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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라 루스 MIT 인공지능랩 소장 인터뷰 싼 가정용 로봇 집집마다 보급되는 시대 조만간 올 것

인공지능을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일상에서 아직 보기 어렵다. 그나마 나온 것도 간단한 자연어 소통이 가능한 소셜 로봇이나 반려 로봇에 불과하다. 가격도 부담스럽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소셜 로봇 페퍼는 200만원을 웃돈다. 한정판이라 얼마 보급되지도 않았다. 비교적 저렴한 지보도 80만원가량이다. 한마디로 접근성이 떨어진다. 

 

다니엘라 루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싼 가정용 로봇을 집집마다 보급하겠다는 꿈을 꾼다. 루스 교수는 MIT 산하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CSAIL) 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싸게 보급 가능한 로봇, 그리고 궁극적으로 인간 개입 없이 스스로 활동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루스 교수는 로봇공학·인공지능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로 손꼽힌다. 코넬대에서 로봇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MIT에서 로봇공학, 모바일 컴퓨터, 데이터 과학을 연구하고 있다. 

 

루스 교수는 다수의 개인용 로봇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다. 루스 교수 연구팀은 5월 종이접기식 로봇을 공개했다. 캡슐 안 로봇이 신체로 들어가면 종이접기 하듯이 스스로 형태를 취한다. 그 후 신체 내 이물질을 제거하거나 벌어진 상처를 동이기도 한다. 또 정육면체 모양의 인공지능 로봇 큐브(M 큐브)를 개발하고 있다. 이 로봇들은 스스로 합체하거나 분리해 특정 형체를 만들어낸다. 인공지능이 더 발전하고 큐브 크기가 아주 작아지면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변신 로봇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물론 그때까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본지는 8월1일 루스 소장을 이메일 인터뷰했다. 

 

 

다니엘라 루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

다니엘라 루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

 

로봇공학을 연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어렸을 때 공상과학 드라마 《로스트 인 스페이스》(1965~68)에 빠져 여러 번 봤다. 드라마에 나오는 ‘클래스 M3, 모델 B9 로봇’이 너무나 맘에 들었다. 컴퓨터공학 천재 소년 윌 로빈슨도 좋아했다. 프랑스 애니메이션 캐릭터 바바파파도 즐겨 봤다. 대학에 가서 관심을 가졌던 일을 찾다보니 컴퓨터공학도가 됐다. 대학원에서 로봇공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를 제공한 이는 박사논문을 조언한 존 홉크로프트 코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다. 홉크로프트 교수는 컴퓨터공학을 로봇공학에 어떻게 응용할지를 설명했다. 듣고 나서 ‘이건 내가 가야 할 길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홉크로프트 교수는 내게 “로봇이 커피를 타고 너에게 갖다주려면 어떤 알고리즘을 짜야 할까?”라고 물었다. 흥미로운 주제였다. 커피 로봇을 만들려고 대학원에서 공부한 셈이다. 지금은 더 복잡한 요리를 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 중이다.

 

장기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장기 목표는 완벽한 로봇 자동화다. 혼자 일하는 로봇이 아니라 로봇이 팀을 이뤄 유기적으로 일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 연구팀은 인간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로봇이 복잡한 업무들을 스스로 해결하길 바란다. 다양한 기능을 가진 로봇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꿈꾼다. 또 다른 목표가 있다. 우리가 가장 흥미롭게 여기는 주제 중 하나는 로봇을 더 값싸고 보급하기 쉬운 형태로 만드는 일이다. 가정 로봇은 비싸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에 상용화하기 어렵다. 집집마다 개인 로봇을 가지고 있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다른 로봇을 원하면 상점에 가면 된다. 주문에 맞춰 값싸게 로봇을 만들고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이다. 로봇이 ‘대세’가 되고 평범한 직장인도 로봇을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이 오려면 제조비용을 줄여 가격을 낮춰야 한다.

 

 

로봇에 사용 중인 최신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 개입 없이 여러 로봇이 공동으로 일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주문 설계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당장 필요한 업무를 실행하기 위해 바로 해당 업무에 적합한 로봇 디자인을 설계하고 만드는 일이다. 이는 로봇 제조 방식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더 다양한 형태를 가진 로봇을 더 쉽고 빠르게 제작할 수 있다. 우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로봇 협동, 지각, 조작에 대한 새로운 알고리즘을 짜야 한다. 모두 인공지능이 발전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요소들이다.

 

 

인간을 대체할 로봇이 나올까? 

 

아직은 힘들다. 현재 로봇들은 아주 한정된 논리만 전개할 수 있다. 로봇이 하는 일들은 아주 자세하게 명시된 일을 간단한 프로그램 명령으로 실행하는 수준이다. 로봇이 할 수 있는 일들은 그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돼 있는 명령 체계를 벗어날 수 없다. 로봇은 주변 환경에 대한 지각 능력이 매우 떨어지며 그 한계가 명확하다. 우리가 당연히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수행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내가 여기 온 적이 있나?” 같은 간단한 질문에도 로봇은 대답하기 어려워한다. 로봇이 세상과 소통하려면 추론·학습·지각·민첩성 등 여러 요소가 발전해야 한다.

 

 

로봇공학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더 똑똑한 뇌, 더 똑똑한 로봇 몸체, 더 우수한 소통 능력이다. 우리는 매우 흥미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컴퓨팅 계산이 공공재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된 시대이다. 내가 로봇공학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이런 시대 속에서 우리는 더 똑똑하고, 더 유용한 로봇을 만들 수 있다. 나는 더 많은 업무가 가능하고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 로봇은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로봇은 직장이나 집에서 우리 일을 돕고 인간은 남는 시간을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로봇을 소유하고 로봇이 크고 작은 일을 처리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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