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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 업계 비관론과 학계 낙관론 교차 … 산업평화, 정치안정 여부 따라 5~7% 성장

 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새해 경제운용계획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은 6.5%, 경상수지 흑자는 20억달러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정부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일 뿐 객관적인 예측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새해 경제는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90년 경제운용계획의 초안을 잡은 데 참여한 경제기획원의 한관계자는 경제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실토했다. 경제란 정부, 기업, 근로자, 가계 등 각 경제주체들이 자기 뜻대로 행한 결과의 총화인데 요즘처럼 경제가 경제외적인 변수에 크게 지배받고 경제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경제주체의 행위를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정책수단 역시 제한되어 있다. 예전 같은 권위주의적인 질서아래서는 명령과 지시가 통했고 리더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이 또한 경제예측을 어렵게 하는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아직까지 정부나 민간업계가 진단하는 새해의 경기전망은 비관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89년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오랫동안 누적되어온 구조적인 문제가 일시에 표출된 데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경제사정이 새해라고해서 크게 호전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경제기획원은 두가지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 첫번째는 노사분규가 89년과 비슷하거나 더 격화되고, 임금이 89년의 수준만큼 올라 경쟁력이 더욱 약화될 때이다. 이 경우 수출은 극도로 침체되어 국제수지가 적자상태로 돌아서고 성장률은 5% 또는 그 이하로 떨어지며 소비자물가도 10%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기획원은 내다본다.  두번째는 정치적 불안을 극복하고 산업평화의 정착, 임금의 안정, 기업과 근로자의 생산성 증대 노력, 그리고 정부의 적극적인 수출 · 투자 활성화에 시책이 조화를 이룰 경우인데 6~7%의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소들도 이러한 비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경련 산하의 한국경제연구원은 새해 경제성장률을 5.8%로, 쌍용경제연구소는 5.9%로 각각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행, 국책연구소와 학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새해 경제성장률은 한국은행은 7%로, 한국개발원(KDI)은 7.4%로 내다보고 있다. 한양대와 연세대는 독자적인 경제예측 모형에 의해 성장률을 각각 6.7%, 6.5%로 전망한다.  연세대 경제예측팀의 韓成信교수는 노사분규가 지난해에 비해 안정될 것이며 환율은 5%정도가 절하돼 7백원을 약간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5~6% 정도의 해외물가 인하요인이 발생, 국내물가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나 환율 평가절하에 의해 그 효과는 상쇄될 것이다. 또한 새해 엔화가 15%정도 절상될 것이 예상되므로 우리제품의 경쟁력회복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시립대의 姜哲圭교수는 “전체적으로 그렇게 밝진 않으나 금년보다는 다소 나아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경기가 지난 6월의 ‘바닥’에서 회복되고 있으므로 안팎의 여건이 별로 좋진 않으나 경제성장이 7% 정도는 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의 경우 89년에는 전년에 비해 물량기준 6%가 감소했으나 새해에는 다소나마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새해 한국경제는 그동안 익숙해진 고성장 체질로 보면 불만스러울지 모르지만 세계적 기준으로 보면 성장률 자체는 그리 낮은 편이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보다 큰 문제는 사회 성원의 합의를 통해 정치 · 사회의 안정을 이뤄 우리경제가 키워온 성장잠재력을 장기적 발전과 연결시키는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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