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세상]
어린 시절 더위는 즐거움이었다. 벌거벗고 개울물에서 물고기를 잡거나 개헤엄을 치며 놀던 기억, 매미를 몇 마리 잡는지 내기를 하며 숲을 헤맸던 추억이 새롭다. 산속 여름은 더위를 이기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 시절 도시도 지금처럼 더웠을까?
더위가 예사롭지 않다. 30℃는 보통이고 35℃를 넘는 경우도 다반사다. 도심 지역에서는 인근 녹지 지역보다 온도가 5℃ 가까이 높은 열섬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폭염’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재해가 따로 없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폭염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국립의료원, 식품의약품안전청 등과 비상 연락망을 구축하고 24시간 응급 진료 체계를 마련했다.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매일 안부 전화를 걸어 상황을 파악하거나 비상 방역 체계를 갖추었다. 소방방재청도 ‘폭염 대피소’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8℃를 넘었던 1994년, 서울의 사망자는 다른 해보다 73%나 증가했다. 특히 65세가 넘는 노인들의 피해가 컸다. 폭염을 재해로 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이번 폭염에도 전남 나주, 경기 여주 등에서 한낮에 일하던 노인들이 일사병으로 숨지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대전시가 폭염으로 인한 전염병 관리 3R(실시간 감시·신속 개입·적극 대처) 추진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등 지방 자치 단체들의 대응도 본격화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수인성 질환과 모기가 매개하는 전염병 등의 발병이 증가하고 있다. 손을 잘 씻고 야외 활동을 자제해달라”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