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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광역선거 총력전돌입 …‘사람 고르기’에 부심

지난 4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2천명을 대상으로 ’《시사저널》은 광역의회선거에 대한 전화 여론조사를 했다. “투표에 참여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7.1%가 “참여하겠다”고 했고, 11.0%는 “그때 봐서”라고 답했다. 따라서 광역의회선거 투표율은 기초의회선거 때(55.0%) 보다 다소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응답률은 연령이 많을수록 높았다. 20~30대에서 야당 지지표 가 상대적으로 많은 점을 감안하면, 야당의 선거 전략은 젊은 층을 선거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에 맞춰져야 할 듯하다. “참여하겠다”고 답한 1천1백42명에게 “후보자의 어떤 점을 보고 투표하겠느냐”고 다시 물었다(2개 복수응답). 이에 대해 △지역사회 발전에 대한공헌도(67.3%) △인 물 됨됨이(56.0%) △경력이나 능력(37.8%) △학력(8.2%) △공약(8.0%) △소속 정당(7.0%) △지연 ·학연 ·혈연관계(1.9%) 순으로 답했다. 투표성향이 지지 정당이나 공천 정당보다는 인물 위주로 나타난 것처럽 각 정당의 ‘인물 고르기’는 더욱 치열해질 듯하다. 이런 경향을 반영하듯 여야 각 당은 좀 더 나은 후보감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6월에 있을광역의회 의원선거에서는 여야 모든 당이 깃발을 바꿔달고 처음 맞붙는다. 13대 국회 전반부의 민정 ·평민 ·민주 ·공화 4당은 모두 간판을 내렸고, 민자·신민·민주·민중당이 들어섰다. 이번 광역의회선 거는 지난 88년 4·26총선 이후 3년여 만에 새 깃발을 단 4당의 ‘한판’이어서 한층 관심 을 끈다. 아직 2개월 가량 남았지만 각 당은 선거체제를 갖추면서 이미 총력전에 돌입했다. 민자당은 지난 3월 기초의회선거에서의 압승 여세를 몰아 이번에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광역의회선거 는 기초의회선거와 같은 ‘동네 선거’가 아니기 때문에 내심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 선거구가 넓으면 넓을수록 친여 성향을 가진 지역 유지들의 지명도가 힘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자당은 호남지역에 얼마나 파고드느냐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민자당은 기초의회선거 결과, 남원 징수 진안 김제 부안 익산 완주 등 전북 7개 지역과 전남 광양 1개 지역에서 여권 후보가 당선돼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광역의회 선거에서는 이러한 발판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것이 호남 출신 인사들의 이야기다. 전남의 지역구를 맡고 있는 한 전국구 의원은 “기초와 광역은 그 성격부터가 다르다”고 전제 하면서 “과연 몇 군데나 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회의적으로 내다봤다.

“지구당 위원장도 ‘몸 낮춰’ 출마하라”
민자당 못지않게 신민당도 ‘한판’에서의 승리를 향해 필사적이다. 金大中 총재는 4월 17 일 전국 시도지부장 및 지구당 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이번 선거에서 지면 국회의원선거도  암담하고 가능성이 없는 야권통합 합력에 휘말릴 것이다”라고 말해 절박함을 엿보였다. 김총재는 또 “광역의회선거에서 승리해야 야권통합도, 정권교체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신민당의 선거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나쉰다. 첫째 기초의회선거에서 나타난 ‘서울 참패와 전북 열세’의 원인이 된 하부조직의 허점을 보완하는 작업이다. 이에 따라 신민당은 대대 적인 지구당 개편작업을 벌이고 있다. 조직국의 한 관계자는 “지구당을 개편하라는 중앙당의 명령을 따르지 못한 지구당은 사고 당부로 간주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사고당부 지목은 14대 총선의 후보가 현 지구당 위원장에서 바뀔 수 있다는, 일종의 최후통첩과도 같은 위협이다. 두 번째는 인물 발굴과 거물급 인사에 대한 교섭 작업이다. 신민 당은 호남 출신의 보좌관들에 게 연고지에서 출마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김 총재가 원외 지구당 위원장들에게 스스로 ‘몸을 낮춰’ 광역의회에 출마할 것을 종용 하고 있는 것도 인물난을 반영하는 것이다. 신민당의 골칫거리는 시·도의회의 의장 감으로 내보낼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데 있다. 마지막으로 영남권 진출이다. 