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개 정유회사는 배럴(160ℓ가량)당 30달러가넘게 고공 비행하는 국제 원유가못지 않게 삼일회계법인이 올해
5월게 내놓은 용역 결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 국방위원회의국방부 감사에서 군납 항공유(<시사저널> 제541호
커버 스터리 참조)가 면수용 항공유보다 남품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자, 국방부 조달본부는 정유사의항공유 기준 가격이 적정한지 판단해
달라고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했다.
감사원이 특별 감사에 들어가 군용 항공유와 민수용 항공유의 차액을환수하라고 요구하자, 국방부는 항공유원가산정팀을 꾸려 정유사가
부당이윤을얻었는지를파악하려 했다. 하지만 정유회사들은 석유제품 가격의 원가 산정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정유업계가정한 기준가격 산정 방식만을
제출했다. SK주식회사 김동원 직매팀장은 “개별 석유 제품의 원가 산출은 거의 불가능하는 것이 정설이다. 정유업계는 원유가를 비롯해 석유가를
결정하는 갖가지 변수를 고려해 적정하게 석유 판매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달본부 원가 산정팀도 석유 제품의 원가 산출이 까다로운
작업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일반 회계 방식과 호환되지 않는 정유업계의 기준 가격 산정 방식을 받아들일 수는 없는 처지이다. 조달본부가 민간
회계법인에 석유 제품 원가 산정을 맡긴 것은 이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이 올해5월쯤 내놓을 감사 결과는 군납 항공유 가격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안다. 군납항공유의 기준가격이 높게
책정되었다면 그 파장은 항공유뿐만 아니라 전체 유륮저품의 가격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군용 항공유 기준 가격 산정과 비슷한 방식으로 전체 석유
제품 가격을 매겨 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방부가 차액을 국고 환수한다면, 석유값 자유화 조처 이후 정유사가 일반 유류 제품을 판매하면서 얻은
초과 이윤을 내놓으라고 소비자가 들고 일어날 수 있다.
석유가를 둘러싼 파문은 정유사의 가격 산정 방식이 투명하지 않아 발생하고 있다. 1995년 ‘석유가 자유화 조처’가 시행된 이후
휘발유. 등유 . 경유 . 중유를 비롯한 주요 석유 제품의 가격이 적정한지 판단할 잣대가 없는 것이다. 감독 부서인 산업자원부석유사업과도
정유사가 책정한 석유 제품 가격을 사호 보고받을 뿐ㅇ지 가격이 아떤 방식으로 산출되었는지 모른다.그러다 보니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주요 석유
제품 판매 가격이 적정한 수준인지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산업자원부도 뒤늦게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정유사가책정한 석유 가격이 적정한지
검증해 달라고 의뢰 했다.
석유가 자유화 조처가 시행도기전에는 정부가 석유 제품 가격을 곳했다. 정부 곳가는 곧바로 최종 판매 가격이어서 정유사가 석유가
책정에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고시가는 1년 단위로 바뀌었다. 국제 원유 가격을 참고해 정부가 해마다 석유 제품 가격을 산정한 것이다. 하지만
국제 원유가는 날마다 바뀌었다. 고시 당시 원유 가격이 낮으면 정유사의 이윤이 커지나 원유도입가가 급등하면 정유사는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정부는 배럴당 1.7달러씩 걷어 조성하는 석유 사업기금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정유업계가 받는 충격을 줄이려 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1995년 국내 석유 제품을 국제 원유가에 연등시킨 유가 연동제를 도입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조처로 인해 국내 석유
제품 판매 가격의 결정권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이야되었다. 대신 국내 5개 정유사는 구제 원유가에 맞추어 달마다 바꾼 국내 석유가를 산업자원부에
사전 신고해야 했다. 1997년부터 정유사는 이미 결정한 석유가를 산업자원부 석유사업과에 통보하기만 하면 되었다.
정유업계, 석유값 산정 방식 공개 거부 문제는 정유업체들이 최종 판매 가격 책정에 기초다 되는 기준 가격 산정 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ㅇ다. 정유사들은 RWNS 가격 산정 방식을 영업 비밀로 분류해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다. 감독기관인 산업자원부
석유사업과조차 산정 방식을모르고 있는 형펀ㅇ다. 이름을 밝ㅎ지 말라는 정유업체 관계자는 “정유업계는 경쟁이 치열하다. 업체마다 들게 적용하고
있는 기준 가격 산정 방식을 공개하는 것은 포커 게임에서 자기 카드를 꺼내놓으라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국내 정유업체들은 연산품이라는 석유 제품의 특성을 내세우며 일반 회계 방식으로 원가나 기준 가격을 산정하지 않고 이다. 연산품은
같은 원료를 같은 공정으 거쳐 처리했을 때 가치가 다른 두 가지 이상 품목이 만들어지는 제품이다. 원유를 증류할 때 Q등점에 따라
경유.증유.등유.휘발유.LPG(액화석유가스)처럼 가치가 다른 여러 품목이 생산되는 석유화학 제품은 대쵸적인 연산품이다. 그러나 보니 일반 회계
방식으로 원가를 산출하기가 쉽지 않다. 정유업계는 원가가 아니라 기준 가격이라는 것을 산정해 최종 판매 가격의 기준을 산출한다. 국제 원유가뿐만
아니라 경쟁 업체가제시하는제품가도 고려하고 시장 수급 현황도 반영한다.
정유업체마다 기준 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이 다른 것은 이때문이다. SK주식회사 김동원 직매팀장은 “SK주식회사는 산업자원부가
마련한 손실 보전 기준 가운데 몇 가지 항목을 뽑아 기준 가격 산정에 적용하고 있다. 기준가격이 마련되면 이에 기초해 영업팀이 시장 상황에 따라
최종 판매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LG칼텍스정유 이영원 차장은 “유가 연동제 시절 신고가를 산정할 때 사용한 방법에 의거해 기준
가격을 산정한다”라고 말했다. 현대 . 쌍용.인천 정유도 나름의 가격 산정 방식을 갖고 있다. 정유업계에서 ‘백 사람이 산정하면 백 가지 기준
가격이 나온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때문이다.
산업자원부는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적저란 기준 가격 산정을 마련하라고 의뢰했다. 그 결과는 올해 9월쯤 나온다. 산업자원부는 정부가
가격을 고시하던 때처럼 원유가를 전면 통제할 수는 없지만 감독 부서. 업계.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 가격 산정 방식을 제시해야 석유
제품가격을 둘러싼 잡음이 끝나리라 판단한 듯하다. 만약 삼일회계법인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정유회사의 기준가격이 적정치보다 높다고 잇달아 발표하면
석유가를 둘러싼 파문은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도 이다. 李哲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