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화는 사회의 거울이라고 한다. 한 사회의 모습이 거짓없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사회가 일그러지고 비뚤어져 있다면 마치 고르지 못한 거울에 비춰진 영상처럼 만화에 비춰진 모습도 일그러지고 비뚤어져 나타나게 되어 있다. 완전한 거울보다는 비뚤어진 거울이 확실히 우습고 재미있다. 그래서 복잡하고 문제가 많은 사회의 만화들은 재미있다. 특히 시사만화가 그렇다. 안정되고 윤택한 사회의 만화들은 별로 재미가 없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시사만화는 일반 대중에게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우선 대중이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고위 인사나 근엄한(?) 존재들을 단번에 몇 개의 선으로 웃음거리를 만들어 버리는 데서 사람들은 속시원한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시사만화는 복잡하게 얼키고 설켜 돌아가는 세상사를 간단명료하게 요약 · 압축시켜 대중들에게 전달해준다.  따라서 신문을 읽고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감을 잡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진상을 개괄적으로 파악시켜 준다. 그래서 시사만화는 신문의 ‘제2의 사설’이라 불리며 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크다. 시사만화는 ‘만화’가 지닌 애교와 익살을 빌미삼아 일반 기사가 다루지 못하는 내용을 다루기도 하고, 암시적으로 정보전달의 기능도 발휘한다. 이 세번째 기능은 대개 카리스마적 통치자가 지배하는 사회 또는 정보가 일부에게 독점되어 있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특성으로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승만정권 때부터 정확히 6 · 29선언 때까지 그런 시기에 해당된다.  자연 위에 언급한 세가지 기능이란 민주화가 어느 수준에 이르지 못한 단계의 사회에서 그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게 된다. 일반대중을 각성시키고 저항의식을 북돋는, 민주화의 선도적 역할까지 감당하는 것이 시사만화인 것이다. 따라서 시사만화는 통치계급에게 대단히 껄끄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고 시사만화가가 독재자로부터 박해받고 핍박받은 사례는 세계 어느 곳이나 관계자료만 조금 들춰봐도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것이다.

 6 · 29이후 봇물처럼 분출하는 민주화욕구와 함께 시사만화도 백가쟁명의 시대를 맞고 있다. 수많은 정치풍자만화가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진정 바람직한 사회란 시사만화가 대중에게 다만 즐거운 웃음만을 던져 줄 수 있는 사회인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