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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분야에서 남북한간 경제 협력은 많은 정치적 난관에도 불구하고 전향적 자세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둘째는 냉전체제 종식으로 급변하는 동북아 에너지 시장에서 남북이 협력한다면, 우리의 북방 자원정책을 더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북 공동 이익을 창출하는 일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분야는 한 나라의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에너지 산업의 균형 발전 없이는 원활한 경제통합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북한의 에너지 산업은 한국에 비해 크게 낙후되어 있다. 전체 에너지 소비의 80%를 차지하는 석탄은 생산이 정체되고 저질탄이 양산되고 있다. 저질탄 보일러를 개발하는 것이 북한 열관리 정책의 핵심사업 중 하나이며, 김책 공업대학은 저열탄 발전연구소까지 두고 있다. 석유 소비는 한국 소비량의 7~8%도 안되고, 천연가스와 원자력은 아예 전무한 상태이다.

북에 정유공장 세우면 ‘일거삼득’
 이와 같이 북의 에너지 산업이 낙후한 상태에서 통일된다고 가정할 경우, 남북 경제의 균형 발전을 위해 북한 지역에 엄청난 에너지설비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은 우리에게 커다란 통일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따라서 통일 이전에 남북 간에 상호 발전적 방향의 협력을 통해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해야 한다.

 다행히 한국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값싼 임금과 지대를 결합하고 남북간 에너지 시장 구조의 차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서로의 에너지 산업을 보완·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는 많다. 예컨대 남북이 합작하여 북한 지역에 발전소나 정유공장을 건설했을 때 어떠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첫째, 한국에서는 발전소나 정유공장을 세우는 데 드는 높은 부지비용을 절감하고 점차 심각해 가는 입지 선정의 어려움을 피할 수 있다. 둘째, 정규공장의 경우, 생산된 석유제품 중 산업구조상 북한에게는 필요하나 우리에게는 남아도는 중질 제품을 북한에 공급하는 대신 우리가 필요한 휘발유나 등유와 같은 경질 제품을 가져옴으로써 경제 설비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셋째, 북한 지역에 발전소를 건설하는 대신 북한에 비교적 풍부한 수력발전을, 냉방용 전력 수요 급증으로 발전소를 계속 건설해야만 하는 한국의 첨두부하용 전원으로 활용함으로써 투자 활용을 높일 수 있다.  남북간 에너지 협력은 상호 내부 교류나 합작 차원에서 더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의 개방으로 확대되는 동북아 에너지 개발 사업에 공동 진출함으로써 더 많은 이익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사할린이나 야쿠트 등 동시베리아는 무한한 자원 보고로서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의 자원개발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그러나 이 지역은 동토이고 하부고조가 취약해 자원을 생산·수송하기 위한 대단위 토목공사가 필요한데 자체 노동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의 자본과 북한의 훈련된 노동력을 합쳐 이 지역 자원개발 경쟁에 나선다면, 선진국과의 힘겨운 싸움에서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투자손실 보전 방안 많아
 한반도는 동북아의 중간지점에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시장이라는 면에서 동북아와 동남아를 연계하는 고리 역할도 가능하다. 2년전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모여 구상한 ‘아시아횡단 천연가스 파이프라인망’도 동시베리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한반도를 지나는 가스관을 통해 한 라인은 일본으로, 다른 한 라인은 대만과 인도네시아를 거쳐 호주까지 수송하는 안이었다. 중국이나 태국 같은 저개발국의 수요가 급증해 아시아에서의 정제설비 부족 현상이 점차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금 한창 개발이 논의되는 두만강 유역은 지리적 여건상 싱가포르나 로테르담과 같은 국제적인 석유정제센터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남과 북의 긴밀한 협조 아래 한반도를 아시아 에너지 시장의 중심 유통축으로 만들면 우리가 시장 주도권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두만강 유역에 국제 정제센터를 건설하는 안은 우리의 석유 산업이 세계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남북간 에너지 협력은 경제 효과가 큰데도 당장은 한국이 큰 수익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북한과의 에너지 합작사업은, 북한이 비교적 우위에 있는 광물자원이나 관광사업과 연계한다든지, 북한의 유전이나 탄광 공동개발과 연계해 한국 지분을 높이는 등 투자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 다만 북한과의 에너지 협력에 대한 경제성을 검토할 때는 북한의 에너지 산업이 계속 낙후한 상태에서 통일될 때 우리에게 닥쳐올 경제·사회적 부담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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