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달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에게 갑자기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다. 염동연 의원의 상임중앙위원 사퇴로 여당 2인자로 떠오른 데다, 당내 개혁파의 대표선수로서 행보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6월9일 오후 인터뷰를 위해 찾은 장의원 방에는 이미 방송사 카메라를 비롯한 기자들이 꽉 차 있었다.
염동연 의원이 사퇴하기 전에 지도부와 전혀 상의하지 않았나?
전혀 없었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할 처지인데 힘을 보태야 할 사람이 갑자기 사퇴하니까 우리로서도 무척 당혹스럽다. 사실 의견 충돌이나 불만이 있어서 사퇴를 한다면 (실권을 쥔) 문희상 의장과 가까운 염의원이 아니라 나 같은 사람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해찬 총리의 ‘측근 발언’에 대해 장의원이 대정부 질의를 한 것도 염의원측에서는 공격으로 받아들일 소지가 있다.
염의원과 총리 간에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진짜 측근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서로 조심하자는 원칙론적 언급인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일부러 그 질문을 한 것이다. 총리가 원칙론적 언급이라고 했기 때문에, 그걸로 오히려 염의원 마음 속의 앙금도 털어내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초선 의원들이 개인 플레이를 자주 하면 모래알 같은 분산 현상만 나타난다. 그 때문에 당이 어려움을 겪어왔고 지금도 그런 와중이다.”
여권 지도부 내부에 의사 소통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본인이 전혀 말을 안 하니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보통 때는 회의에서 못할 말 없이 다 했는데, 최근에 와서 의견 표출이 적어졌다.
이래저래 여당이 총체적 위기 상황이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1인 보스 시대에서 민주적 리더십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다. 이제 모든 의사 결정은 토론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나오는 이견을 서로 인정하지 않고 곧바로 반목과 적대감으로 발전시키기 때문에 문제가 커지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나아질 것이다. 문제는 외부의 흔들기다. 염의원이 사퇴하면서 ‘참여정부의 레임덕을 조기화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했는데, 대통령 탄핵을 조장했던 세력에 대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본다. 최근 야당의 대정부 질문 등을 보면 나도 그런 느낌들을 갖게 되는데, 염의원이 그런 경고를 하고자 했다면 대단히 엄중하고 의미 있다.
‘불순한 의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우리 국민이 여당에 대한 원망도 많지만 그렇다고 대통령 권한을 아예 발동하지 못하게 하거나 약화시키는 것까지 봐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야당은 사면권 같은 대통령의 권한을 갑자기 제한한달지, 또 위원회도 만들지 말고 아무 것도 하지 말아라 하는 식으로 대통령을 식물 인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저의를 비치고 있다. 제2의 대통령 탄핵 국면 같은 것을 조성해 보겠다는 얕은 술수가 발동된다면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야당에 대한 반감보다 오히려 여당 내부에 대한 반감이 더 심해 보인다.
유시민 의원과 일부 의원·당원 사이의 거리감이 당에 어려움을 주는 경우가 간혹 있다. 같은 집에서 쭉 자라온 것도 아니고 양측에 의견 차이가 있을 수는 있는데 개인적 불만은 국가 사회를 위해 희생시켜야 한다. 그래야 집권 여당으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가 있다. 나를 비롯해 선배들이 양측의 의사 소통을 주선하는 경우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어떤 노력들이 있었나?
예컨대, 유시민 의원과 이종걸 의원은 서로 정서가 퍽 다르다. 그래서 중앙당사에서 세 사람이 만나 ‘우리가 어디까지 조정해 나가야 하나, 정말 분당까지 갈 것이냐, 그러면 우리에게 유익한 것이 무엇이냐’ 이런 것들을 내놓고 논의한 적이 있다. 또 유의원의 경우 재선이지만 연조는 얼마 되지 않아 당에 정치적 선배들이 많다. 유의원이 마음으로 배려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다. 이런 점들을 유의원에게 가끔 얘기한다. 이런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를 넓힐 수 있다.
“현재 민주당은 지분의 80%를 한화갑 대표가 가지고 있는 개인 회사다. 그런 민주당과 지금 당 대 당 통합을 하는 것은 환상이다.”
