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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호파 몰락·PATCO 조합원 전원 해고로 위기…AFL-CIO 출범해 부활

 
1970년대 미국 최대 노조였던 ‘운전사·창고노동자·조수 우애조합(Teamsters)’의 제임스 호파 위원장은 타락한 노조지도자의 대표 사례다. 호파는 파업 방해를 일삼던 마피아와 협약을 맺고 창고업·세탁업 노조를 결성했다. 또 마피아 보스 달리산드르와 동업 관계를 맺고 철도 노조와 총격전까지 벌인 뒤 팀스터스 노조위원장에 올랐다.

호파 위원장은 재임 기간에 팀스터스를 조합원 1백28만5천명을 거느린 미국 최대 노조로 키워냈지만, 마피아와 손잡고 조합비 수백만 달러를 도박장에 투자했다는 혐의로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이 주도한 청문회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다가 사기와 공금 횡령으로 징역형을 받았다. 형기를 마친 후 호파는 노조 지도권을 되찾고자 1975년 7월30일 달리산드로와 담판하기 위해 약속 장소에 나갔다가 행방불명되었다. 이 사건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미국 노동운동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했던 호파가 사라지자 미국 정부는 팀스터스 붕괴 작전에 돌입했다. 1979년 규제완화법이 통과되면서 운송업계가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이 취약한 트럭 운수업체들이 잇달아 문을 닫았다. 이 여파로 팀스터스는 조합원 12만명이 실직하면서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
이 와중에 1981년 미국 노동운동 역사를 뒤바꾼 결정적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항공관제사노동조합(PATCO) 소속 조합원 1만3천명이 연봉 1만 달러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당시 신자유주의로 무장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PATCO 조합원 전원을 해고하고 노조마저 해체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노동운동은 후퇴를 거듭했다. ‘규제 완화와 민영화’를 기조로 한 신자유주의 정책이 채택되면서 노조의 결집력과 정치적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1970년대 30%를 웃돌던 노조 조직률은 14%까지 추락했다.

10년 넘게 혼란을 거듭하던 미국 노동계를 추스fms 이는 존 스위니 AFL-CIO(미국 노총총동맹·산업별조직회의) 의장이다. 그는 1995년 10월 AFL-CIO 출범 이후 벌어진 첫 의장 선거에서 의장에 당선되었다. 스위니 의장은 스스로를 ‘미국 노동자를 위한 새 목소리(New Voice)’라고 불렸다. 스위니 의장을 중심으로 득세한 ‘새 목소리’파는 방기하고 있던 노조 중앙 조직이라는 역할을 되찾고 내부 개혁운동을 산업 별로 파급시켰다.

제임스 호파 아들, 팀스터스 장악

현재 AFL-CIO 내부에서는 조직 혁신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내년에 있을 AFL-CIO 차기 의장 선거에 입후보할 지도자들은 저마다 조직 혁신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인물이 아버지와 이름이 같은 제임스 호파 현 팀스터스 위원장이다. 현 팀스터스 위원장은 행방불명된 제임스 호파 전 위원장의 아들이다. 한때 민주파가 팀스터스를 장악했으나 아버지 호파의 후광을 입은 아들 호파가 재장악한 것이다. 아들 호파는 AFL-CIO의 조합비 절반을 산하 노조 조직화 기금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하고, 60여개나 되는 미국노총 산하 노조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AFL-CIO는 지난해 말부터 노동 조건이 열악하고 무노조 경영으로 이름 높은 할인점 체인업체 월마트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캠페인에서 미국 노조들이 오랜만에 단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조직 통합 작업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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