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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맛과 멋]
양식 레스토랑을 평가하자면 그 점수는 최하점이다. 양식 요리 스타일과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양식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단지 화려한 내부 장식과 약간은 과장된 서비스, 턱없이 비싼 음식값이 식당의 고급스런 이미지를 지탱해 줄 뿐이다.
최근 개업하는 레스토랑들은 겉모습을 꾸미는 데는 노력을 아끼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음식 맛에 대해서는 무심하다. 그들은 인테리어는 정통 스타일로 하면서도 음식을 정통 스타일로 만들지는 않는다. 양식 레스토랑마다 같은 요리가 많은데, 요리 이름조차 제대로 적어 놓은 곳이 없다. 손님은 자기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훌륭한 요리만 선보인다면 이러한 실수는 눈감아 줄 수 있겠지만 음식 맛도 실망스럽다. 어떤 나라 요리의 제대로 된 맛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에게 특히 실망스럽다. 주방장들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려는 듯 접시에 아주 그럴싸하게 담아 놓을 뿐이다. 새로 오픈한 양식 레스토랑을 찾아다닌 지가 벌써 10여년이 되었지만 다시 찾아가는 곳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다. 흥미로운 사실은, 경제적으로 매우 여유 있는 사람들이 트렌디한 레스토랑을 개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요리 전문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진정한 미식가도 아니다. 이들이 만드는 레스토랑은 음식점이라기보다는 사교장에 가깝다. 이런 음식점을 찾는 이들은 음식 맛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과시하고 유행에 앞서 가기 위해 트렌디한 레스토랑을 찾는다. 이들은 음식 맛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며,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적다. 이런 상황에서 레스토랑 주인이나 주방장이 음식 맛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자신이 만드는 요리를 즐기지 못하는 한국의 요리사들
예전에 나는 한국 요리사들과 함께 일한 적이 있다. 그들 중 대부분은 내게 전혀 부끄러움 없이 말하기를, 자신들이 만든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했다. 왜냐하면 요리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만든 음식 맛이 나빠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정말 기적과도 같은 느껴졌다. 과연 자신이 즐기지 못하는 요리를 손님이 즐길 수 있을까? 불행히도 기술이란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적이 아니다. 정말 어떤 요리를 성공적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만드는 사람 본인이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즐거움이 음식을 먹는 사람에게 전달된다. 만약 공유할 수 있는 즐거움이 없다면, 훌륭한 요리는 결코 탄생할 수 없다.프랑스에서는 집에
사람들을 초대하면 손님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자기가 가장 잘하는 비장의 요리를 준비한다. 요리를 즐기는 이런 자세는 요리를 하는 곳은
어디든지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하지만 한국의 양식 레스토랑은 이런 즐거움을 서로 나누는 곳이 아닌 듯싶다. 레스토랑은 음식이 먼저다. 음식을
즐기고 나서야 사교든 비즈니스든 즐길 수 있다. 부디 한국의 레스토랑에서 요리가 액세서리 역할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