵사리 입학 포기를 결심했다”며 학교 측에 입학 포기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신입생 학부모 185명 중 86명이 참석한 투표에서도 84명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했다. 학부모 5명은 경북도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에 들어간다. 대책위를 통해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행정중지 명령 소장을 대구지법에 제출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촛불집회까지 문명고의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문제가 확산됐다. 이용기 문명고국정교과서저지위원회 집행위원은 3월1일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대통령과 함께 탄핵받은 국정교과서를 학교 측이 강행하면서 문명고의 2월은 사라졌다”며 “학생들에게 설레는 3월 새학기를 맞게 해주자”고 말했다. 대책위 역시 내일부터 경산오거리 등 도심에서 시민과 촛불시위 등을 열겠다고 밝혔다. 

 

교사와 학생들, 학부모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태동 문명고 교장은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명고 재단인 문명교육재단의 홍택정 이사장 역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결정된 사안에 반대한들 무슨 그게 (영향이) 있겠는가”라고 일축한 바 있다. 학생들의 반대로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한 구미 오상고와 비교되고 있어 향후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