합당 전의 ‘신민주연합당’ 출신 인사(재야)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 당직자는 “신민 당으로 당명을 바꾼 이후 충청·영남지역의 공 천희망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자당의 두통거리는 넘치는 출마희망자의 교통정리이다. 신민 당은 호남 일부지역에서 후보의 난립이 예상되고 있으나 김 총재가 나선다면 문제가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자당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金潤煥 사무총장은 “이번 선거는 정당끼리의 대결이기 때문에 여권 후보가 난립할 경우 여권의 참패를 불러올 것”이라고 진단하고 중앙당에서 단일후보를 공천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5공 인물들 ‘사람 심기’에 전념
민자당의 고민은 밑으로 내려갈수록 계파간 갈등이 심하다는 것이다. 넘치는 출마희망자들을 정리하는 데는 필연적으로 계파간안배가 뒤따르게 돼 있어 지구당 위원장은 골치를 앓고 있다. 김 총장은 4월17일 말썽을 빚고 있는 12명의 전직 민정당 지구당 위원장을 초청, “별도 후보를 내려면 당을 떠나는 게 낫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모인 劉鍾烈(동대문 갑) 韓甲洙(동작 갑) 朴柱千(마포 을) 金萬淵(관악 갑) 金日柱(안양 을)씨 등은 독자적으로 광역후보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14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도 불사하겠다며 탈당 결의까지 내보여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정계 일색인 대구·경북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이 지역은 지구당 위원장이 한명을 찍어서 손을 들어줄 수 없을 만큼 민정계 ‘본류’끼리 경합, 더욱 난처한 입장에 처해있다. 특히 경북·경남지역 일부에서는 5공 인물들이 14대 총선을 겨냥, 하부조직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현역 의원들과의 마찰도 심상치 않다. 金鐘洙 의원(경북 상주)은 “최근 全斗煥 전 대통령의 동서인 金相球씨가 14대 총선에서 이 지역에 출마한 다고 선언하고 기초의회 당선자 및 낙선자들을· 따로 불러 모임을 갖는 등 ‘사람 섬기’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마땅한 인물이 없어 기초의회선거를 사실상 포기한 것을 상당히 뼈아프게 생각하고 있다. 盧武鉉 의원(부산 동구)의 경우 기초의회선거에 5명의 후보를 추천해 내보냈으나 모두 떨어지는 참패를 당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어떤 면에서는 원내의석을 하나도 못 가진 민중당보다 하부구조가 허약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이 민주연합측과 연합, 제2의 창당을 거치는 과정에서 주류(李基澤)와 비주류(朴燦鍾 ·洪思德)사이의 갈등이 심화된 것도 일사불란한 선거체제에 혼란을 주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14대 총선에서 30석을 확보하기 위한 당세확장의 기회로 삼고 있다. 민주당은 변호사 최경원(성동 병) 탤런트 金仁文(강서 갑) 씨 등을 확보했고 나머지 광역의회선거에 내보낼 후보자를 일간지 광고를 통해 공개모집할 방침이다. 1차 공천은 5월10일쯤으로 예정돼있다. 민주당의 핵심전략은 오는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한 달 동안 40여개 지구당 창당대회를 통해 조직을 다지면서 ‘민주 당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것이다. 민중당은 ‘여성의 전화’ 대표를 지낸 盧 英姬(은평 을), 전교조 출신의 鄭恩敎·(광 명시), 수세폐지대책위원장을 지낸 金長會(화성군)씨 등을 발굴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민자당과 신민 당이 지자제선거를 93년 대권구도의 유리한 입지를 마련하는 기회로만 인식하고 지나친 경쟁을 보이는 데 대한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 ‘참여와 자치를 위한 시민연대회의’의 후보 공천은 민자 ·신민 양당구도에 대한 반발로 볼 수 있다. ‘민자당 일당독재 저지를 위한 수원지역 범민주 연대회의’(공동의장 박영모 목사 등 9명)는 4월17일 “수원지역 7개 선거구에 △신민당 3명 △민주당 3 명 △재야 1명 등 범민주 후보 7명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은 기초의회선거 때 경기도 부천지역에서 이미 시도됐다. 지성수 목사가 중심이 된 부천시민연합은 기초의회선거에서 야당과 재야의 후보를 단일화해 4명을 당선시킨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부천 광역의회선거에서의 연합공천은 약간의 진통을 겪고 있다. 연합공천의 성공은 14대 총선 전의 야권통합 가능성을 기대하게 하나, 그것은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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