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하남도시공사·신세계 유착 의혹 담은 감사원 감사청구서 단독 입수
하도공 뇌물 스캔들, ‘스타필드 하남’으로 확산
이런 가운데, 검찰이 하도공과 신세계의 수상한 거래에 대해서도 수사를 시작해 주목된다. 지난 9월9일 대한민국 첫 쇼핑테마파크로 숱한 화제 속에 화려하게 오픈식을 가진 ‘스타필드 하남’과 관련된 사안이어서 더더욱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도공은 2011년 스타필드 하남 개발 부지를 매입한 신세계 측에 수십억원의 지연이자를 탕감해 줬다. 감사를 한 하남시도 권아무개 사업처장에게 주의 처분만 내리는 등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했다. 검찰은 현재 하도공과 신세계 간의 거래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하남시의회가 최근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감사청구 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와 미국계 유통회사의 합작법인인 하남유니온스퀘어(신세계)는 2011년 6월 하도공과 토지공급 약정서를 체결했다. 하남시 신장동 228번지 일대 땅으로, 스타필드 하남이 위치한 자리였다. 토지 매매대금은 1870억원(평당 530만원)으로 산정했다. 최종 매각 가격은 이후 감정평가를 실시해 확정하기로 했다. 하도공은 잔금 납부 전까지 전문기관을 통해 감정평가를 받기로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업 진행에 큰 문제가 없었다. 신세계는 2012년 12월1일까지 매매대금 1870억원을 모두 납부했다. 하지만 12월3일 하남시가 한국감정원에 매각 토지에 대한 감정을 의뢰하면서 사업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평가금액이 2665억원으로 나온 것이다. 당초 계약보다 795억원(43%)이나 높게 나오면서 신세계가 문제를 제기했다. 감정평가 자체가 잔금 지급 이후에 진행된 데다, 하나의 감정평가 법인만을 선정한 만큼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하도공은 계약대로 토지매매에 따른 정산금 795억원을 2013년 1월25일까지 납부하라고 신세계 측에 통보했다. 정산금 납부를 3년에 걸쳐 6회 분납으로 내겠다는 신세계 측의 요구에 대해서도 ‘수용 불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신세계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J법무법인의 자문까지 받았다. 문제는 그 이후 하도공이 돌연 정산금 납부기한을 2013년 7월30일까지 6개월 이상이나 연장해 주었다는 점이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토지매매 계약서 제2조에는 ‘연체기간이 6개월 이상이면 연 15%의 이자를 문다’고 표시돼 있었다. 신세계는 2013년 7월까지 정산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계약대로라면 795억원에 대한 지연이자 59억원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하도공은 795억원의 정산금과 이자에 대해 추후 법적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합의서까지 신세계와 체결하면서 뒷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박진희 하남시의회 의원(새누리당)은 “최소한의 법정이자 비율인 6%만 적용해도 지연이자는 23억원이다”며 “하도공이 정산금 납부 기한을 연장해 주면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스스로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하도공의 계약 담당자와 팀장은 정산금 납부시기 연장을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자문을 받은 J법무법인도 “특혜 논란이 예상되며, 담당자는 업무상 배임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권고했다. 이들은 법무법인 자문 결과를 바탕으로 윗선에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묵살당했다. 심지어 하도공의 권아무개 사무처장은 담당 팀장과 담당자를 한직으로 인사 조치했다. 이후 자신이 사장의 사인을 받아 독자적으로 정산금 연장을 추진했다. 결과적으로 신세계는 59억원의 지연 이자를 내지 않는 특혜를 입은 셈이다. 시사저널은 당시 사업을 담당하다 불이익을 받고 한직으로 몰린 조아무개 팀장을 만나기 위해 여러 루트로 접촉을 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통화가 되지 않았다. 대신 조 팀장이 하남시의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입수할 수 있었다. 조 팀장은 “사업을 담당했던 팀원들이 모두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윗선에서 묵살됐다”며 “이후 이자 탕감을 요지로 하는 새로운 기안서를 만들어 일사천리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공사가 1차와 2차에 걸쳐 법적 자문을 받은 곳은 동일한 곳이었다. 심지어 자문을 받은 변호사조차 같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름여 만에 전혀 다른 자문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신세계 측 “이자 징수 않기로 하도공과 합의”
