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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에 중국 학생들 붐벼…주변 집값도 급등

중국인 위린은 지난해 제주도 ‘브랭섬홀아시아(Branksome Hall Asia)’를 졸업하고, 아시아 최정상급 대학인 홍콩과기대에 진학했다. 그는 현재 이 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하고 있다. 위린이 브랭섬홀아시아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중국에서 열린 유학박람회를 통해서였다. ‘브랭섬홀’은 개교한 지 올해로 114년 된 캐나다 여학교다. 기숙학교로 운영되는 브랭섬홀이 해외진출 차원에서 제주도에 첫 진출한 것은 지난 2012년 무렵이다. 자매학교여서 학제(學制) 대부분이 본교 시스템을 그대로 따왔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총 1212명이 다니는 브랭섬홀아시아는 본교의 전통을 따라 초등학교 이상 과정은 국내 국제학교 중 유일하게 여학생만 입학이 가능하다. 현재 이 학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은 90여 명으로 대부분이 중국인이다. 이들 대부분은 제주도의 교육 인프라를 보고 진학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시, 서귀포시, 그리고 영어교육도시”

 바로 옆의 또 다른 국제학교인 ‘노스런던컬리지잇스쿨(North London Collegiate School·NLCS)제주’도 최근 중국 부유층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 ‘NLCS’는 영국 북런던의 사립학교로 옥스퍼드·케임브리지로 대표되는 영국 명문대 진학률이 높다. 국내 최초의 공립 국제학교인 ‘한국국제학교 제주캠퍼스(Korea International School JeJu Campus·KIS제주)’와 똑같이 2011년 9월 처음 문을 열었다. NLCS제주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통합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총 학급 수는 74개 학급, 학생 수는 1508명이다. 현재 운영 중인 3곳 중 학생 수가 가장 많다. 영어교육기업 YBM이 제주도교육청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KIS제주는 유치원-중학교 통합과정의 학생 수는 728명이며, 2013년 뒤늦게 문을 연 고등학교 과정은 480명으로 구성돼 있다. 내년 9월에는 제주도의 4번째 국제학교인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St. Johnsbury Academy) 제주’가 문을 연다. 지난 5월 착공에 들어간 이 학교는 공사가 완료되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총 68개 학급, 1124명이 다니는 학교로 변신한다. 
NLCS제주에서 진행 중인 해부학 수업 © NLCS제주 제공


제주 영어교육도시 내 학교들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국인이라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는 국제학교다. 현재 서울·인천 등지에 위치한 국제학교는 해외 거주 기간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만 입학할 수 있다. 정부가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를 영어교육도시로 개발한 것도 자녀 교육 명목으로 부(富)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현재 제주도 영어교육도시 사업은 국토교통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추진하고 있는 핵심 사업 중 하나다.  JDC에 따르면, 지난 2011년 805명으로 시작한 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 학생 수는 지난해 말 현재 2405명으로 늘어났다. JDC는 영어교육도시 개발로 5년간 2587억원의 외화 유출 절감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한다. 현재 JDC는 총 7개 국제학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대로 7개 학교, 학생 수 9000명이 달성될 경우 연간 외화 절감 효과는 283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다 보니 제주도 내에서는 최근 “제주도에는 총 3개의 도시가 있다. 제주시, 서귀포시, 그리고 영어교육도시가 바로 그곳이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생겨났다. JDC는 영어교육도시 개발을 위해 오는 2021년까지 총사업비 1조7810억원을 투입, 국제학교·영어교육센터·외국교육기관·주거 및 상업시설 등을 갖춘 상주인구 2만 명 규모의 신도시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KIS제주를 제외한 3곳의 국제학교 모두 미국·영국·캐나다 내 최고 사립학교다. 높은 명문대 진학률이 이를 잘 말해 준다. 단적으로 NLCS제주는 지난해 졸업생 62명 중 27명이 영국 옥스퍼드·케임브리지·킹스칼리지, 미국 예일대·스탠퍼드대 등 세계 상위 100위권 대학에 진학했다. 일부 대학은 영국 본교보다 진학률이 높다. 지난해 처음 32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브랭섬홀아시아도 졸업생 중 19명이 영국 런던대와 미국 코넬대·뉴욕대·보스턴대, 캐나다의 토론토대·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등 명문 대학에 들어갔다. 두 학교 모두 최근 국제학력평가 시험인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학력 인증을 받게 된 만큼 해외 상위권 대학으로의 진학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 브랭섬홀아시아 © 시사저널 송창섭


‘싱가포르식’ 해외 유학생 유치 전략 성공적 

 영어교육도시 개발의 당초 취지는 조기 유학을 위해 빠져나가는 유학 자금의 물꼬를 국내로 되돌리겠다는 것과 함께 해외로부터 유학 수요를 국내로 끌어들이겠다는 것 두 가지였다. 첫 번째 목표는 학생 수가 2000명을 넘어서면서 어느 정도 달성됐다. 물론, 서민들 사이에서는 ‘귀족학교’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우선 학비부터가 국내 최고 수준이다. 브랭섬홀아시아의 경우, 중학교 과정 학비가 연간 3500만원이다. 기숙사에 들어갈 경우 2000만원에 달하는 생활비를 별도로 내야 한다. NLCS제주는 기숙사비와 수업료를 합친 학비가 연간 5000만원 수준이다. 대신 만족도는 높다. JDC가 지난해 12월, 재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재학생의 89%, 학부모의 91%가 ‘교육시스템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두 번째 목표인 해외 유학생 유치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른바 ‘싱가포르 모델’이다.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국가이지만, 사실상 아시아의 교육허브다. 영어·중국어를 기본적으로 구사해야 하는 중·고등학교 과정도 인기다. 현재 NLCS제주에 재학 중인 중국인 학생은 80여 명. 이들은 우리나라 학생과 동일한 선발 과정을 거쳐 입학했다. 김정은 브랭섬홀아시아 마케팅 실장은 “매년 중국에서 열리는 유학박람회에 참가할 때마다 중국 내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새삼 느낀다”면서 “해외 유명 대학 진학률이 높아질수록 유학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JDC에 따르면, 2011년 이후 국제학교 재학생과 교직원 2505명, 동반 가족 2069명 등 총 4574명이 제주로 터전을 옮겼다. 이들은 학교가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생활하지만, 170여 명에 달하는 중국인 학부모들은 제주도 내 별도의 거처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최근 영어교육도시 내 주택 시장은 제주도 내에서도 가장 열기가 뜨겁다. 영어교육도시 내 100㎡(33평형) 아파트의 경우 임대료가 보증금 1000만원에 연 1500만원이다. 중국 학부모 수요가 늘어나면서 삼정아파트, 라온빌리지 내 고급주택은 모두 분양이 완료됐다. 인근 모델하우스에는 공동주택 분양완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오기택 영어도시공인 소속 공인중개사는 “임대사업 목적으로 서울 등 수도권 투자자들의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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