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영향력 압도적 1위…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기업인 부문 선두
광주에는 두 가지 특별한 날이 있다. 5월15일과 10월30일이다. 광주에서 5월15일은 스승의 날인
동시에 ‘기아의 날’이다. 광주시가 기아자동차를 기념하기 위해 올해부터 제정했다. 또 광주에서 10월30일은 ‘삼성의 날’로 통한다. 광주시가
지난해 하남공단으로 이전한 삼성전자를 기념하기 위해서다. ‘기아로’ ‘삼성로’라는 거리 이름까지 등장했다.
두 기업은 광주를 이끄는 쌍두마차이다. 최근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두 기업 때문에 광주의 제조업
성장세가 전국 최고(45,2%)를 기록했다. 일자리도 늘었다. 광주 지역 상용근로자 비중이 53.9%로, 전국 평균(52.8%)을 웃돌았다.
국내 최대 공업 도시인 울산(64.6%)에 이어 6개 광역시 가운데 두 번째 수준이다.
주관식으로 복수 응답(3개)을 요구한 <시사저널> 조사에서도 전문가들은 두 기업을 영향력 있는
기업으로 뽑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기아자동차를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1위(73.2%), 삼성그룹은 3위(32%)로 꼽았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은 광주 지역 제조업 고용의 30%를 차지한다. 지난해 7월부터 기아의 주력 차종인
스포티지를 비롯해 35만대 설비 규모를 갖추며 광주 경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8월
삼성전자의 백색가전 생산 라인이 삼성광주전자로 통합되었다. ‘삼성 때문에 모처럼 아파트 가격이 들썩인다’는 말이 돌 만큼 파급 효과가 컸다.
광주시는 광산업과 함께 자동차(기아자동차)·생활가전(삼성전자) 산업을 3대 전략 산업으로 선정해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영향력 있는 기업 2위는 금호아시아나그룹(56.2%)이 차지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호남을 발판 삼아
성장한 대기업이다. 그룹의 모태는 광주택시·광주여객이다. 보따리를 이고 지고 서울로 돈 벌러 갈 때 ‘광주고속을 타고 가야 마음이 편하다’고 할
만큼 지역민들에게 친숙하다. 향토 기업 가운데는 금광기업(3.6%) 남양건설(3.2%) 대주그룹(3.2%) 광주은행(2.8%) 등이 톱 10에
들었다.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을 주관식(복수 응답)으로 묻는 질문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1위(32.4%)를 차지했다. 박회장은 박인천 창업주의 3남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다른 대기업과 달리 장자
승계 원칙이 아닌, 형제간 승계 원칙을 유지해왔다. 장남 박정구, 차남 박성용에 이어 현재는 3남인 박삼구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문화를
아는 CEO’였던 박성용 명예회장은 지난 5월23일 지병으로 타계했다.
영향력 있는 기업인
2위와 3위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20.6%),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9%)이 차지했다. ‘쌍두마차 효과’인지, 김익환 기아차광주공장
사장(5.2%·5위), 이상용 삼성광주전자 대표이사(3.2%·7위)도 순위에 올랐다. 향토 기업인 중에서는 광주 건설사의 라이벌인 마형렬
남양건설 회장이 4위(7.2%)에 올랐다. 남양건설은 광주의 대표적 건축물인 광주문예예술회관과 월드컵광주경기장을 시공했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34세 때 회사 인수
마회장은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만 서른네 살인 1972년 부도 직전인 남양건설을 인수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능력 평가액이
2천7백25억원, 전국 1만3천여 건설사 가운데 52위에 올랐다. 그 뒤로 건설 외길을 걸어왔다. 남양건설은 건설업체로는 드물게 금융기관 선정
우량 기업으로 뽑힐 정도
로 재무 구조가 탄탄하다. 외환위기로 건설사가 ‘줄도산’을
할 때도 남양건설이 발행한 어음은 금융권에서 할인 없이 교환되었다는 것을 마형렬 회장은 지금도 자랑한다. 마회장은 대외 활동이 활발하다.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건설 현장을 누비며 진두 지휘하고 있다. 대한건축협회장도 지냈고, 지금은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영향력 있는 기업인 5위는
고제철 금광기업 회장(5.2%)이 뽑혔다. 금광기업은 남양건설과 함께 광주·전남의 대표적인 건설사이다. 대한건축협회에 따르면 시공능력평 가액이
4천6백23억원으로 전국 34위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법이나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적이 없으며, 표준하도급 계약서를 사용하고,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모범적으로 도입한 업체에게 주는 공정거래위원장 표창을 받았다.
고제철 회장의 경영 신조는 ‘무차입 경영’이다. 그래서 지방
건설사로서는 비교적 재무구조가 튼실하다. 고회장은 지역에서 아호 ‘송원’으로 더 유명하다. 아호를 딴 ‘송원학원’ 때문이다. 고회장은 송원학원
이사장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