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한국의 노동운동은 왕자병에 걸려 있다”라고 일갈해 지난해 노동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박승옥씨(52·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수석연구원)가 난데없이 경영자로 변신했다. ‘유한회사 시민발전’ 대표. 이것이 박씨의 새
직함이다.
지난 10일 출범한 ‘시민발전’은 시민 출자로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전력 회사이다. 시민 출자금을 모아 주택·건물·학교·공장 등지에 햇빛·풍력 발전기를 설치하고, 여기서 생산된 전력을 직접 판매하는 것이 이
회사가 할 일이다. 그동안 전력 판매는 한전이 독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4월 소규모 재생 가능 에너지 시설에서 생산한 전력을 민간 기업도
판매할 수 있게끔 관련 법규가 바뀌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박씨는 시민발전 출범과 더불어
‘에너지의 6월 혁명’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1987년 시민 혁명이 독재 정권 타도를 가능케 했듯 이번에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민혁명으로 석유 문명을 타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쓰는 석유에 이라크 국민들의 피비린내가 묻어 있다면, 이제는 우리의 생활 방식을
근본부터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하는 그는, 빈사 위기에 처한 노동운동 또한 생태적 마인드에서 출구를 찾아야 한다며 예의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전국 방방곡곡에 햇빛·풍력 발전기가 설치되는 그 날까지 그의
‘지붕 찾기’ 여정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