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자치구 의원 획정위, 사실상 중선거구제 포기…민노·민주당 ‘격분’
“대통령이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대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초 의원 선거구 획정을 두고 민주노동당의 한 간부가
내뱉은 푸념이다.
지난 10월31일, 서울시 자치구 의원 획정위원회는 내년 5월31일 치러지는 지방자치단체 선거의 선거구를
확정해 발표했다. 획정위원회는 2인 선거구 1백9개, 3인 선거구 44개, 4인 선거구를 4개로 결정했다(아래 표 참조).
하지만 이를
두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나눠먹기식 게리맨더링’이라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비판은 주로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 등 소수 정당과 시민단체에서
터져 나온다. 이같은 선거구 획정이 선거법을 개정한 취지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6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선거법을 개정했다. 기초 의원과 관련한 조항은, 의원 숫자를 줄이고 대신 유급화와 정당 공천제를 실시하며, 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에서 중선거구제로
바꾸는 것이었다. 당시 중선거구제로 개편한 것을 두고, 거대 정당의 당리당략이라는 말이 많았다. 열린우리당의 ‘영남권 동진정책’과 한나라당의
‘호남권 서진정책’이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이견도 있었지만, 시민단체나 소수 정당은 한
선거구에서 3~4명을 뽑는 중선거구제가 도입되면 자기네가 진입할 문턱이 낮아질 것으로 보고, ‘비판적 지지’를 보냈다. 다양한 정치
세력이 지방 의회에 진출해, 이른바 ‘토호 의회’를 바꿀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서울과 부산 지역에서는 뒤통수를 맞았다. 이 두 지역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분할해 버린 것이다. 한 선거구에서 2명을 뽑게 되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 시민단체나 소수 정당은 ‘변형된
소선거구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체 서울시 기초 의원은 4백19명. 이 가운데
선출직 의원은 3백66명(나머지는 비례대표)이다. 당초 획정위원회 잠정안은 2인 선거구 1백20개, 3인 선거구 42개, 4인 선거구는 한곳도
없었다. 그런데 이견이 터져 나오자, 막바지에 기초 자치단체와 기초 의회에 의견서를 내라고 했다. 그 결과 구로구와 도봉구 등에서
의견서를 보냈고, 토론 끝에 4인 선거구 4곳을 만드는 최종안이 나왔다.
이에 대해 시민운동
출신인 한 기초 의원(무소속)은 “서울시 기초 의원 가운데 68%가 한나라당 소속이고, 17.5%가 열린우리당 소속이다. 자기들에게 유리한
획정안에 반대 의견을 낼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획정위 “정치적 고려 전혀 없었다”
선거구 획정 위원은 자치단체장이
임명한다. 서울의 경우는 이명박 시장이 시 의회가 추천한 인사 2명과 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추천한 인사 1명, 학계·법조계·언론계·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인사 가운데 각각 2명씩 모두 11명을 임명했다.
획정위원회에 참여한 한 인사는
“획정과 관련한 절차에 문제는 없었다. 다만 내용적으로는 소수 정당이나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논리가 타당하다”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국회에서 당리당략에 따라 만든 법 안에서 선거구를 획정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회 인사는 “4인
선거구제는 기초 의원과 광역 의원의 선거구가 겹칠 수 있고, 낮은 득표로 당선되는 등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 일체의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기초 의원 선거구 획정안은 이제 시 의회 심의를 남겨두고 있다. 서울시 의회 역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이 대부분이다. 양당에 더 유리하게 바뀔지언정 3, 4인 선거구가 더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
한나라당의 아성인 부산에서는 열린우리당도 2인 선거구에 반발하고 있지만, 역시 바뀔 가능성은 낮다.
11월14일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은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 헌법 소원을 냈다. 민주당 서울시당도 조만간 헌법 소원을 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