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정치 경제가 다음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확실한 전망이
제시돼야 한다. 민주주의에 관한 한 뒷걸음질은 있을 수 없다. 정치민주화와 경제성장의 양립을 위해 새로운 국민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고차원적인 지도력이 요구된다.
이상은 《시사저널》이 주최하고 한신증권이 협찬한 ‘로스토우 교수 초청 심포지엄’에서 내려진 결론이다. ‘이륙으로부터 세계무대의
단계로’를 주제로 한 이 심포지엄은 13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대회의장에서 열렸다. 李漢彬 국제민간경제협의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심포지엄에는 로스토우 교수 외에 金東基 고려대 교수, 柳莊熙 대외경제연구원 부원장, 맥도널드 고려대 초빙교수, 李起鴻〈코리아 비즈니스
월드〉발행인, 金德中 서강대 교수, 朴淳鐵 《시사저널》편집부국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로스토우 교수는 지난 30년간 한국의 경제가 도약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은 뛰어난 기술 흡수 능력과 이를 뒷받침한 교육제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은 본질적으로 ‘세계적’이기 때문에 한 나라가 고립되거나 폐쇄적이 되면 기술발전은 불가능하다며 개방화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정치적인 면에 있어서 전환기에 처해 있다. 민주화는 세계 공통적인 추세이고 개인에게 자유와 창의성이 허용된 체제는
살아남는다. 그러나 자유와 질서를 조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60년대초 우리나라 경제개발계획의 수립에 참여한 이기홍 박사는 “우리 경제는 지난 30년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기적을
만들어냈으나 정치 사정은 30년 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정치의 낙후성을 비판했다.
김동기 교수도 “전환기에 처해 있는 한국경제가 전환기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우리 경제에 있어서
“문제의 핵심은 지도력 부재”임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경제현실은 지도력 결핍 외에도 물가상승 등 부정적인 면이 많으나 장기적으로는 낙관한다고
말했다.
맥도널드 교수는 ‘국민의 자신감’이야말로 한국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유장희 부원장은 “국제화, 즉 시장개방 없이는 선진화가 불가능하다”고 전제,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치와 잠재력에 관한 냉철한
평가가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시점에 가장 적합한 대외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토론자들은 대체로 물가상승 억제를 우리 경제의 당면과제로 파악하고 있었다. 박순철 부국장은 “물가불안의 원인이 수요·비용·시장
구조의 측면에서 모두 쉽게 교정될 수 없는 구조적인 것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화와 관련, 우리나라와 개발도상국과의
관계는 산업구조상 상호의존의 관계라고 볼 수 있는데 우리의 개도국에 대한 의식은 국제화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덕중 교수는 “물가를 현단계에서 잡지 못하면 사회안정을 기할 수 없고 경제는 뒷걸음칠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인권·정치
민주화·시장경제라는 가치관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이 시대에 한국경제 발전의 열쇠는 민간 기업에 주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경쟁력 강화와 관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발전을 강조한 그는 “국제시장에서 우리의 강점은 제조업 중에서도 경공업 분야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느 나라도 부패가 심화되면 정권을 유지할 수 없고 국민적 합의 없이는 아무리 좋은 계획도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로스토우 교수는 김교수의 말을 뒷받침하듯 “모든 경제계획은 기획단계에서부터 사회 여러 계층의 의사가 반영돼야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물가급등은 사회적 유대를 무너뜨린다.
그는 한국은 유교사회로서 가족유대가 강한 점을 고려할 때 물가상승이 중남미와는 다른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세계적 추세인
민주화와 더불어 경제에 있어서도 민간부문이 강화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도록 도와야 한다.”
그는 점점 더 심해지는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국도 산업구조를 개편해야 하며 경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개발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