신세계 측은 현재 “이자를 징수하지 않은 것은 하도공 책임으로 회사와 무관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한 관계자는 “계약상 하도공의 의무사항인 실시계획인가의 지연으로 감정평가 자체가 늦어져 잔금 지급 기일을 넘겼다”며 “당시 우리도 사업성 악화로 사업 중단 압박을 받았다. 복수 감정평가를 진행해 달라고 공사 측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신세계는 지속적인 사업 진행을 위해 하도공이 요구한 액수를 모두 수용하고 추가 이의제기는 하지 않기로 하도공과 합의했다. 앞서 관계자는 “감정 금액에 대한 의견이 달라 정산금이 확정되지 못했다”며 “향후 납부 시기나 처리방법에 대한 규정이 없으므로 별도 협의가 필요한 상황인데도 공사는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사저널 취재 결과는 달랐다. 조 팀장은 “5월에 신세계 관계자와 만나기로 했지만, 오히려 그쪽에서 나오지 않아 협상이 결렬된 적이 있다”며 “계약서에도 신세계는 일체 매각 금액을 조정할 수 없는 만큼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남시의회가 7월말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거래 이면에 하남시와 공사, 신세계 간에 밀약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남시는 최근 이자 탕감 문제가 불거지기 전부터 하도공을 상대로 감사를 벌였다. 하지만 하남시는 사업처장 권아무개씨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조사는 잠정 중단됐다. 이미 검찰이 하도공 비리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현재 스타필드 하남의 이자 탕감 문제뿐 아니라, 재정 관련 사항도 면밀히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희 의원은 “검찰 조사 내용과 감사 내용이 겹쳐 조사를 종결한다는 감사원 통보를 최근 받았다”며 “현재 스타필드 하남과 관련해 하도공 직원들을 소환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검찰수사, 정용진 부회장에게 불똥 튈 수도
공은 결국 검찰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 스타필드 하남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무척 공을 들인 사업이다. 개장 전부터 자신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스타필드 하남에 입주한 매장을 소개하는 등 ‘홍보맨’을 자처했다. 오픈식 때도 직접 브리핑을 할 정도로 이 사업에 대한 애착이 컸다. 그는 “스타필드 하남은 신세계그룹이 추진하는 최초의 복합쇼핑몰이자 글로벌 유통사 터브먼과 합작한 외자 기업”이라며 “여러 해외 사례들을 벤치마킹해 장점을 모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수사로 정 부회장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신세계는 최근 부천과 동대구 역사, 인천 송도 복합쇼핑몰 사업 등에 외국인 투자기업과 함께 참여하면서 페이퍼컴퍼니 논란에 휩싸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정 부회장을 증인으로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신세계가 투자한 외국인 합자회사의 정체가 명확하지 않다”며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외국인 투자기업의 형식만 갖춘 채 국·공유지에 대한 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필드 하남 역시 처음에는 중국계 유통기업인 킹파워그룹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사업이 진행되면서 신세계와 미국계 유통기업인 터브먼으로 주주가 바뀌었다. 향후 검찰수사 과정에서 이 문제까지 불거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는 최근 5년간 여러 차례 검찰수사를 받았다. 정 부회장 역시 적지 않게 검찰에 불려 다녔다”며 “검찰 조사 과정에서 스타필드 하남 건립 과정의 문제가 드러날 경우 정 부회장의 입지 역시 크게 훼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신세계, 두 번이나 특혜 받고도 지연이자까지 탕감”
- 박진희 하남시의회 의원 인터뷰
박진희 하남시의회 의원(새누리당)은 ‘스타필드 하남’의 수십억원대 이자 탕감 문제를 처음으로 공론화한 주역이다. 그동안 하남시와 하남도시공사(하도공)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관련 자료조차 감추고 내주지 않아 조사에 어려움이 많았다. 신세계 관계자들도 여러 차례 박 의원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는 9월23일 기자와 만나 “거대 기업과 싸우는 만큼 외압이 적지 않았다”며 “‘왜 그렇게 무리를 하느냐’는 주변의 회유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박 의원은 신세계와 하도공의 수상한 거래를 파헤쳤고, 최근 감사원 조사까지 이끌어낼 수 있었다.
