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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복무기본법’ 추진하는 임종인 의원 인터뷰/“공개 입찰만 해도 크게 개선”

 
장병들의 기본권 보장을 규정한 ‘장병복무기본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국회 국방위 임종인(열린우리당 안산 상록 을) 의원을 만났다. 임의원은 “국방 예산이 잘못 쓰이고 있다. 장병들의 복지를 위한 예산이 우선 배정되야 한다”라고 말했다.

장병들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동체 방어를 위해 국방의 의무를 지는 것은 신성한 일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에게 무조건적인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공동체에서 부담해 병사들의 기본적인 의식주는 해결해줘야 한다. 시간과 자유를 희생하는 젊은이들에게 국가가 먹고 입고 자는 것만은 풍족하게 해줘야 최소한의 도리이다. 국방 예산이 잘못 쓰이고 있다.

국방은 의무다. 군대 환경이 다 열악한 거 아닌가?
군대는 극기 훈련 하는 곳이 아니다. 인간 만드는 곳이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니까 구타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군대라는 공동체 생활을 통해 책임감이 넘치는 멋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국가와 민족에게 진정 봉사하는 기회가 되는 곳이 군대여야 한다. 지금은 병영 생활이 아니라 강제 노역이다.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을 때와 달라진 게 별로 없다.

무엇이 문제인가?
군 수뇌부의 사고에 변화가 전혀 없다. 철조망을 치고 멍청하게 비무장 지대를 지킬 필요 없다. CCTV도 있고 첨단 방어 장비가 얼마든지 있다. 현재 군의 논리대로라면 울릉도와 제주도에도 철조망을 쳐야 한다. 전력 증강을 위한 예산은 늘어났지만 병력은 하나도 줄지 않았다. 병사 수도 줄여야 한다. 70조원을 퍼부어놓고서도 아직도 병사들의 생활은 후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선할 방향은 무엇인가?
우리 군이 이렇게 궁색하게 생활해야 할 정도로 가난하지 않다. 개선할 수 있는 정도의 돈은 있다. 다만 돈을 제대로 쓸 생각을 하지 않을 뿐이다. 수의 계약을 없애 절차를 투명하게 만들어 공개 경쟁을 시킨다면 지금 투입된 예산으로도 피복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옷·신발 등 모든 품목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지만, 병사들은 저질 제품을 쓴다. 병사들 잠자리도 큰 문제다. 병사들을 30년 된 막사에 몰아넣고 30년 전 생활을 강요하고 있다. 매트리스 2개에서 3명이 잔다. 사람이 이래서는 안 된다. 개인의 자유를 누릴 공간은 확보해줘야 한다. 군대는 강제수용소가 아니다. 사단장·군단장·참모총장 들이 발 뻗고 잠이 올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장군들이 신는 여름 군화는 사병들에게 더욱 필요하다. 사병과 장교가 같이 입고 먹고 자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병사들은 일반인이 먹는 것보다 잘 먹어야 한다. 즐겁게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군대가 되어야 한다. 병사들에게는 우리 경제 수준보다 더 잘해줘야 한다.

국방부는 수의 계약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유족들이나 보훈 단체에게는 보상금을 주는 방식이어야지 특권을 줘선 안 된다. 그래서 비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공개 입찰로만 바뀌면 가격은 싸지고 품질은 높아진다. 병사들의 복지를 위해 예산을 우선 배정해야 한다. 군의 경직성 때문에 주저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군 획득 분야에서 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방위산업청이 생기면 속도가 붙으리라고 본다. 이용철 단장이 그만둔 일은 대단히 우려할 만한 일이다. 정부와 국방부는 획득 업무에 관여하며 군 개혁을 반대하는 기득권 세력을 돌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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