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야당의원 정치자금 조달방식 - 동문회 · 종친회 등 활용

국회의원들이 개인 혹은 지구당 차원에서 후원회를 만들어 합법적이고 깨끗한 돈을 마련해낼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은 정치자금법이 개정된 지난해 12월. 그러나 법개정 이후 여소야대에서 또다시 여대야소로 상황이 달라진 만큼 돈있는 층의 인심도 달라졌다. 그래서 깨끗한 돈을 합법적으로 마련하기는 아직도 하늘의 별따기라는 게 대부분 야당의원들의 하소연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몇몇 소장의원들은 나름대로 공개적이고 조직적인 정치자금 조달방식을 개발해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민주당(가칭)李哲의원의 경우 12대 등원이후 당시로선 ‘불법'이긴 하지만 일찌감치 개인후원회를 만들어 자금조달을 해온 '선구자'로 손꼽힌다.

살림을 짜게 해도 월 3백50만원 적자
 이의원이 받는 세비는 會期 수당 유무에 따라 매달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평균 2백20만원 정도. 그 가운데 가불금 등 미리 떼이는 부분이 많아 빈 봉투에 가까울 때도 있다. 평균 실수령액은 1백50만원 안팎. 반면에 씀씀이는 살림을 아무리 짜게 해도 지역구사무실·의원회관사무실 유지에 월 5백만원쯤이 들어간다. 국회의 입법활동 과정에서 ‘제목소리'를 내기 위해 개인적으로 채용한 8명의 상근 비상근 요원들의 급여가 그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연말연시나 요즈음처럼 창당 분담금을 떠맡은 '정치자금 특별수요기'가 아닌 평상시에도 매월 3백50만원의 공백이 생기는 셈이다.

 이 공백을 메워주는 곳이 바로 개인후원회. 후원회는 대부분 이의원의 부산중·경기도 선후배인 자영상인·봉급생활자·교사 등 1백여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 후원회원들은 형편에 E라 최소 5만원에서 10만원씩 각출해 매달 2백만원 정도를 이의원에게 전달해주는 것이다. 이의원은 만일의 후유증을 염려해서 ‘개인의 후원금이 10만원을 넘지 않도록 한다 '후원회 모임에는 자신이 직접 참석하지 않는다'청탁은 배제하는 대신 후원회비의 쓰임새를 반드시 보고한다??는 세가지 원칙을 세워놓고 여태껏 고수하고 있다.  ‘도덕적으로 거리낌은 없지만 현행법상 불법인'개인후원회는 운용해온 이의원은 정치자금법 개정 후 가장 발빠르게 '합법적'인  개인후원회 결성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월 연세대 金 國부총장, 서울대 韓元相교수, 시인 金芝河씨 등 '李哲의원 후원회'결성을 위한 준비위원 1천여명은 자신들이 소장하고 있거나 따로 기증받은 3백여점의 서화작품들을 전시해서 5천만원의 정치자금을 일구어냈었다. 그러나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정당'의 지구당위원장들에게 한해서만 개인 지구당 후원회를 결성할 수 있도록 규정한 개정 정치자금법 때문에, 이 준비위 역시 아직 표면에 얼굴을 드러낼 처지가 못된다.  야당의원 중에서도 ‘형편이 어려운' 평민당 朴  의원은 새로운 정치자금 조달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경비를 아끼느라 지역구민의 경조사에는 얼굴을 못내밀고 축전?조전으로 체면치레만 할 정도로 옹색한 살림을 꾸리는데도, '써야 하는'돈과 세비와의 격차는 매월 4백여만원에 이른다. '청탁과 관련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소속 상임위(문공위)와는 무관한 務安朴씨 종친회, 務安향우회, 10년이 넘는 교직생활 동안에 맺어진 제자들이 내미는 부정기적인 지원에 의존해왔다. 그러고도 모자라는 돈은 당 총재가 1년에 두어차례 1백만~2백만원씩 건네주는 '귀향활동비'와 어쩌다 몇차례 하게 된 외국여행 때 관계기관이 여비조로 보태준 것으로 충당해왔다.

돈 없어 일 못할 때 많아
 이렇듯 자금조달방식이 불안정하다보니 돈이 없어 일을 제대로 못할 때가 많다. 88년에 의욕적으로 설립했던 ‘교육문화정책연구소'는 재정난으로 문을 닫았고, 미국 방문 가능성까지는 터놓은 미국의 교원단체와 전교조와의 조직적 연계도 제대로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박의원의 최근 주된 관심사는 법적으로는 허용되었지만 여대야소 현실에서는 돈 잇는 이들의 외면으로 자칫 ‘그림의 떡'이 될 개인후원회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것이다. 야당을 도와준다는 심리적 부담감없이 참여할 수 있는 쿠폰제 출판기념회 등 여러 방법을 놓고 그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결론은 못 내리고 있다.

 부패한 계파정치나 검은 돈으로부터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깨끗한 돈의 지속적이고 공개적인 조달'은 우리 정치풍토에선 아직은 어렵다. 그러나 그 싹이 미미하게나마 자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