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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거래 되는 중국 고대 ‘홍산 문화’의 유물들

중국 고대 문명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황하(黃河) 문명입니다. 세계 4대 문명 발상지로 우리에게도 친숙하죠. 그렇다면 여러분은 중국의 고대 문명 가운데 하나인 홍산(紅山) 문화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기자는 그런 문화가 있었는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홍산 문화에 대해 귀동냥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서울 인사동에서 고미술 거래를 하는 인사들을 통해서였죠. 홍산 문화는 중국 신석기 시대 문화입니다. 지금으로부터 7000~8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주로 중국의 동북3성 가운데 한 곳인 요령성(遼寧省) 서부 일대에 분포했다고 합니다. 1935년 요령성 적봉시(赤峯市) 홍산 지역에서 발견된 문화가 바로 홍산 문화입니다. 그런데 요즘 서울 인사동 고미술 시장에서 때 아닌  홍산 문화 유물들이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고 합니다. 고미술 수집가 등이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던 유물들이 시장에 나와 빛을 보고 있는 것이지요. 홍산 문화에 대해 좀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중국 문화사 및 사회사 그리고 중국 상고사에 조예가 깊은 허탁운(許倬雲)이 집필한《중국문화사》에도 홍산 문화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그 일부를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서울 인사동 고미술 시장에서 중국 고대 홍산 문화 유물들이 거래되고 있다. 사진은 인사동 고미술품 거리 풍경 (사진은 특정장소와 관련이 없습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서울 인사동 고미술상에서 고가에 거래

 

‘중국 내몽골 동남부와 요령성 서부 및 하북성 북부에 분포된 홍산 문화에서도 지금까지 대형 유적이 여럿 출토됐다. 연대 측정 결과 적어도 5000년 전으로 판단된다. 요령성 능원(凌源)과 건평(建平)이 만나는 우하량(牛河樑) 유적에서도 수십 평방킬로미터 범위 내에 적석총, 돌 제단, 금자탑, 여신묘(女神廟) 및 높은 누대 등이 분포돼 웅장한 종교 센터를 구성하고 있다. 여신묘 내부에는 진흙으로 빚은 여신상이 안치돼 있는데 크기는 일정치 않다. (중략) 요령성 객좌현 동산취의 홍산 문화 유적은 1970년대에 이미 석제 건축군 터, 사람의 3분의 1 크기의 여신상 잔해, 나체 임산부 두 건을 비롯해 크고 작은 토기 인형군이 발굴됐다. (중략) 홍산 문화유적에서는 옥제 조각품이 보편적으로 출토된다. 곰이나 돼지 머리 모양의 용을 비롯해 매, 거북도 있고 구름 문양을 새긴 원형 옥돌, 짐승 머리 두 개를 원형의 옥기 세 개로 연결한 것 등 다양하며 조각품마다 옥의 재질이 좋고 공예도 정교하다.’ 

중국의 고대학자 곽대순(郭大順)은 “홍산 문화가 이미 국가의 형태를 갖춘 정치적 실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홍산 문화 유물인 ‘옥제(玉製) 조각품
중국 홍산 문화 유물인 ‘옥제(玉製) 조각품 이 홍산 문화 유물들이 우리 고미술품상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 인사동 일대에서 주로 고미술품을 거래하는 상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최근 들어 인사동 일대에서 홍산 문화 유물들이 나와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주로 옥돌로 된 인물상과 도자기 등이 거래되고 있는데 가격은 부른 게 값이죠.” 다른 고미술품 수집가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홍산 유물은 중국 당국의 관리가 허술했던 과거에 우리나라에 밀수입된 걸로 보입니다. 그동안 개인 소장가들이 보관하고 있었는데 최근 시장에 나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일각에선 이 유물을 우리 미술시장에 내놓은 이들로 유명 문화예술계 인사와 대기업 회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고미술품 수집가는 “유명 문화예술계 인사 아무개씨는 홍산 문화 유물을 수십 점이나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문화재 당국에서 자신들의 고대 유물이 우리나라에서 밀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생각할지도 자못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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