무엇을 하든 여당 지도부가 리더십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 아닌가?
문의장이 워낙 양반이라 큰소리도 못하고 자기 주장도 죽이고 그런 경향이 많은데, 필요할 때는 호통도 치고 과감하게 끌고 나가도록 우리 지도부가 주문도 하고 보좌도 할 생각이다. 또 한국 정치 문화는 좀 일사불란해야 안심하는 풍토가 있어서 앞으로는 우리 목소리를 좀 줄이고 최대한 당의장이 권한을 행사하고 그 쪽으로 목소리를 통일시키는 그런 노력을 하려고 한다.
일각에서 지도부 동반 사퇴론도 나오는데..
대단히 큰 오해를 살 수 있는 발언이다. 1만4천명이나 되는 대의원이 직접 선출한 지도부가, 자기들이 공천권을 행사하지도 않은 재·보선 때문에 이토록 모진 시련을 겪고 있는데, 힘을 모아주지는 못할망정 흔들기를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여당 의원들이 모래알이라는 지적도 있다.
3분의 2가 넘는 초선 의원들은 조직인으로서의 각성을 각별히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함께 발전하지, 개인 플레이를 일삼을 경우에는 당이라는 조직의 힘은 없고, 모래알 같은 분산 현상만 나타난다. 그것 때문에 당이 어려움을 겪어왔고, 지금도 그런 와중이다. 의원들은 내 언행이 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반드시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 정동영 장관이 10월 재·보선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여전히 유효한가?
개인적으로 그렇다. 다만 통일부장관으로서 한참 숙달된 경지에 이른 상태여서 정부에서 정장관이 빠져 나와도 되겠는가를 대통령이 판단해야 한다. 본인의 결심도 중요하고.
김근태 장관도 같이 움직여야 하나?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정장관은 원외고, 당은 재·보선을 잘 치러야 하니까 본인과 당이 원하고 정부가 양해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김장관은 원내니까.
당·정 협의가 정부의 일방 주도로 진행된다는 불만이 많다.
사실 재·보선 전까지는 당·정 협의가 잘 안 된다는 얘기가 없었다. 그런데 선거에 지고 나니까 ‘그동안 너무 정부 하자는 대로 다 해줬구나’ ‘그런 정부 정책이 민심과는 동떨어진 측면이 많았구나’ 그런 자각을 하게 된 것이다. 합리적으로 바로잡아 가면 된다.
호남 의원 탈당설이 파다하다.
호남 의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자초한 측면이 있다. 민주당은 잡아먹힐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괜히 민주당과 통합해야 한다 이런 얘기를 강조해서 민주당의 반발과 배짱만 키우고 열린우리당은 스스로 왜소하게 만들었다. 현재 민주당은 지분의 80%를 한화갑 대표가 가지고 있는 개인 회사다. 그런 민주당과 지금 당 대 당 통합을 하는 것은 환상이다. 열린우리당 의원 가운데 한두 사람 오판할 수는 있지만, 그건 스스로 몰락을 자초하는 길이다. 우리 당이 뇌물을 먹었거나 반역을 했다면 모를까 단지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탈당하면 국민이 매섭게 평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건 전 총리라는 대안이 있어 이런 움직임이 탄력을 받는 것 같다.
그분은 관료 생활만 쭉 해서 아직 공개적으로 검증받을 기회가 없었다. 예컨대 군대는 왜 안 갔는지 같은 검증이 시작되면 낱낱이 해명해야 하고 국민의 평가도 날카로워질 것이다. 과거에 얼마나 많은 정치인이 대통령 문턱에까지 갔다가 이슬처럼 사라졌는지, 그런 걸 교훈 삼을 필요가 있다.
열린우리당이 영입할 가능성은 없는가?
참여정부의 국무총리도 했으니 당에 보탬이 되겠다고 하면 거부할 이유는 없지만, 대권 후보다 해서 누가 책임지고 영입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그 분의 정체성이나 철학이 아직 검증되지 않아 열린우리당의 색깔에 맞는 것인지 어쩐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