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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 살리기 쉬워 ‘요리 드라마’ 증가…PPL도 한몫 거들어
외환위기로 구조 조정을 당한 샐러리맨 사이에서 프랜차이즈 창업 열풍이 불 때 가장 인기가 있었던 업종은 음식업이었다. 이들은 ‘먹는 장사가 남는 장사’라는 단순 질박한 신념으로 앞다투어 음식점을 열었다. 그러나 아무리 경기가 안 좋아도 밥은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식당은 망하지 않는다는 ‘음식 불패’ 신화는 결국 요식업 대란을 초래했다.
그런데 요즘 드라마 속에서 이 음식 불패 신화가 재현되고 있다.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MBC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여주인공 김삼순(김선아 분)이 파티쉐(제빵사)로 등장하는 것을 비롯해 KBS <러브홀릭>의 강 타, MBC <사랑찬가>의 장서희, SBS <온리유>의 한채영 등 주요 드라마의 주인공이 모두 요리사로 설정되어 있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요리사로 등장하는 이유는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데 유리해서이다. 요즘 드라마는 주로 여자 주인공이 자수성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는데, 요리만큼 그럴듯한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MBC <대장금>은 차치하고서도 MBC <아줌마> SBS <불량주부> 같은 드라마에서 요리는 여자 주인공의 성공을 설명하는 중요한 코드로 이용되었다.PPL과 협찬도 '맛있는 드라마' 부추겨
음식 드라마가 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PPL(간접 광고)이다. 아이스크림 가게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방영될 때마다 아이스크림 매출이 급상승하는 것을 보고 피자 회사들이 드라마 PPL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피자는 전화 주문이 가능하기 때문에 드라마 PPL이 곧바로 매출과 연관될 수 있다고 피자회사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피자 회사는 드라마 속에서 피자 회사 사장 딸로 나온 주인공을 자사 모델로 기용해 네티즌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피자 대신 요즘 드라마의 식탁을 장식하는 음식은 파스타다. <러브홀릭>의 강 타, <사랑찬가>의 장서희, <온리유>의 한채영 모두 파스타 요리사로 등장한다. 파스타가 자주 등장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 역시 드라마 협찬이다. 한국 드라마를 통해 아시아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이탈리아 정부기관이 촬영을 적극 협찬하면서 파스타 드라마가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