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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문학'이 그러하다면, 우리문학이 보여주고 있는 예술가, 예술가소설의 현단계는 어떠한가?  이 물음에 값하는 소설선《여린 잠 깊은 꿈》(태성 펴냄)을 엮은 신진 평론가 우찬제씨는 이 책에서 “가장 예민한 성감대를 가지고 인간과 시대에 고민했던 존재들??인 예술가를 검증하고 있다.  우찬제씨는 김동인의〈광화사〉를 비롯, 박태원의〈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최인훈의 〈남북조시대 어느 예술노동자의 초상〉이청준의〈시간의 문〉이제하의〈유자약전〉이문열의〈금시조〉 김원우의〈죽어가는 시인〉 최성각의〈뿌리박기〉등 우리 현대문학의 통시적인 맥락에서 예술가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11편을 선정, 이 작품들에 대한 1백50장에 달하는 긴 평론을 싣고 있다.  이 평론에서 우씨는 사회 경제 문화적인 상황을 종합할 때 “예술가소설의 형성요건은 대단히 부박했다"고 전제했는데, 격변하는 사회쟁점 속에서 예술가의 문제는 늘 이차적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예술가를 예술가이게 하는 ‘위대한 거부(全盘否定)'가 줄곧 거부당하는 폭력의 시대 속에서, 소설에 등장하는 예술가 주인공의 삶과 예술편력을 예술사회적 관점으로 연결시키는 이 글은 예술가소설을 예술지상주의자와 낭만적 황홀경(광화사) 그로테스크의 예술적 자장(유자약전) 영혼의 섬광을 통한 세계의 詩化(백자도공 최술) 분리-고립-집성의 패러다임(금시조)등으로 해석해내고 있다.  이 소설들은 예술가가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예술의 완성과 자기세계, 그리고 현실과의 싸움 등을 보여준다.  소외된 예술가의 초상(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예술가의 이데올로기적  性(뿌리박기) 현실적 자아와 예술적 자아의 아이러니(죽어가는 시인) 예술가의 죽음과 예술의 완성 혹은 예술의 우주도(시간의 문)등 “현실과 생활이 분열되어 있는"예술가의 존재방식을 보여주는 소설들에서 우씨는 "예술이 인가의 한 부분이 아니라 인간 전체여야 한다"는 진정한 예술가상을 캐묻고 있으며 나아가 그같은 예술가의 모습이 인가의 삶에 환기하는 바는 무엇인가를 살피고 있다.  반예술·반인간의 가속도가 붙은 시대에 예술가들의 사회적 사명은 “잃어버린 인간의 고향을 찾는 작업"이며, 예술가는 깊은 잠이 아닌'여린 잠'속에서 타락과 미망을 일깨우는 '깊은 꿈'을 꾸어야 한다고 우찬제씨는 결론짓고 있다.

 김병익씨가 제시한 ‘지식인소설론??이 90년대 한국문학의 한 방향이라면 우씨의 "예술가소설론"도 마땅히 90년대 문학의 한 전망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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