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 민법개정의 골자가 양성평등의 실현을
내포하면서도 사회정책적인 의의에 더 큰 비중을 두고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면, 89년에 제안된 개정민법의 골자는 진정한 양성평등의
실현내지 인간평등의 구현이라는 점에 비중을 둔 개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동성동본불혼제도에 관해 손도 대지 못한 아쉬움과 개정민법에 관련된
여러가지 관계조항의 미비, 그리고 특별규정과 마찰되는 점 등이 아직도 산재하고 있지만 민법제정 당시부터 거론되었던 문제항목 등이 대폭
시정되었다는 측면에서 평가한다면 개정이라기 보다는 개혁이라는 표현이 타당하다고 보겠다. 그러나 개정민법이라기보다는 개혁이라는 표현이 타당하다고
보겠다. 그러나 개정민법은 새로운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여러가지 문제점 중에서 우선 嫡母庶子, 繼母亲和儿子 관계의 개정에 따른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드러나 있다.
현행민법 제773조와 제774조에 의하면 적모서자, 계모자관계를 법정 혈족으로 규정하고 자연혈족과 동일한 법정모자관계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민법안 773조, 774에 는 적모서자, 계모자관계를 친척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종래의 민법은 계부자관계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의 전 남편 소생자녀와 계부와의 사이에는 법정부자관계가 인정되지 않고 적모서자, 계모자관계에만 법정모자관계가 인정되는 등 남계혈통
본위사상에 치우친 것으로서 부부평등원칙에 크게 위배됐었다. 더욱이 자녀의 의사는 물론 처의 의사를 무시하고서 혼인이란 사실에 입각하여 모자관계를
정했다는 점은 가족법의 근본원리인 당사자 의사 자유원칙에도 위배됐었다.
둘째로, 민법은 남편이 혼인외의 자녀를 처의 동의없이 입적할 수 있으므로 아버지의 인지를 받은 혼인외 출생자와 아버지의 처
사이에는 본인도 모르게 법적인 모자관계가 성립됐었다. 그러므로 양성평등을 기초로 한 헌법 이념에 반할 뿐만 아니라 1부1처주의인 혼인의
순결성에도 문제가 있었다.
셋째, 적모서자, 계모자관계가 법정모자관계이므로 당연히 모자 상호간에 법적상속과 부양의 권리의무가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생모를
두고 적모에게, 친자를 두고 서자녀에게 상속을 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법 이전에 감정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 문제가 여러 가지 논쟁의
씨앗이 되고 있던 실정이었다.
넷째, 친권자인 적모 또는 계모가 미성년자인 자녀를 대리하여 영업 혹은 중요한 재산행위를 할 때에는 친족회의 동의를 얻지 않으면
안됐었다(912조, 980조 등). 이와 같은 제동장치는 처권을 모독할 뿐만 아니라 부당하게 타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불법행위였다. 따라서
개정법안이 적모서자와 계모자관계를 혈족관계에서 인척관계로 바꾼 것은 합리적이고 타당하다고 일단은 환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개정민법상의 적모서자, 계모자관계는 뜻하지 않은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개정민법부칙 제4조
(어머니와 자기의 출생 자녀에 대한 경과조치)에 의하면 이 법 시행전에 발생한 전처의 출생자녀와 계모 및 그 혈족 친척 사이의 친족관계, 혼인외
출생자녀와 부의 배우자 및 그 혈족 인척 사이의 친족관계는 이 법 시행일부터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법적으로 모자관계에 있는
적모서자, 계모자관계는 91년 1월1일부터 모자관계가 소멸되고 인척관계로 전환될 것이다. 이것은 기존의 적모서자, 계모자관계에 있던
당사자들에게는 큰 충격이며 예기치 못한 사태의 전개로 사회적 혼동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싫든좋든 법적 모자관계로 있으면 법정상속권이 인정되고 부양의 권리의무가 인정되기 때문에 경제적 약자인 적모, 계모에게는 생존권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일종의 기득권리가 있었는데 인척관계로 바뀔 경우 생존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 하는 큰 불안을 안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기존의 적모서자, 계모자관계에 있는 모자관계는 91년 1월1일부터 소멸시킬 것이 아니라 적모나 계모가 원하는 대로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91년 1월1일 이후 적모, 계모가 되는 사람에게는 이미 예기되고 있는 사항이므로 그와 같은 문제들은 없을
것이다. 단 기존의 대상자들에게 그 부칙을 적용하는 문제는 신중히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가족법, 어떻게 개정됐나 지난 19일 국회를 통과한 가족법개정법안(민법 중 친족상속편)의
골자를 알아본다. 호주제 : 호주상속제에서 호주승계제로 바뀌었다. 장남도 호주를 포기할 수 있으며 호주의 권리와 의무 가운데
사회현실과 맞지 않아 있으나마나한 조항(가족이 살 곳을 지정하는 거소지정권, 가족 중 성년남자에 대한 강제분가권, 한정치산선고권, 후견인이 될
권리, 입적동의권)이 삭제됐다. 여성이 호주가 됐을 경우 가문을 잇기 위한 사후 양자제가 폐지됐다. 그러나 기존 가족법의 기둥이었던 호주제
자체는 없어지지 않고 그 뼈대는 그대로 남아 있다. 친족범위 : 현행법에서 혈족은 부계 8촌, 모계 4촌이던 것을 모두
8촌까지로 통일했다. 또 인척관계에서는 아내와 남편이 동등하게 취급됐다. 재산상속 : 자녀와 배우자가 최우선이고 부모, 조부모
등 직계존속, 형제자매 4촌 이내의 혈족순이다. 상속분은 배우자 1.5, 자녀들의 지분은 아들, 딸, 기혼, 미혼에 관계없이 모두 1로
통일됐다. 이혼시 재산분할 청구권 : 여성의 권익신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으로 평가받는 조항이다. 결혼후 생긴 재산은
부부가 함께 만든 것이라는 논리에서 신설됐다. 이혼할 때 부부는 협의해서 재산을 나눌 수 있고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가정법원에
청구한다. 이 법은 시행일인 91년 1월1일부터 일률적으로 적용되지만 상속과 이혼시 재산분할청구권 등은 91년 1월1일 이후
사망한 경우와, 이혼한 경우에 효력이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