스타필드 하남의 이자 탕감 문제를 처음 제기했다.
스타필드 하남은 국내 최초의 복합쇼핑몰이다. 부지만 11만7116㎡로 쇼핑과 힐링, 레저, 스포테인먼트까지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덕분에 9월9일 오픈 후 추석 연휴까지 10일 동안 150만 명 이상이 방문할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오픈 1년 매출 목표를 8200억원대로 잡았다는 언론 보도도 봤다. 하지만 당연히 내야 할 지연이자 59억원을 내지 않았다. 하도공은 신세계와 다시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자를 탕감해 주었다. 명백히 특혜이자 하남시민을 우롱한 처사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조사를 시작했고, 7월 행정사무감사에서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게 됐다.
조사에 어려움은 없었나.
어려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어쩐 일인지 하도공은 물론이고, 하남시조차 자료 제출을 꺼렸다. 그럴 때마다 발품을 팔면서 조사를 했고, 필요한 자료를 찍어서 요구했다. 그때서야 마지못해 자료를 내놓았다.
신세계는 하도공에 책임을 넘기고 있다.
그렇지 않다. 하도공과 체결한 계약서에 이미 계약금액이나 기간을 조정하지 못하도록 적시돼 있다. 공사가 마음대로 계약 내용을 어길 경우 배임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신세계는 계속해서 협상을 요구했고, 결국은 신세계의 요구대로 정산금 납부기간을 연장해 주면서 50억원 넘게 손해를 봤다. 이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은 밀약이 있을 수 있다. 이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감사원 감사를 신청한 것이다.
법무법인 자문 결과는 계약기간 연장이 가능하다였다.
하도공 사장과 사업처장은 실무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약기간을 연장해 이자를 탕감해 줬다. 당시 하도공이 이자를 탕감해 준 근거는 J법무법인의 자문 결과였다. 1차 자문 결과는 절대 불가였다. J법무법인은 신세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2013년 1월 이후 발생한 지연이자를 청구하지 않으면 배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차 자문 결과는 정반대였다. 경영 판단에 따라 정산금 납부기간을 연장해 줄 수 있다고 회신했다. 불과 10일 만에 180도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똑같은 법인의 변호사가, 그것도 똑같은 내용을 가지고 180도 다른 내용을 회신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감사원 조사가 중간에 중단된 이유는.
7월부터 검찰은 하도공의 뇌물 스캔들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현재까지 검찰에 기소된 사람만 10명이 넘는다. 같은 사안으로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감사를 할 수 없다는 통보를 최근 받았다.
하남시가 신세계에 제공한 특혜는 이뿐만이 아니라고 들었다.
그렇다. 문제의 부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었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낙후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2010년 그린벨트를 풀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하남유니온스퀘어 지분은 중국의 킹파워그룹이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신세계가 지분을 매입해 최대주주가 됐다. 결과적으로 신세계는 그린벨트 해제와 수의계약 등 외국기업에 부여한 특혜를 고스란히 넘겨받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신세계는 59억원의 지연이자조차 내지 않았다.
향후 계획은?
감사원이 검찰수사를 이유로 감사를 중단한 만큼 검찰수사를 지켜볼 예정이다. 검찰은 현재 스타필드 하남과 관련된 하도공 직원들을 잇달아 소환하고 있다.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